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45> - 『黃帝靈樞經』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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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45> - 『黃帝靈樞經』②
  • 승인 2021.01.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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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蜀道를 지나 다시 고향 품으로

전호에 이야기한 것처럼 이 필사전본 『황제내경영추』의 첫머리에는 史崧이 지은 서문이 붙어 있다. 여기에 “『황제내경』은 영추 9권과 소문 9권으로 짝을 맞춰 지었기에 둘을 합해 18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秦越人이 『難經』을 지어 부연하고 皇甫謐이 『甲乙經』에서 서술한 이후 여러 의가들이 남긴 해설이 많지만 모두 여기에서부터 시작한 것이고 서로 得失이 있다.”고 하였다.

◇ 『황제영추경』
◇ 『황제영추경』

 

하지만 이때 이미 “영추가 전해지지 않은 지가 오래되어 세상에서 능히 窮究할 수 없게 되었다.”고 했고 “의학을 익히려면 의서를 읽어야만 하는데, 의서를 읽고서도 의업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으나 의서를 읽지 않고서도 의업을 할 수 있는 자는 없다. 의서를 읽지 않고 대대로 의업을 해온 것도 아니라면 칼을 빼들고 사람을 죽이는 것처럼 해독이 심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사숭은 더벅머리 시절(髫齡)부터 장년에 이르도록 『내경』연구에만 전념하여 마침내 그 이치를 대략 깨우치게 되었는데, 일찍이 가전본 『영추』 9권 81편을 찾아내 여러 의서를 참고하고 대조해서 교정을 거듭한 다음, 다시 권미에 音釋을 덧붙여 24권으로 개편하여 增修하게 되었음은 지난 호에 이미 대략 밝힌 바 있다.

또한 초고가 완성된 후, 장계를 꾸며 稅米를 운반하던 轉運司의 選官을 통해 詳定해서 秘書省 國子監으로 보냈더니, 사숭으로 하여금 전담해 여러 명의를 요청해 다시 한 번 자세히 참고해 오류가 없도록 조처했다고 밝혀놓았다. 이로 보아 관부의 도움과 여러 차례에 걸쳐 교정을 거친 끝에야 비로소 간행된 것을 알 수 있다.

서문 다음에 81편의 목차가 차례대로 나열되어 있는데, 이와 별개로 사숭이 나눈 24권의 권차도 이와함께 병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九針十二原은 ‘法天’이라 하고, 本輸(法地), 小針解(法人), 邪氣藏府病形(法時), 根結(法音), 壽夭剛柔(法律), 官針(法星), 本神(法風), 終身(法野)에 별도로 의미를 부여해 놓고 있다.

권수제는 ‘新刊黃帝內經靈樞卷第一’이라 되어 있고 그 아래 ‘繡谷書林周日校重刊’이라 적혀 있어 명청대에 주로 상업적으로 출판한 書肆刻本을 등사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의적대사전』에서는 이 책의 서명이 ‘황제영추경’이 아니고 ‘신간황제내경영추’도 아닌 『黃帝素問靈樞集注』란 서명으로 등재되어 있는데, 뜻밖에도 이미 잃어버린 亡佚類 의서로 분류했다.

여기에는 다만 “24권, 宋 ․ 史嵩撰. 저술시기(成書年代)와 내용이 모두 미상.”이라고 적혀 있으며, 1816년(淸 ․ 嘉慶21)에 펴낸 지방지인 『四川通志』를 그 준거로 제시해 놓았으니 아마도 사숭의 출신지가 錦官(지금의 사천성 성도 지역)인 까닭일 것이다.

송대에 官府의 손을 거쳐 원서의 편제를 개편하여 비서성 국자감에서 撰定해 처음 펴낸 이 『영추』 판본이 어떻게 망실된 것일까. 가경연간(1796~1820)에 펴낸 사천지방지에 망실된 것으로 기록된 것으로 보아서는, 아마 늦어도 1800년대에는 이 책의 실물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희귀서가 되고 말았던 것 같다.

다만 오늘날 그에 관한 사적이 전해지는 것은 오로지 앞서 거론한 『四川通志』를 비롯해 『全蜀藝文志』, 『成都縣志』등 지방사지에 실려 있는 이 책의 서문 안에 짧은 그의 행적이 실려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숭 이외에 여타 이 책의 편찬과 관련 인물들은 그나마 한줄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현재 국내에는 이 책 외에도 동일 판종으로 보이는 중국 목판본(1책24권)이 고려대에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렇게 국내에 전본이 남아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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