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51> - 『世醫得效方』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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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51> - 『世醫得效方』①
  • 승인 2021.0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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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5대를 물려온 世傳醫家 경험방

우리에겐 여전히 오랜 세월 임상경험을 쌓아온 숙련된 老名醫를 믿고 따르는 심리가 존재한다. 서양의학은 늘 신지식으로 무장하고 새로운 진단치료기기를 앞세워, 단순한 증상에도 일순 당황할 수밖에 없는 가여운 환자들에게 군림하듯 다가선다. 이에 비해 진료현장에 첫발을 내딛은 젊은 한의에게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갖가지 정보로 뒤범벅된 만성환자들을 응대하기란 녹녹치 않다.

◇ 『세의득효방』

하지만 한의에겐 누대로 대물림해 온 임상경험이 켜켜이 온축되어 있다. 그것은 술자의 얼굴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판단에 의해 가려지게 된다. 비록 다소 어설픈 모습일지라도 그들의 지식체계는 수백 년간 이어온 전통지식으로 체계화되어 있기에 어지간한 변이쯤은 시간이 흐를수록 실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역병의 시대를 겪으면서도 용감하게 의료인으로 첫출발하는 젊은 한의들의 앞날을 축원하는 의미에서 조선초기로부터 醫學取才 考講書로 쓰인 이래 『의방유취』와 『향약집성방』을 비롯한 역대 의학유서에 빠지지 않고 주요 引據書로 활용되었으며,『동의보감』역대의방에도 등장하는『세의득효방』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이 책의 원작은 元나라 危亦林(1277~1347)이 지은 것으로, 그는 원래 지금의 강서성 남풍현 사람으로 本州 곧 남풍의 의학교수를 역임한 인물이다. 남풍은 훗날 명대에 이르러 『의학입문』을 지은 李梴(16세기)을 배출한 지역인지라 연관성이 있을까 가정해 보지만, 시간적 간극이 커서 상호관련성을 입증하긴 어렵다.

저자 위역림은 대대로 의업에 종사한 집안에서 태어나 내과, 부인과, 소아과, 안과, 정골과, 구치인후과 등을 두루 연구했지만 특히 골상과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풍부한 경험을 쌓았기에 중국에서는 역대 골상과의 대표적 인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그는 10여년에 걸친 집필과정에서, 먼저 元代의 醫學十三科에 의거하여 체제의 골격을 마련한 다음, 여기에 5대에 걸쳐 이어온 가전경험방을 문별로 나누어 정리한 끝에 드디어 1337년(至元3)에 이 책을 완성하였다. 원고는 江西醫學提擧司를 통해 태의원으로 보내져 심의를 거친 다음, 1345년에야 정식으로 간행되었다.

원작은 19권으로 되어 있었으나 훗날 『사고전서』에 편입될 때, 말미에 ‘孫眞人養生書’를 절록해 첨부하였기에 모두 20권으로 꾸며졌다. 각과 분류는 원대의학의 체계를 따랐기에 당시 의료에 적용된 질병분류체계를 비교적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특히 골상질환 처치법과 정골요법에 대해 살펴보기 좋다.

또한 역대 경험치료법과 가전방을 풍부하게 수록해 경험치법을 우선하여 적용할 수 있는 점이 주된 특징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는 대대로 의업을 해온 世醫집안에서 태어났으며, 특히 고조부로부터 5대를 물려받은 가전경험을 담았다고 자서에 적었다. 또 큰할아버지로부터 부인과, 정골, 외상치료법을 전수받았고 큰아버지는 소아과, 큰형은 안과와 노채병 치료에 능했다고 전한다.

서문에 의하면, 그의 고조 雲企는 東京에 유학했다가 삼국시대 오나라의 전설적인 명의 董奉의 25세손 되는 어떤 仙人을 만나 비방을 전수받고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말로 인해 자신이 지닌 가전술기와 비법을 신뢰하기 어려운 俗傳에 가탁해 분식했기에 힐난을 면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수록된 수많은 古方들이 모두 출전이 확실한 문헌에 근거를 두었기에, 독창적인 견해가 다소 드물다하여 폐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四庫全書提要』에 적힌 纂修官들이 내린 총평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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