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강솔의 도서비평] 우리 모두의 ‘내일’은 정확히 오늘 시작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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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강솔의 도서비평] 우리 모두의 ‘내일’은 정확히 오늘 시작 된다
  • 승인 2020.12.11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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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솔

강솔

mjmedi@mjmedi.com


도서비평┃세계의 내일

이 책은 기후변화의 흔적을 따라간 한 가족의 이야기, 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언론인이자 작가인 야나 슈타인게써와 사진작가이자 언론인인 옌스 슈타인게써 부부가 두 살의 프리다부터 열 다섯살의 파올라까지 네명의 아이를 데리고 함께 여행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옌스와 야나는 동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라플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모로코, 알프스, 오덴발트를 여행하고 사진과 기록을 남겼다. 동그린란드의 얼음이나 알프스의 협곡에 두 살과 네 살의 아이들과 함께 여행이라니. 나는 혼자서도 절대 못 갈 것 같은데. 그들은 아이들을 눈썰매에 태우고 얼음을 건너갔고, 자전거에 트레일러를 달아 아이들을 태우고 알프스 산맥을 올랐다. 대단하다.

얀나 슈타인게써‧옌스 슈타인게써 지음,
리리 출간

야나와 옌스는 세계의 내일을 살아야 할 아이들에게 기후 변화로 변화하는 지구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 결과물로 이 책은, 씩씩하고 건강한 가족의 여행기이고, 기후 변화에 따라 변화를 맞고 있는 지구의 지금을 보여주는 보고서이고, 현재의 빙하와 사막, 알프스의 자연에 관한 사진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책이다. 그냥 아름답다기보다 이 사진들 속의 풍광들이, 북극과 빙하와 알프스의 모습들이...앞으로 백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 슬픈, 아름다운 책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의 기후변화의 추세라면 이번 세기 말이면 북극의 빙하와 알프스의 빙하가 녹을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그보다 더 빨리 진행 될 수도 있고.)

북극은 이십세기 중반부터 기온이 2도가 높아졌으며, 다른 지역 평균보다 세배나 더 더워졌다. 그린란드의 얼음은 대략 2만년 전에 끝난 빙하가 남긴 잔재이다. 오늘날의 기후에서는 이런 얼음은 형성되지 않는다. 빙상이 질량을 잃어 두께가 얇아지면서 악순환이 시작되는데 표면이 녹아 얼음 두께가 얇아지면서 얼음 자체는 갈수록 더 따뜻해지는 공기층과 접촉한다. 그러면 빙하가 녹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라플란드에서는, 호수가 얼면 순록들이 그 위로 이동을 하는데 호수가 충분히 얼어붙지 않아서 늘 상 해오던 대로 얼음 위로 이동하던 순록 떼가 얼음이 깨지면서 삼천마리 중 삼백마리를 잃었다. 그 뒤로는 순록을 화물차로 옮기게 되었다고 한다. 브라질과 베트남은 기후변화로 커피 농사를 짓는 지역을 잃고 있고, 콜롬비아는 2060년까지 바나나 농사에 적합한 면적의 60퍼센트를 잃을 수도 있다. 모로코의 사막지역은 갈수록 주거지역과 가까워지고 있고 – 사막이 이동한다기보다 새로운 사막이 생기고 있고, 20년 전보다 사막의 면적이 더 커졌다고 말한다. 알프스 빙하는 1850년부터 지금까지 그 부피의 60퍼센트를 잃었다. 전체 생태계, 인간의 경제 활동, 인간 자신 역시 빙하가 흘려보내는 물에 의존한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엔 다시 빙하의 몸집을 키울 눈이 너무 적게 내린다... 지구의 체온을 낮춰주고, 필요한 물을 흘려보내는 알프스의 빙하는 이제는 녹고 얇아지고, 없어지게 될 것이다.

지난 여름 휴가 때, 코로나19로 인해 어디든 가기 힘든 상황이었고, 집에서 아이들과 뒹굴거렸다. 여행경비를 쓴다는 마음으로 에어컨을 빵빵하게 하루 종일 틀었고, 음식은 밀키트로 주문하거나 배달시켜 먹었다. 5일동안 집에 머무르며 뼈저리게 느낀 것은 쓰레기가 엄청나다는 것! 밀키트와 배달 음식들을 담아왔던 비닐과 플라스틱들로 분리수거함은 금방 가득 찼고 매일 쌓이는 쓰레기 더미를 보며 마음이 좀 참담했다. 이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이 전기는 어디서 오는가. 나와 우리 동네, 우리나라, 지구의 지금 이 순간 쌓이는 쓰레기더미를 생각했다. 그리고 미래를 생각했다. 책을 읽는 동안은 매일 쌓이는 쓰레기 앞에서 답답하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이 책에 있는 지구의 사진들은 너무 아름다워서 더 슬펐다. 내일의 지구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내 손자들은 빙하가 녹아 없어진 지구에서 살고 있을까? 살 수 있을까?

무심히 살고 있는 지금의 사는 방식에 대해서, 멈추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의 추천사에는 ‘내일은 정확히 오늘부터 시작 한다’ 고 말한다. 그렇다. 내일은 오늘에 따라서 다른 내일이 올 수 있다. 지금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내일의 모습은 달라진다. 야나와 옌스 부부의 이 책을 읽는 것이 바로 오늘을 바꾸는 일이 될 것이다. 내일을 위해서, 내일을 살 나의 아이들을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다.

 

강솔 / 소나무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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