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42> - 『簡易辟瘟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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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42> - 『簡易辟瘟方』②
  • 승인 2020.12.12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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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귀신처럼 서로 전염되었던 疫癘病

지난 호 설명에 덧붙여 이 책의 간행사실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기로 한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한글박물관 소장본 이외에도 고려대학에 동일 판본의 을해자본(선조11, 1578년간)이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을해자본도 역시 초간본(중종20, 1525년간)은 아니기에 임란이후 광해5년에 펴낸 중간본(1613년간)과 함께 간행시기에 따라 달라진 내용과 판본형식을 비교해 보는 것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 『간이벽온방』

한편 중종실록 재위13년 4월조에 따르면 “동지중추부사 金安國이 자신이 언해한 벽온방과 창진방을 농서·잠서 등의 諺譯과 함께 팔도에 印頒하기를 啓請하므로 임금께서 撰集廳을 시켜 펴내게 하였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그 계문에 말하기를, “벽온방은 세종조에 이미 俚語로 번역하여 中外에 인반하였으나 이제는 稀罕한 까닭에 신이 언해를 가하여 간행하였고 … 운운” 하였다.

그러니 위의 기록을 들여다보면 오늘날 볼 수 있는 벽온방 이외에도 여러 가지 종류의 방역서가 지속적으로 간행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세종조에 俚語로 풀어서 간행하였다는 벽온방이 한글번역을 말하는지 이두가 곁들여진 것인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세종조에 처음 편찬된『의방유취』(1445년)에서 관련한 내용을 抄出하여 펴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중종20년(1525)에 펴낸 책을 일명 ‘續辟瘟方’이라고 부른다.

이상의 사실을 종합해 볼 때, 기록상 세종조에 처음 펴냈다는 벽온방(1445년경)을 필두로 김안국이 펴낸 언해벽온방(1518) - 속벽온방(1525) - 을해자중간본(1578) - 훈련도감활자본(1613)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벽온방 편찬의 계통을 설정해 볼 수 있다.

이제 이『간이벽온방(언해)』에 담겨진 내용을 살펴보자면, 본문에 앞서 통정대부로서 승정원도승지 겸 경연참찬관, 춘추관수찬관, 예문관직제학, 상서원정 등 여러 직함을 지니고 있던 김희수가 쓴 서문이 붙어 있다. 이 서문 역시 언해가 함께 붙어 있기에 자세한 저간의 사정이 백성들에게 잘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이다.

목차는 달려 있지 않고 본문은 ‘疫癘病候(모딘후)’로부터 시작하여 별다른 장절 구분 없이 역병의 증상에 이어 치료처방, 예방법, 단방, 금기법 등을 수록하였다. 그 가운데서도, 특별히 일상생활에서 전염병 유행 시에 조심해야 할 주의사항이 다양하게 제시된 점에서 오늘날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세시풍속과 慣行으로 묵수되어온 수많은 금기가 여기서 유래했음을 알 수 있다.

본문 첫 구절에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이 역병이 時氣(계절성심상감모)나 온열병(발열성전염질환)과 증상이 유사하며(相類), 한해 가운데 계절에 따른 기후가 조화를 잃어 춥고 더운 것이 어그러지거나 폭풍이나 疾雨, 霧露가 흩어지지 않음으로써 말미암아 생긴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올 한 해 동안 내내 이어진 열병의 유행이 유난히 푸근했던 지난해 겨울의 이상기온이나 기나긴 여름 장마에서 예고되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역려병이란 이름은 이 병에 걸리면,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증상이 비슷한데, 귀신에 씌운 듯해 붙여진 것이며, 병기가 서로 전염되기 쉬워 마침내 滅門에 이르고 다른 사람에게 미치므로 반드시 미리 예방약(預服藥)을 먹고 금기와 치법으로 막아야 한다고 경고하였다. 예방약과 치료처방으로 소합향원, 향소산, 십신탕, 승마갈근탕, 屠蘇酒, 螢火丸, 虎頭殺鬼元, 神明散 등이 등장하였고 雄黃, 松葉, 桃枝, 艾灸, 苦蔘, 小蒜 같은 약재가 예방과 치료목적으로 활용된 사실을 살펴볼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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