<고의서산책/ 952> - 『世醫得效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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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52> - 『世醫得效方』②
  • 승인 2021.02.27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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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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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한일 양국에서 보물로 대접받는 의서

현재 남아 있는 기록을 살펴 볼 때, 이 책은 조선에서 세종7년 춘천에서 처음 간행한 이래, 여러 차례 판각하여 유통된 것으로 보이지만, 남아 전해지고 있는 것은 극히 희귀해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에 알려진 전본으로는 가천박물관에 소장된 금속활자 갑진자본 단 1책(권10 大方脈雜醫科, 권11 活幼論, 初生 등)이 보물 제1250호로 지정되어 있다. 기타 연세대와 계명대 도서관에도 목판본이 소장되어 있는데, 이들 모두 귀중본으로 분류되어 있다.

◇ 『세의득효방』

 

三木榮이 지은 『조선의서지』에 따르면, 지금까지 알려진 조선판본으로는 3가지가 있다. 우선 첫째, 세종 때 간행한 춘천부개간본은 원각본을 번각한 목판본이다. 전20권22책으로 되어 있으며, 판면은 11행22자로 일본 내각문고에 소장되어 있다. 춘천부사로 있던 權尙溫이 주도하여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끝에 1425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간행되었다고 한다. 조선판에는 原州儒學敎授官 尹晃이 이때 지은 발문이 달려있으니, 1345년 원나라에서 이 책이 처음 선보인 뒤로 80년 만에 조선에서 다시 간행한 셈이다.

발문에 의하면 춘천부사 권상온이 사간을 지낸 許盤石의 집안에 전해지던 家藏本 1질을 얻어 강원감사 韓丞顔의 지원을 받아 간행 사업을 시작하였는데, 미처 다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遞職되자 그 뒤 목진공, 유사눌 감사가 이어받아 지속했으나 역시 다 마치지 못했고 감사 한유문, 도사 이옹에 이르러 판춘천부사 최순으로 하여금 감독하고 권려하게 한 끝에 겨우 일을 마쳤으니, 처음 일을 시작한 뒤로 무려 4년여에 걸친 세월과 공력이 소요되었다.

둘째로는 갑진활자 인본으로 20권15책으로 묶여져 있으며, 판면은 12행19자로 이뤄져 있다. 국내에서 보물로 지정한 판본과 같은 판종으로 이 책에는 간행한 시기가 분명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갑진활자의 사용 시기로 추산해 볼 때, 대략 조선 전기인 중종에서 명종 재위 연간에 펴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갑진자는 1484년(성종15, 갑진)에 처음 주조하기 시작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선조 연간에 이르기까지 많은 서책을 인출하였다. 그중에는 치료방, 의설, 속의설, 옥기미의, 황제소문, 의학정전, 본초발휘, 부인양방, 어약원방, 의림집요, 신편집성마의방, 화제국방, 화제지남총론, 도경본초 등 의서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일본 전존판본에는 多紀氏 장서인을 비롯해 江戶醫學藏書記, 醫學校典籍局, 帝國博物館圖書 등 인기가 찍혀 있으며, 왕실도서관인 궁내청 서릉부 도서료에 소장되어 있다. 또 이와 별도로 또 다른 활자본 잔본 9책이 전해지는데, 첫머리에 ‘駕洛許氏’라고 새겨진 印記가 찍혀 있다고 했으니 조선인이 소장했던 책이 분명하다.

또 오사카 부립도서관에도 동종판본의 영본1책(권10)이 소장되어 있다고 하니 서로 대조해 볼만하다. 이들 현전본에는 모두 막부 의관들의 장서인이 찍혀있으며, 앞서 도서료 소장본에 조선 사람의 장서인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임진전쟁 시기에 조선으로부터 일본으로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로 1585년에 간행한『고사촬요』八道冊板에는 춘천과 담양에 판목이 있다고 적혀 있으나 아직 실물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1819년에 기술한 일본의 서지목록 『經籍訪古誌』에 수재된 조선판 의서목록에 의하면, 앞서 거론한 2가지 판본 이외에 큰 글자로 인출한 목판본이 수장되어 있다고 적혀 있다. 이것이 아마도『고사촬요』에 기록한 것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여겨진다. 그밖에 필사본이 다수 전해지는데, 대부분 조선간본을 대본으로 삼아 등사한 초사본으로 여겨져 조선판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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