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대가 질병 치료?…한의사 “한의학 루머 퍼질 때마다 걱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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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대가 질병 치료?…한의사 “한의학 루머 퍼질 때마다 걱정돼”
  • 승인 2021.02.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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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의료계 강력 처벌 요구에도 불구 최근 10년 복지부 처벌건수 ‘3명’ 불과

한의협 모니터링 및 윤리위 회부 등…자율규제 필요성에 의협 독립기구 설립 추진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식품으로도 사용되지 않는 고춧대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좋다는 허위 의학 상식을 전파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한의계는 잘못된 상식으로 인한 국민건강 위해를 걱정하는 한편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9일 고춧대를 끓여 차로 마시면 코로나19 예방과 치료가 된다고 광고한 한의사 1명과 업체 14곳을 적발해 ‘식품위생법’과 ‘식품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 및 수사의뢰했다.

이는 여수 소재의 모 한의사가 지난해 12월 자신의 집에서 고춧대 차를 끓이는 방법을 유튜브에 소개하면서 액상차와 환을 제조해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판매한 일에서 비롯됐다. 이 한의사는 시가 3700만 원 어치의 제품을 제조해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밝혀지자 한의사들은 “고춧대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한약재로 등록되어 있지도 않다”며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A 한의사는 “고춧대는 정식 한약재도 한약규격품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며 “즉, 그 어떤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도 효과를 낸다고 검증된 바가 없다. 게다가 코로나19는 전대미문의 질병이고, 전 세계의 연구진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그런 질병이 고춧대로 간단히 해결된다는데 왜 그 흔한 논문 한 편도 존재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B 한의사는 “진료를 보면서 환자들이 몇 번 고춧대차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한약재도 아니고 고춧대가 무엇인지도 몰라서 답변을 하기가 힘들었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그래서 따로 조사를 했었는데 기본적으로 식품용이 아니고, 잔류농약 문제도 있어서 위험해보인다. 이 사례 뿐 아니라 의료인의 이름으로 잘못된 상식을 전달하는 경우가 있지만 처벌은 미약해보인다. 더욱 강경한 처벌과 함께 한의계 내부의 자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김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C 한의사는 “이러한 한의학 관련 루머가 퍼질 때마다 국민들의 건강에 해가 될까 걱정된다. 강력한 징계를 통해 의료인 활동을 제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식약처가 해당 제품을 판매차단 조치하고 현장에 보관중인 고춧대차와 고춧대를 전량 압류‧폐기 조치되면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렇듯 잘못된 의학상식을 전달하면서 국민건강과 한의계 인식을 손상시키는 사례는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지난 2019년에는 또 다른 한의사가 중풍을 물파스로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당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마한 한의사 유튜버 ‘페인랩’은 “10년 전부터 한의협이나 의협에서 꾸준하게 쇼닥터에 대한 제재를 해왔지만 (복지부의 징계가 없어)면허권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며 “이에 엉뚱한 방법으로 건강을 악화시켜 오는 경우가 매우 많다. 한의사 입장에선 저런 이미지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면허 정지 관련 법적 처벌이 시행된 경우는 드물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10년간 쇼닥터 관련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린 건 단 3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계는 보다 강력한 징계를 촉구하는 한편 의료인 단체 내부의 자율규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수시로 방송 등을 모니터링하고, 윤리위원회를 통해 해당 인물을 징계하는 방식으로 자정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 2015년부터 ‘쇼닥터 자격정지 의료법 시행령’에 찬성하며 강경대처를 촉구하고 있다.

또한 같은 문제를 공유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는 더 나아가 ‘(가칭)대한의사면허관리원’을 설립해 자율규제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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