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본 에도시대, 난의학을 만난 전통의학의 발전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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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일본 에도시대, 난의학을 만난 전통의학의 발전과 한계
  • 승인 2020.11.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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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새책┃일본인 이야기2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일본 에도시대의 전통의학 발전사를 통해 당시 피지배민들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발간됐다.

김시덕 지음, 메디치미디어 출간

출판사 메디치미디어는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 기획된 ‘일본인 이야기’ 시리즈의 제2탄인 ‘일본인 이야기2’를 지난달 28일 출간했다고 밝혔다.

저자인 김시덕 박사는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 연구원 HK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동부 유라시아 전쟁사를 주로 연구하는 역사학자다. 그가 쓴 ‘일본인 이야기’ 시리즈는 일본의 참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역사와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특히, 이번 2편은 에도시대에 난의학(네덜란드 의학)을 접하게 되면서 일본의 전통의학이 겪은 변화를 통해 에도가 ‘진보’하였는지, 아니면 ‘퇴보’하였는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도쿠가와 막부가 지배한 약 250여 년간의 에도 시대. 에도, 오사카, 교토 같은 대도시에서는 경제와 문화, 학문이 꽃피며 급격한 인구 증가를 달성했다. 하지만 일본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지방의 농민들은 가혹한 세금과 자연재해, 정부의 인재(人災)로 고통받는 삶을 영위했다.

과거 제도가 없었던 에도 시대에 피지배민들이 입신양명하는 길은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당시 의사들은 한자를 못 읽는 백성들을 위해 일본의 문자인 ‘가나’로 의서를 집필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의학이 점차 민중화되는 과정에서 난의학을 배운 의사들 중 이름을 날리는 이들이 나타난다. 이들은 일본에서 최초로 시체 해부를 하고, ‘해체신서’라는 해부학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특히, 시중 백성들을 주기적으로 위협하곤 했던 전염병인 천연두를 예방하는 데 성공하는 내용은 최근 코로나19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서양문물을 접한 일본이 근대화를 거치며 진보하게 되었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저자는 난학이 천연두를 물리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그 외에 백성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주었다고는 보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해부학조차도 우두법만큼 확실히 일본인의 삶에 기여했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 해부학 서적들이 출간되었다고 해서 당장 일본의 치료의 수준이 비약적으로 높아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해부학, 우두법을 제외한 난학의 나머지 분야는 더욱 일천한 수준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만약 도쿠가와 막부가 유럽과의 관계를 끊지 않고 이어갔다면, 일본 백성들은 유럽 의학과 과학의 혜택을 좀 더 일찍, 아마 백 년에서 2백 년 정도 앞서서 받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이렇듯 난학이 일본 피지배민들에게 끼친 영향을 분석하고, 난학의 장점과 그 한계를 동시에 바라보며 그동안 평화와 번성의 시대로만 일컬어지던 에도 시대의 본질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이에 의학도와 일반인 모두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값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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