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면증(insomnia) 환자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갖춘 한의약적 치료법
상태바
[기고] 불면증(insomnia) 환자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갖춘 한의약적 치료법
  • 승인 2020.12.11 0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만기

황만기

mjmedi@mjmedi.com


네이버 지식인 한의학 관련 다빈도 Q&A (14)
황만기/ 서초 아이누리 한의원 대표원장(한의학박사)
황만기
서초 아이누리 한의원 대표원장
(한의학박사)

본 기고문에서는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를 통해 진행되었던 한의학 관련 질의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문의했던 내용을 간추려 이에 대한 한의사의 답변을 함께 게재한다.

 

Q. 현재 만 78세인 저희 친정 어머님의 만성적인 불면증에 대해서 상담을 드리고 싶습니다. 4년 전 저희 친정 아버님께서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면서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크셨던 것 같아요. 예전부터도 약간 우울증 경향이 좀 있으셨었는데, 사별 이후로 우울증이 엄청 심해지셨습니다. 밥도 너무 안 드시구요. 매사 의욕이 하나도 없으십니다. 밤에 멍하니 앉아 계시다가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시고, 잠깐 잠이 드셨다가도 새벽에 일찍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계십니다. 잘 때 꿈도 많이 꾸시는 것 같아요. 정신과에서 진찰을 받은 후, 항우울제 처방을 받으셨었는데, 양약 복용 이후로 불면증이 훨씬 더 심해지신 것 같습니다. 체중도 너무 많이 빠지셨고, 몸에 근육도 너무 없으셔서,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싶은 생각이 자주 듭니다. 저희 어머님께서 현재 여러 가지 복합적인 건강 문제가 있으시지만, 우선 잠이라도 좀 푹 잘 주무시면, 컨디션 회복이 많이 되실 것 같은데요, 한의학적으로 좋은 불면증 치료법이 있으면 꼭 좀 알려주세요.

 

A. 잠(수면)은, 우리의 삶에서,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강의 핵심적인 영역입니다. 불면증은 크게 2가지로 분류되는데요, 잠들기가 어려운 ‘입면 장애’와 잠은 쉽게 들지만 자는 도중에 너무 자주 깨거나 너무 일찍 잠에서 깨어나는 ‘수면 유지 장애’가 바로 그것입니다. 밤에 충분히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수면 부족 상태가 되어서, 낮 동안의 졸음, 피로감, 의욕 상실 등을 초래해,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삶의 질을 많이 떨어뜨립니다.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불면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3.4%로 매우 높게 조사되었습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면역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되어 암세포나 바이러스 등에 면역질환에 취약해지고, 백혈구 활동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인성 불면증(senile insomnia)이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노년기에 잠들기 어렵거나 자더라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새벽에 깨어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증세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잠들기가 어렵고, 밤에 자주 깨거나 숙면을 취하지 못하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되는 증세를 말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낮에 졸음이 자주 오고,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며, 낮잠을 자주 자게 됨으로써 피로감에 시달리는 상태가 됩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경우, 만 65세 이상 노인 3명 가운데 1명이 이러한 노인성 불면증 증세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인이 되면 낮 동안에 사회적 활동을 비교적 적게 하므로 낮잠을 자는 횟수가 많아져서, 밤에 수면장애를 일으키기가 쉽습니다. 또 젊은 사람들에 비해서 신체적·정신적 질병이 많고, 양약을 너무나 많이 복용한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기분장애나 불안장애, 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과적 질병들, 배우자와의 사별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수면 관련 호흡 장애, 야간 간대성 근육경련, 악몽 등도 노인성 불면증의 주요한 원인이 됩니다. 또한 각성제, 스테로이드제, 항우울제, 교감신경 차단제 등의 양약이나 카페인이 많이 함유된 커피와 지나친 음주 등도 노인성 불면증의 중요한 원인들입니다.

전통 한의학에서는 일반적으로 불면증의 원인을 아래의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a. 사결불수(思結不睡) : 생각이나 고민을 너무 지나치게 골똘하게 해서 잠을 못 자는 경우

b. 영혈부족(營血不足) : 과로, 수술, 출산 등으로 피가 부족해서 생기는 경우

c. 음허내열(陰虛內熱) : 음(陰)이 부족해서 허열(虛熱)이 생겨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

d. 심담허겁(心膽虛怯) : 갑자기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서 잠을 설치는 경우

e. 담연울결(痰涎鬱結) : 담(痰)이 가슴에 뭉쳐서 잘 놀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불면증 양상

[동의보감] 몽(夢)문을 보면, 위에서 첫 번째로 언급한 ‘사결불수(思結不睡)’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생각이나 고민이 너무 지나쳐서 잠들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사결불수(思結不睡) 패턴의 불면증의 경우에는, 가슴이 답답하고, 가슴이 자꾸 콩당콩당 두근거리게 되며, 입도 마르고, 소화도 잘 되지 않습니다. 생각이 많으면 기운이 쉽게 막히니까 기운을 소통시켜 주는 ‘가미사칠탕’이나 ‘귀비탕’과 같은 처방을 해야 불면증이 좋아지게 됩니다.

