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뒤집어 엎었다. 고속버스보다 많이 뜬다던 비행기들은 땅에 발이 묶인지 오래이고, 거리에서도 캐롤이 울리지 않는다. 어쩌다 1년 전 올라온 유튜브 영상을 볼 때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을 보고 흠칫 놀라기도 한다. 이렇게 COVID-19는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는데, 연구실-집을 반복하는 대학원생도 마찬가지였다.

COVID-19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충격은 올해 초에 개최 예정이었던 학회가 대부분 취소되었다는 점이다. 대학원생들에게 국제학회는 일년 내내 기다리는 이벤트 중 하나이다. 국제학회에서 대학원생들은 논문에서만 보았던 대가들을 직접 만나 토론을 할 수도 있고, 자신의 연구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발표하며 인지도를 쌓기도 한다. 이러한 국제학회는 주로 해외에서 열리기 때문에, 해외를 방문한다는 그 자체로 기분전환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올해 초 COVID-19가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학회들이 중단과 강행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비행편 등이 제한되면서 대부분의 학회가 중단될 수 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학회를 준비하는 연구자들이 좌절하는 일이 있었다. 한편, COVID-19는 대학원생이 주로 담당하는 수업조교에도 큰 변화를 주었다. COVID-19로 인해 모든 수업이 실시간 온라인 방송으로 진행되었는데, 도입 초기에는 교수와 학생 모두 미숙했기 때문에 방송사고가 빈번하였다. 그래서 수업조교들은 방송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항상 긴장하고 대기하곤 했다. 최근에는 폭증하는 확진자로 기말고사가 취소되고 레포트로 대체되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학생들의 불만들을 일선에서 처리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COVID-19는 무의식적으로 따르던 관행들을 바꾸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한때 중단되었던 학회들은 온라인으로 재개되었는데, 그 덕분에 비행시간이나 경비에 대한 부담 없이 전 세계에서 열리는 학회를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COVID-19 이전보다 더 많은 학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특히 학회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불편했던 관행들에 도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폐쇄적으로 공유되던 학술대회의 발표내용을 유튜브로 공유하거나, 한 장으로 요약해서 발표하여야 했던 포스터 발표를 프리젠테이션 발표로 게시할 수 있게 하는 등 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변모하고 있다. 수업조교 또한 마찬가지인데, 기존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활용하여 더 효율적인 수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학생들이 레포트를 이메일이 아닌 온라인 학습 플랫폼에서 제출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레포트 제출 현황을 보다 편리하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생들과 실시간으로 코멘트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어, 업무의 효율과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모두 개선할 수 있었다. 또한, 대면회의가 아닌 온라인 회의가 일상화되면서 아침부터 기차를 타는 일도 없어졌다는 점도 COVID-19가 준 뜻밖의 행운이다.

COVID-19의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했다는 뉴스와,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했다는 뉴스가 동시에 나오는 어수선한 시국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는 상황이 나아질지, 아니면 더 악화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들에 좌절하기보다는, 매 순간을 도약하는 기회로 삼으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이 아닐까 싶다. COVID-19와 함께하는 이 긴 겨울을 버티고 나면 나를 포함한 많은 대학원생들이 새 싹을 틔울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장동엽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