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너희가 감기를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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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너희가 감기를 알아?”
  • 승인 2021.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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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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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감기 진단의 노하우

소제목이 다소 눈에 거스르는 제목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정했다. 출판사나 저자 또는 역자가 이렇게 붙이진 않았지만, 이런 도전적인 제목을 붙인 건 순전히 필자의 의도다. 우리가 임상에서 접하는 ‘감기’라는 것은 실제로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없는 말이며, 우리 말에서 시작된 기원도 기껏해야 조선 후기에 불과하며, 그것에 대한 정의를 규정하는 것은 우리가 배우는 교과서 어디에도 없다. 다만 막연하게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 비롯되고 있는 외사(外邪)로서의 육기(六氣)인 육음(六淫)의 개념을 따르거나, 『상한론(傷寒論)』에 입각한 육경(六經)체계로써 이해하고 있는 것이 우리 대개 임상가들의 입장이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이에게 어필하고자 이런 소제목을 달았으니 그 의중을 양지해주길 독자 여러분들에게 간청한다.

Naoki Kishida 지음, 이춘옥 옮김, Hansol 간행.
Naoki Kishida 지음, 이춘옥 옮김, Hansol 간행.

이런 부탁을 늘어놓으면서까지 이 책을 소개하려는 의도는, 그만큼 ‘감기’라는 주제를 놓고 오직 진단에 관한 핵심을 잘 짚어낸 책은 이보다 더 나은 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용을 조금 드러내어 설명하자면, 실제 임상에서 보기 쉬운 분류체계가 증상을 중심으로 되어 시원하다. 또한 감기로 진단하여 오류를 범하기 쉬운 유관 질환들과의 비교가 잘 되어 행여 임상가에서 실수할 수 있는 부분들을 잘 짚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두께가 마음에 든다. 도표나 사진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170쪽 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가벼운 책이라는 얘기다. 요즘 나오는 책들이 기본 500쪽을 쉽게 넘어버리는 상황이다 보니 이미 두께에서 질리기 쉬운데 반해 이 책은 얇아서 그만큼 접근성이 높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의할 점이 몇 군데 있다. 우선 이 책은 한약의 처방도 응용하기 때문에 한의사들이 보기 쉽겠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엄연히 이 책은 양의사를 위한 책이다. 일본은 양의사가 양의학을 기본으로 하면서 한의학도 하는 바탕에서 이 책이 써졌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저자는 ‘기침’이란 한 단어로 묶었지만, 사실 목에서 나오는 ‘기침’과 코에서 나오는 ‘재채기’가 엄연히 다르고, 그에 따라 한기(寒氣)가 침범해 생기는 ‘재채기’와 바람(傷風)을 맞아 생기는 ‘기침’의 차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세균성의 ‘기침’과 바이러스성의 ‘재채기’를 구분할 수 있다. 인체는 세균이 들어오는 곳과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곳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런 미세한 구분을 통해 진단과 치료를 효과있게 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이 등장한 것은 꽤나 오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아무도 소개하지 않기에 재미있게 읽은 필자로서 한 번은 언급해보리라 여겼던 터다. 『동의보감』을 크게 구분하자면, 내경편(內景篇)과 잡병편(雜病篇)으로 질병관을 나눠볼 수 있다. 즉 양생(養生)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잡병(雜病)이 생긴다는 얘기로 압축할 수 있다. 그랬을 때 잡병을 훨씬 많이 다루고 있고, 잡병의 가장 큰 카테고리는 육음(六淫)인 것이고, 그것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풍(風)과 한(寒)이다. 그러므로 평상시에 양생을 잘해야 하지만, 일단 병이 생겼을 때 가장 힘써야 할 것이 결국 감기라는 얘기다.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감기’를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는가? 잠시라도 여유를 내서 이 책을 읽도록 권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홍균 金洪均/ 서울시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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