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50> - 『性命圭旨』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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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50> - 『性命圭旨』③
  • 승인 2021.02.06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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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내 몸을 지키기 위한 生活參禪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이 책은 『동의보감』과 비슷한 시기에 저술되었고 정기신을 중시하는 측면에서 비교 고찰할 측면이 많다. 특히 유불선의 이치를 모두 한군데 모아 융회관통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심신수양법의 확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참에 차분하게 내용을 한번 들여다보기로 하자.

◇ 『성명규지』
◇ 『성명규지』

총론부에 실린 다양한 그림 가운데 특별히 內照圖는 ‘몸속을 비추어 본 그림’이라고 번역되었는데, 『동의보감』의 신형장부도와 대비되는 그림이다. 그림도 유사하여 서로 비교해 볼만한 대상이거니와, 그림과 함께 들어찬 해설문은 다름 아닌 『황제내경소문』·영란비전론에서 비롯한 12관사에 관한 구절이어서 흥미롭다.

그림을 보면 喉管과 吸門으로 따로 나뉘어져 있고 食氣라 표시된 것으로 보아 음식과 공기가 통하는 식도와 기도를 나누어 그린 것임을 알아볼 수 있다. 특히 이 그림은 그저 해부학적 장기를 그려 표시하는 것이 주목적이 아닌지라, 초점은 두뇌 곧 수해가 자리 잡은 泥丸에서 시작하여 척추를 따라 미려골에 이르는 精髓의 통로와 심폐가 자리한 전중으로부터 횡격막(膈膜)을 거쳐 관원과 幽門으로 이어지는 기의 통로를 한 번에 그려 보인 것에 있다.

한편 眞土圖에서는 말하기를 “물질로써 약을 삼으면 몸의 병을 치료하고 법으로써 약을 삼으면 마음의 병을 치료한다.”하였으니 이 말은 곧 아픈 병자의 마음으로써 돌이켜 그 사람의 병을 고친다는 말이다. 또 “두 자루 지혜의 검을 참된 토에 꽂아 놓으니, 모든 병이 사라지고 환상 같은 몸둥이가 나온다.”고 비유하였다.

이와 비슷한 논조의 글이 『동의보감』에도 실려 있으니 내경편 ‘以道療病’조를 살펴보면, “그 질병을 치료하려면 먼저 그 사람의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해야만 도에 의지할 수 있다.”(欲治其疾, 先治其心, 必正其心, 乃資於道)라고 말하였다. 눈앞에 드러난 신체의 병증보다는 환자의 병든 속마음을 헤아려 바로잡는 것이 치료에 앞서야 할 급선무라는 인식이다.

병자로 하여금 마음속에 있는 의심과 생각들, 모든 망념과 모든 불평, 모든 차별심을 다 없애고 평소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을 깨닫게 하면, 곧 몸과 마음을 비우고 자기의 세계와 사물의 세계를 일치시킬 수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되어 마침내 神氣가 한곳에 모이게 되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하게 되고 성정이 화평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결국 “세간의 모든 일이 공허하고 종일토록 한 일이 모두 망상이며 나의 몸이 모두 헛된 환영이고 화복은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며 생사가 한낱 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확실히 알아 한순간에 모든 것이 풀리면 마음이 저절로 깨끗해지고 질병은 저절로 낫게 된다.”고 했으니 이것이 곧 道를 가지고 마음을 다스려 질병을 치료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此眞人, 以道治心, 療病之大法也.)이라 했다.

서문에 기술한 바에 따르면, 이 책은 대략 저술시기에 있어『동의보감』과 비슷한 연대로 여겨진다. 또 간행년도를 보아 알 수 있다시피, 『동의보감』편찬에 참고할 수 없었다. 그렇다할지라도 金丹石藥의 폐해를 극복하고 내단 위주의 수련법으로 일신하면서 유불선 삼교를 두루 채택하여 혼융하고자 노력하고 수양심신론을 주창한 점은 두 책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관심사였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잠시 집착과 조바심을 내려놓고 내 한 몸을 지키기 위한 소소한 방편으로 이른바, ‘멍 때리기’가 유행하였다. 신선세계로 가는 길에 선을 닦는 방법으로 걸으면서하는 行禪, 서서하는 立禪, 앉아서 하는 坐禪, 누워서 하는 臥禪이 소개되어 있다. 일상에서 손쉽게 해볼 수 있는 생활선을 찾아야 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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