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47> - 『審視瑤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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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47> - 『審視瑤函』
  • 승인 2021.01.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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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目不忍見, 병든 세상을 바라보며

새해를 맞이하는 심경이 마냥 밝지 만은 않다. 꼬박 한 돐을 넘겨서도 가실 줄 모르고 설쳐대는 西神 탓이기도 하려거니와 중년을 넘기면서 일찍 찾아온 노안으로 시야가 영 개운치 않은 까닭이다. 안경으로 시력을 보정하거나 개안수술이 없던 그 옛날 그 시절엔 어찌 지냈을까 싶다. 그래서 안과서 하나를 골라 보았다.

◇심시요함
◇ 『심시요함』

정서명은 『傅氏眼科審視瑤函』이란 다소 긴 이름을 갖고 있다. 명대의 안과학자인 傅仁宇(자는 允科)란 인물이 저술했기에 서명 앞에 저자의 성씨를 붙여 ‘傅氏’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 또한 『審視瑤函眼科大全』이란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보통은 줄여서 『審視瑤函』혹은 『眼科大全』이란 간칭으로 부른다.

그는 원래 강소성 출신으로 조상 대대로 안과를 전문으로 해왔기에, 누대로 이어받은 家傳치법과 30여 년간에 걸친 안과 임상경험을 토대로 여러 문헌을 채록하여 이 책을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책 외에 다른 저작이 없고 아들인 國棟도 책을 편찬하는데 참여했으니 가학으로 안과만 전문한 것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전서는 6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권에는 전대의 임상경험 의안 24례와 안과 기초이론을 수록했는데, 예컨대 五輪八廓主病歌, 도해오륜팔곽, 오운육기, 태극음양동정으로 눈병의 원인과 치료원칙을 논술했고, 나아가 예방을 위한 도인 六字訣을 수록했다.

특히 권1에서 눈의 각 부위를 오륜팔곽으로 나누어 눈의 해부와 생리를 해설하면서 ‘目爲至寶論’을 주장하였기에 이 책이 『동의보감』안문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추정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오륜팔곽설은 당나라 손사막을 가탁한 안과서 『銀海精微』에서 처음 주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은해정미』는 명 가정, 만력 연간에 나온 간본에 저자를 알 수 없다고 했고 『唐書』예문지나 ‘孫思邈本傳’에 이 책에 대한 언급이 없어 친작이 아닌 후대에 그의 이름만을 가탁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권2에는 병인과 병기가 주로 서술되어 있는데, 주로 明代 倪維德이 지은 『原機啓微』(1370년경 저술)로부터 全文을 옮겨 실어 놓았기에 이 책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권3에서 권6까지 안과병증 108증에 대한 증상과 치료처방 290여수를 수록하였다. 또 권말에는 眼科鍼灸要穴圖像을 곁들여 놓았는데, 13개 주요 질환에 대한 상용치료혈위를 그림으로 그려놓았다.

여하튼 이 책에서 가장 큰 특징은 오륜팔곽설을 기초로 “오장에 병이 들면, 반드시 眼輪에 나타나게 된다.”(藏有所病, 必致於輪)는 원칙을 중점으로 形色을 관찰하여 병인을 찾아야만 한다고 강조하였다. 또 안병의 원인에 있어서는 陳言의 삼인설을 기반으로 표본과 내외겸치를 주장했으며, 특히 金針內障術에서 鉤, 割, 針, 烙 등 침구술기를 사용해 치료하고 點. 洗, 敷, 吹 등 다양한 외치법과 외용제로 안약을 병용한 점이 특색이라 할 수 있다.

그밖에도 섣부른 내장의 외치술(拔內障術)과 片腦의 남용 등을 경고하고 있어 오랜 안과치료경험에 기반하였기에 임상현장에서 실지응용에 적절하며, 안과전문서 가운데 내용이 비교적 풍부하고 안과에 관한 전문지식을 골고루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1644년(숭정17)에 간행된 煥文堂 초간본이 전해지고 있으며, 1667년(강희6) 尊古堂본, 1884년(광서10) 善成堂본 등 청대 목판본 40여종이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조선의 안과전문서로는 작자미상 『目科一覽』이 유일하며, 중종조에 경주부에서 간행한 『醫眼方』과 1673년 안동관아에서 간판한 『銀海精微補』가 있을 뿐인데, 그나마 국내에서는 전본이 보이지 않는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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