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읽기] ‘퀴즈’라는 불빛에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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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읽기] ‘퀴즈’라는 불빛에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 승인 2020.12.1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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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드라마읽기┃퀴즈

우리가 퀴즈쇼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은 미디어에서 정통 퀴즈쇼를 보기 어려워졌지만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퀴즈대한민국, 장학퀴즈, 1:100 등의 퀴즈쇼가 성행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프로그램 중 하나는 아무래도 ‘문제가 남느냐, 내가 남느냐’를 외치며 올해 여름까지도 방영했던 도전 골든벨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방송에 출연한 학생들과 함께 문제를 맞춰보며 과연 최후의 1인이 골든벨을 울릴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긴장감이 바로 이 프로그램의 묘미였을 것이다. 그러나 도전 골든벨을 열심히 시청하던 13살의 필자는 재미보다는 야망에 가득 차 있었다. 골든벨을 울려서 수능 없이 대학을 가야겠다는 야망이었다. 어차피 골든벨을 울릴 실력도 되지 못했지만,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바로 몇 해 전에 도전 골든벨 촬영을 진행했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몇 해만 뒤에 촬영했으면 내가 골든벨로 대학 갔을 텐데 어쩔 수 없지”하며 허세를 부렸던 기억이 난다.

감독: 스티븐 프리어스출연: 매튜 맥패디언, 션 클리포드, 마이클 쉰, 마크 보너, 애쉴링 비
감독: 스티븐 프리어스
출연: 매튜 맥패디언, 션 클리포드, 마이클 쉰, 마크 보너, 애쉴링 비

퀴즈쇼는 이렇듯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욕망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다. 누군가는 소소하게 명문대를 꿈꾸는가 하면 누군가는 일확천금의 상금으로 가난한 집안을 일으켜세우고싶고, 누군가는 자신의 지적능력을 내세워보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퀴즈쇼의 맹점은 참가를 원하는 모두가 참가할 수 없고, 설사 참가하게 된다 하더라도 최종 우승자가 될 확률은 더욱 낮다는 점이다. 퀴즈쇼는 운이 크게 작용하고, 그만큼 어떤 의미로는 사행성이 짙다.

올해 영국의 ITV에서 방영했던 신작 드라마 ‘퀴즈’는 퀴즈쇼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이러한 욕망과 운, 그리고 운을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편법을 긴장감 있게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1:1 퀴즈쇼의 형식을 정립했다고 불리는 영국의 퀴즈쇼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에 참가해 백만 달러를 획득한 찰스 잉그램의 실제 일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내의 오빠, 아내에 이어 자신까지 퀴즈쇼 본선에 진출하게 된 ‘운’좋은 그는 본선 문제를 푸는 내내 답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반쯤 답을 찍어가며 연승을 하다 결국 백만 달러를 받아 일약 스타가 된다. 그러나 프로그램 제작진은 그가 다른 사람들과 동조해 컨닝을 했다는 혐의로 소송을 걸었고, 드라마는 이 사건을 양측의 시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드라마는 1화에서는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의 흥행과 이 퀴즈에 참가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2화에서는 아내의 오빠와 아내에 이어 자신이 참가할 수 밖에 없게 된 찰스 잉그램의 사연을, 그리고 마지막화에서는 찰스 잉그램이 정말로 사기꾼인지 아니면 운이 좋을 뿐인 사람을 사기꾼으로 몰아 상금을 주지 않으려는 제작진의 술수인지를 주제로 일련의 소송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에 처음에는 찰스 잉그램이 어떻게 컨닝을 하게 되었는지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후반부에 들어서면 저 사람이 컨닝을 한 것이 맞는지 의심을 하게 된다.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정황상 사기를 친 것이 확실해 보이는 사건이 동시에 어떻게 해서 그저 억울한 소시민의 일화로 비춰질 수 있는가 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퀴즈쇼라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불나방 같은 소시민들의 모습, 이로 인해 등장한 퀴즈쇼 산업의 어두운 측면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다.

드라마는 끝까지 ‘찰스 잉그램이 정말로 컨닝을 한 것이 맞는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비록 재판부는 그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그것은 강력한 심증일 뿐 명확한 물적증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엔딩장면에서 TV를 끄는 찰스 잉그램의 의미심장한 눈빛이 이러한 열린 결말을 더 심화시킨다. 그의 눈빛의 의미는 무엇이며, 이 모든 사건을 불러일으킨 퀴즈쇼란 어떤 의미일까?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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