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읽기] 우리동네 잔치국수집 히어로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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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읽기] 우리동네 잔치국수집 히어로의 반란
  • 승인 2021.01.2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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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드라마 읽기┃경이로운 소문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울상을 짓고 있지만 그 와중에 역대 최고의 실적을 보이는 곳이 있다면 그 중 하나로 OCN을 언급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OCN은 장이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경이로운 소문’을 OCN 오리지널로 방영하면서 그야말로 경이로운 시청률을 터뜨렸고, 마지막회에서는 최고 시청률 11%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 50%를 넘기던 2005년 무렵을 떠올린다면 뜨뜻미지근하겠지만 최근에는 공중파에서도 드라마 시청률이 10%를 넘기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다가 OCN 오리지널 드라마 중 역대 최고의 성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적임을 알 수 있다.

감독: 유선동출연: 조병규, 유준상, 김세정, 엄혜란, 안석환 등
감독: 유선동
출연: 조병규, 유준상, 김세정, 엄혜란, 안석환 등

그동안 OCN 드라마 중에서 히트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OCN 드라마의 존재를 각인시켜준 ‘신의 퀴즈’는 4개 시즌으로도 모자라 리부트까지 감행하며 그야말로 사골처럼 우려먹었고, ‘보이스’ 역시 시즌 3까지 방영했다. 그 외에도 ‘나쁜녀석들’, ‘구해줘’ 등이 마니아를 양산했고, 비교적 최근에 방영된 ‘라이프 온 마스’ 역시 수작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모두 시청률이 한 자리 수에 그치며 두 자리 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신의 퀴즈’가 시청률이 3%가량이었다는 사실을 들으면 놀랄 만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경이로운 소문’이 그 동안의 다른 OCN 드라마에 비해 수작이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너무 단순한데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이 드라마는 대중적인 인기를 끈 작품 치고는 잔인한 폭력이 난무하는 편이다. 특히, 학교폭력에 대한 묘사는 단어나 연출이 너무 직접적이고 자극적이다. 게다가 후반부에 작가가 급하게 하차하자 담당PD가 1회 분량의 대본을 직접 집필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전개는 산으로 가다 못해 하늘로 붕 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하고 자극적인 성향이기에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었다. 단순한 권선징악의 구도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지 않고, 중간에 봐도 대충 나쁜 악귀 때려잡는 히어로집단이겠거니 하면 되는 수준이다. 히어로이니 화려한 액션이 보장되어 있고, 동네에서 국수를 파는 사람들이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악귀를 물리친다는 강한 개성까지 지니고 있으니 킬링타임 용으로 그야말로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강점은 이들이 전부 소시민이라는 점이다. 잔치국수를 팔고 학교를 다니는 ‘카운터’들의 모습은 전형적인 우리 주변의 흔한 소시민이다. 이런 사람들이 사실은 엄청난 힘을 숨기고 있으며, 정의를 위해 한 몸을 희생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친근감을 주기 딱 좋다. 사실 이러한 친근한 히어로는 이미 검증된 공식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히어로는 배트맨도, 슈퍼맨도, 아이언맨도 아니라 ‘당신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에 의지해야하고, 친구들과 만화그리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지만 괴롭힘에 시달리는 친구를 위해서라면 조금의 주저도 없이 나서는 ‘소문’과 악당을 물리치고 돌아오는 길에 메이 숙모가 심부름으로 시킨 계란을 사오는 ‘피터 파커’의 모습을 비교해보시라. 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경이로운 소문’은 시즌2가 확정되었다는 기사가 떴다. 아직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배우나 제작진의 의지가 강해보인다. 이미 드라마 관련 예능 프로그램도 나온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작가 교체 이후 후반부에 새로 추가된 설정이나 전개에 아쉽다는 평이 많은 만큼 새로운 시즌에 대한 걱정도 많다. 드라마 방영 도중에 작가가 교체되는 일은 시시비비를 막론하고 프로페셔널해보이지 않는 일이다. 시즌2가 방영될 때는 이러한 불미스런 일이 없도록 제작진들이 더 많이 대화하고 더욱 철저히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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