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나의 도서비평 도전기: 글쓰기를 일단 시작해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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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나의 도서비평 도전기: 글쓰기를 일단 시작해 보실까요?
  • 승인 2021.01.29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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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히준

박히준

mjmedi@mjmedi.com


도서비평┃강원국의 글쓰기: 남과 다른 글은 어떻게 쓰는가

빈 컴퓨터 모니터만이 원시의 눈 쌓인 설원처럼 하얗게 펼쳐져 있다.

도서비평(서평)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쓴 지 이제 열 번을 넘겼지만 여전히 어떻게 쓰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강원국 지음, 메디치 출간
강원국 지음, 메디치 출간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글이라고 해봐야 고작 연구보고서나 논문을 쓰는 정도이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연구결과나 연구된 근거들을 찾아 논리를 이어가면 되는 일이니 서평을 처음 제안 받았을 때 내 할 일이 아니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 내 삶을 담은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서평이란 생각을 담아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겠으나, 혹시 좀 다르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나의 이야기를 담아 써 보면 어떨까? 책들은 종류나 소재가 무궁무진하니, 책을 글쓰기 재료로 삼아본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 내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이것이 사소하지만 내가 서평을 시작한 이유이다.

그러나,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시작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늘 한 줄 시작이 늦어져 마감까지 씨름하기 일쑤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글을 제대로 쓸 수 있는 걸까? 잘 쓰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그저 글쓰기에 대해 한 수 가르쳐 주는 그런 책은 없는 걸까? 혹시 글을 잘 쓰는 분의 노하우를 배워보면 글쓰기가 좀 쉬워지려나? 이 때 친구가 “강원국의 글쓰기”란 책을 추천해 주었다. 바로 “대통령의 글쓰기”로 유명한 저자의 세 번째 글쓰기 책이다.

우선 “글 잘 쓰는 비결”이 있는지 찾아 보았다. 저자는 그 비결이 ”3습“에 있다고 했다. 3습이란 ”학습, 연습, 습관“을 말한다고 하니 조금은 김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포기하지 말고 계속 써 보는 것 이외에는 왕도가 없다니... 사실 글 잘쓰기로 유명한 류시민 작가나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위대한 소설가도, 매일 일정한 시간이나 분량을 정해 성실한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하니, 아쉽지만 ‘3습’, 그 말이 핵심인 듯도 하다. 너무 잘 쓰려고 하거나 남을 의식하지 말고, 일단은 무엇이라도 써 놓고, 충분히 고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남과 다른 글은 어떻게 쓰는가’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하지만 막막한 이들에게 저자의 경험을 통해 친절한 조언을 건넨다. 우선 서두에서는 “(1) 누구나 시작은 막막하다”며 위로의 말을 건네고, “(2) 남과 다른 글이 나올 수 있는” 마음가짐과 도구를 알려주며, “(3) 쓸수록 산으로 가지 않기 위한” 몰입과 어휘·표현 공부의 중요성을 일러준다. 또한 “(4) 실제로 글이 씌여지는 과정들”의 실제를 소개하며 “(5) 사소하지만 놓쳐선 안 되는 글쓰기 환경”에 대해 편안히 풀어 놓았다.

한편 저자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얘기하며, 미국 컬럼비아 의대생들의 네러티브 의학(서사의학) 과정을 소개한다. 이 과정은 소설 창작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얼핏 의학공부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의사나 한의사가 환자와의 소통역량을 함양시키기 위해 서사 능력을 배양하는 것은 필수적인 듯 하다. 물론 서사의학을 통해 환자와의 공감능력을 키우는 것은 당연히 진단과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글쓰기 연습이야말로 좋은 한의사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일 수 있다.

저마다 글을 쓰는 동기들은 다양할 것이다. 나의 서평 도전은 매우 개인적인 이유에서 시작되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한 책을 재료 삼아 글쓰기 연습을 계속 해보려고 한다. 혹시 글을 쓰고 싶지만 머뭇거려진다면, 이 책을 읽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글쓰기를 일단 시작해 보면 어떨까. 물론 전문적인 글쓰기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나를 위한 글쓰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

 

박히준 / 경희대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 소장, 경희대 한의대 교수, 장-뇌축기반 맞춤형 침치료기전연구실 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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