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44> - 『黃帝靈樞經』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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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44> - 『黃帝靈樞經』①
  • 승인 2020.1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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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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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高麗鍼經, 침구경락의 標準이 되다

그간 동아시아 전통의학에서 최고의 경전으로 떠받들어지는『황제내경』에 대해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해 소개한 바 있지만, 『황제내경』을 이루는 두 축(즉, 소문과 영추) 가운데 거의 대부분 ‘소문’에 대해서만 설명이 집중되었다.(69회 三國史에 전하는 한의학의 바이블, 『新刊補註釋文黃帝內經素問』, 2001.5.14., 214회 類聚시대의 의학개론, 『黃帝內經素問』, 2004.8.23.일자 참고.)

◇ 『황제영추경』
◇ 『황제영추경』

아니면 석곡 이규준이 남긴 독자적인 내경해석학(70회 동의가 풀어낸 ‘黃帝內經’의 奧旨, 『素問大要』, 71회 소문대요의 자매편, 石谷內經學, 『素問句讀俗解』, 이상 2001.5., 656회 바이블코드로 풀어내는 醫經解釋, 657회 황제내경을 읽는 제3의 문자 체계, 『素問吐解』,이상 2014.11.)이나 후대의 주석본(264회 皇室典醫의 溫故知新, 『內經纂要』, 2005.10.24.일자)을 소개했을 뿐이다.

따라서『황제내경』의 또 다른 절반이자 침구경락학의 성전으로 여겨지는 『영추경』에 대해서는 제대로 해설이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국내에 전존된『황제내경영추경』사본 1종을 살펴보려 한다. 표지에는 서명이나 제첨이 탈락되어 없어진 상태이고 다만 ‘神農遺業’이라 적은 휘호만 남아 있다. 표지는 각 호구별 인구사항이 기재된 관문서가 배접지로 쓰인 것으로 보아 관아에서 일하던 의원이 베껴둔 것으로 여겨진다.

이제면에는 ‘黃帝靈樞經一’이라 적은 서명이 적혀 있고 우측 편에 九針으로부터 營衛까지 각 편별 소제목 17편이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본문에서는 ‘九針, 本輸, 小針, 藏府, 根結, 壽夭, 官針’까지 7편만이 수록되어 있다. 아마도 애초에 의도했던 바와 달리 지면이 모자랐거나 다음 권으로 분책한 까닭으로 추정된다.

북송대 校正醫書局에서 『황제내경』을 교정할 때, 『소문』과 『영추』를 각각 9권81편으로 개편하였다. 이때 오래 전에 망실되어 없어진『영추』를 대신해 고려국의 서고에 비장되어 있던 『鍼經』을 얻어다가 저본으로 삼았던 것은 이미 학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이때 『靈樞經』정본을 마련하는데 밑거름이 된 고려에서 비장하였던 침경을 일명 ‘高麗鍼經’이라고 부른다. 또한 아시아의학의 발전과정을 파악하기 위해서 현전본에서 거꾸로 ‘침경’ 인용문을 분리하여 원모를 추적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 책에는 권두에 서문이 1편 실려 있는데, 송나라 고종 연간에 활약했던 학자 사숭이 지은 글이다. 작성시기가 ‘宋 紹興乙亥仲夏望日 錦官 史崧題’로 되어 있으니 1155년 남송이 금과 대치하고 있었던 시기이며, 고려 의종 재위9년에 해당한다. 이에 앞서 고려 선종9년인 1092년에 1년 전에 요청받은 고려 비장서를 중국에 보냈고 이듬해 정월 『고려침경』을 대외에 반포했다고 史書에 전하니, 이로부터 따지면 대략 60여년이 흐른 시점이 된다.

錦官은 지명으로 지금의 사천성 成都지역을 일컫는데, 오래 전 蜀나라의 제갈공명이 험난한 지세를 방패삼아 도성으로 삼았다고 알려져 있다. 서문에 의하면 그는 “자신의 집안에 물려 전해지던 舊本 『영추』9권81편을 가져다 여러 의서를 참조하여 교정하고(參校諸書) 자음과 훈의을 권미에 덧붙여(增修音釋) 24권으로 나누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중국의적통고』에서는 사숭의 音釋 24권이 있으며, 일본간본이 전해지고 있다고 적어 놓고 있다.

사숭의 음석본 편제에 따르면 九針과 本輸편이 제1권, 小針解, 邪氣藏府病形이 제2권, 根結, 壽夭剛柔, 官針편이 제3권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필사 전본에는 사숭이 펴낸 『황제영추음석』의 제3권까지의 내용이 담겨져 있는 셈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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