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어려운 일 있으면 항상 책으로 나를 위로하고 마음 잡는다”
상태바
“힘들고 어려운 일 있으면 항상 책으로 나를 위로하고 마음 잡는다”
  • 승인 2021.01.21 08: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책, 사람을 잇다(11) 전은주 춘의생한의원 진료원장

인생의 책-‘오이디푸스’, ‘나를 보내지마’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이번에 소개할 한의계의 다독가는 서사가 있는 이야기를 종이책으로 읽는 것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문과 스타일이며 호기심 많으면서 겁도 많아 읽고 생각한 것들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전은주 진료원장(춘의생한의원)이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께서 어린이판 세계명작전집을 사주셨는데, 그 책에 엄청난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전 원장은 “지금도 기억나는 게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나 80일간의 세계일주, 아라비안 나이트 등등이 재밌어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어린 마음에도 내가 살고있는 곳과 다른 시간, 공간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호기심이 많았고 그런 소설들을 통해서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아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평소 책을 읽는 자신만의 습관이나 책을 선정하는 취향 등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원장실에 앉아 있을 때는 책이 잘 안 읽히는 마법에 걸리는 것 같다”며 “가장 잘 읽히는 시간은 퇴근 후 집에 가서 모든 할 일을 마치고 침대에 기대서 책을 읽을 때다. 최근에는 ‘예술, 도시를 만나다.’를 읽으며 18세기 바흐가 살던 바이마르와 라이프치히를 거닐다 잠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그날은 푹 잘 잤다”고 말했다.

또 “애정하는 작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를들면 철학자 강유원과 라디오PD 정혜윤의 책에 소개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며 “강유원이 소개한 일리아스를 읽고 오딧세이로 자연스레 넘어가며, 오이디푸스를 읽으면 안티고네, 아가멤논, 코에포로이까지 읽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 원장은 독서를 즐기는 선후배 동기들과 친목도모 단톡방에서 좋은 책을 읽고 발견하면 서로 추천해준다고 한다. 최근 기억나는 건 선배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를 추천해줘서 읽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남아있는 나날들’,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등 이시구로 전집을 다 읽게 되었단다. 그는 선배에게 테드 창의 두 번째 소설집 ‘숨’을 추천해줬다고 한다.

평소 도서관에 가는 걸 좋아해 동네 도서관에서 신간도 구경하고, 관심있는 주제별 코너도 둘러보면서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골라온다는 그. ‘예술, 도시를 만나다’는 이렇게 도서관을 구경하다가 별 기대없이 빌려온 책인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작가 이름을 보니 아니나다를까 예전에 잘 읽은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의 전원경 작가였고 앞으로 전원경 작가의 책을 더 읽게 될 것 같다고 한다.

그의 인생에서 책이 영향을 끼쳤던 사례를 말해달라는 질문에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어서 빨리 읽고, 내용 파악이 빠르다보니 국어, 영어 점수가 좋아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었다는 것이 현실적인 답변인 것 같다”며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항상 책을 읽으며 나를 위로하고 마음을 다 잡는다. ‘역사의 쓸모’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 당시에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의원을 운영하고 진료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을때는 역사에서 고전에서 예전 사례를 유추해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인생의 책으로 꼽는 작품은 무엇일까. 초등학교 때는 ‘몬테크리스토 백작’, 중학교 때는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딸들’(만화), 고등학교 때는 ‘적과 흑’ ‘개선문’이었는데. 지금은 ‘오이디푸스’와 ‘나를 보내지마’를 꼽았다.

그는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신탁대로, 운명대로 부모를 죽이고 제 눈을 찌르고 마는 오이디푸스처럼 인간은 운명대로 살아가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타고난 운명대로 살아가지만, 내 운명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자유의지’를 가지고 내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간다고 ‘착각’하는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단다.

또 ‘나를 보내지 마’의 캐시는 언젠가 기증자가 될 운명이지만 그걸 두려워서 삶을 일찍 포기하거나 복제된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며 삶의 마지막까지 의연하게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한다. 전 원장 역시 남은 인생을 캐시처럼 의연하게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런 주제가 테드창의 소설집 ‘숨’에도 반복적으로 나온다고 한다.

책을 읽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독서 토론 모임도 한다는 그는 “5년 전 친한 대학 동기가 ‘나를 찾아가기 위한 독서 모임’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함께 했었다. 책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생각과 경험을 말과 글로 나누고, 네이버에 카페를 개설해서 공유하고 작게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이 경험이 책을 같이 읽고 나눌 수 있는 독서 모임으로 이끌었다. 참고로 지금은 이 친구들과 디톡스 3주 프로그램을 단톡방으로 만들어서 인증하며 서로의 건강과 활기찬 생활을 응원한다. 학교 다닐 때보다 지금 더 친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는 내가 사는 지역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직장인 독서모임(이름:주경야독 독서회)에 참여했는데, 이런 독서 모임에서는 화제가 되는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다양하게 읽게 된다”며 “평상시라면 읽지 않았을 ‘페스트’나 ‘눈먼 자들의 도시’와 같은 전염병을 주제로 한 소설들과 물리학 교양서 ‘떨림과 울림’과 같은 책들이다. 매주 수요일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Zoom에 접속해서 다양한 직업과 연령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생각보다 큰 즐거움이었음을 독서회가 끝나고 나서야 알았다. 뭔가 허전하고 심심한 느낌이고 올해도 다시 독서모임을 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