또한 담화(痰火)가 많거나 위열(胃熱)이 과잉되게 있어도 불면증이 생기게 됩니다. 담은 깨끗하게 소화되지 않은 수액대사 과정에서의 찌꺼기인데, 소화기가 순환 능력이 떨어져도 불면증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잠을 푹 잘 자려면 머리로 열이 오르면 안되는데, 담화나 위열은 머리 쪽으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잠을 푹 자지 못하는 것이므로, 이런 패턴의 불면증 상황에서는, ‘온담탕’이나 ‘산조인탕’과 같은 한약 처방으로, 담화와 위열을 제거하면 불면증이 빠르게 좋아집니다.

임상적으로는 기혈이 약해서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흔히 노인이나, 낮밤이 바뀌어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잘 나타날 수 있는데요, 기운이 부족해서 순환 능력이 떨어져서 불면증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런 패턴의 불면증 상황에서는, ‘십전대보탕’과 같이 기혈을 함께 보익해주는 처방을 복용하면 예상보다 빨리 불면증이 개선됩니다.

또한 불면증 치료에 좋은 3개의 경혈 자리가 있는데, 손목 근처에 있는 신문혈/발바닥에 있는 용천혈/하지부 내측에 위치한 삼음교혈입니다. 이 3개 경혈 자리를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부드럽게 지압이나 침치료를 해주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2018년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에 발표된 논문(불면 장애에 대한 천왕보심단의 체계적 문헌 고찰 및 메타분석 연구)를 살펴보면, 천왕보심단 치료군과 양약 치료군과의 임상적 효과 비교에서 천왕보심단 치료군이 양약 치료군에 비하여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좋은 효과를 나타냈습니다(RR: 1.15, 95% CI: 1.07 to 1.24, p<0.0001, I²=33%). 또한 천왕보심단+침 병용 치료군과 양약 치료군과의 임상적 효과 비교에서도, 천왕보심단+침 병용 치료군이 양약 치료군에 비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좋은 효과를 나타냈습니다(RR: 1.32, 95% CI: 1.13 to 1.54, p=0.0004, I²=0%).

다음에는 음의 기운을 보충해줌으로써 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과 한약을 몇 가지 소개해 보겠습니다.

우선 불면증을 치료하고 숙면을 도와주는 최고의 음식으로는 양파를 꼽을 수 있습니다. 양파는 음의 성질이 강하고 기운을 안쪽으로 모아주는 힘이 아주 셉니다. 저녁 식사 때 양파 0.5~1개를 된장에 찍어 먹으면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불면증에 좋다고 해서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속이 쓰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만일 생양파를 먹기 힘들다면 냄새만으로도 숙면을 취할 수 있습니다. 양파를 반으로 잘라서 3~4번 칼집을 낸 다음에, 접시에 담아 머리맡에 놓아두면, 양파의 알싸한 향이 방에 퍼지게 됩니다. 이 향에는 ‘유화알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비타민 B1의 흡수를 도와주는데, 이 비타민 B1이 신경을 안정시켜 주게 됩니다. 그래서 숙면에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추도 음의 기운을 보충해주는 대표적인 한약입니다. [동의보감]에 보면 ‘대추는 단맛으로, 부족한 경맥의 기운을 도와주어서, 음혈(陰血)을 보충한다. 음혈이 보충되면 경맥이 살아나기 때문에 능히 12경맥을 도와준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음혈이 보충되면 얼굴색이 대추같이 변하고 심기(心氣)가 좋아져서 불면증에도 역시 도움이 됩니다. 특히 겉에 있는 대추살보다는 안에 있는 대추씨가 숙면에 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살은 별로 없고 씨앗이 아주 굵은 산대추(멧대추) 즉 ‘산조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조인은 멧대추나무의 성숙한 종자를 건조하여 만든 것으로, 중추신경계통에 대한 조절 기능이 매우 좋아서 불면증에 수 천년 동안 임상에서 활용된 대표적인 한약재입니다. 산조인 하나만을 노릿노릿하게 볶아서 가루로 만든 후, 저녁 식사 이후에 티스푼으로 한 숟가락씩 복용하면 좋습니다. 가루를 못 먹는 사람의 경우에는 꿀로 반죽해서 산조인 알약으로 만들어서 복용합니다.

또한 연꽃의 열매(연자육)나 연꽃의 잎을 사용해서, 꾸준하게 한방차를 마시는 것도, 불면증 치료에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