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주모~여기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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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주모~여기 막걸리!
  • 승인 2020.11.06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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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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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한류미학

최근 BTS가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했었다. 외국인들이 BTS를 좋아해서 ‘아미’라는 팬클럽도 만들고 한글 노래도 따라 부르는 모습은 생소하기만 하다. BTS뿐만 아니라 블랙핑크도 외국에서 인기가 높다니 갑자기 우리나라가 문화 대국이 된 느낌이다. 중학교 다니던 시절 뉴키즈온더블럭 노래를 따라 부르고 미국과 일본 문화를 동경했던 필자에게는 이러한 모습들이 신기하다.

최경원 지음, 더블북 출간
최경원 지음, 더블북 출간

코로나 19 이전의 일이다. 대학교 동기들과 가족을 동반하여 충남 부여에서 모임을 하였다. 일요일에 만나 하루를 보내고 날이 저물기 전 근처 부여 박물관에 방문하였다. 국립 부여 박물관에는 유명한 백제금동대향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터라 궁금하기도 하였다. 국립 부여 박물관의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백제금동대향로를 보는 순간 정말 놀라웠다. 사진으로 보던 향로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큰 크기에 정교하면서도 화려하게 조각된 무늬를 보니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백제인들의 예술혼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관심이 생겨 검색해보니 중국의 박산향로를 표절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중국에서 전해진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그러나 박산향로와는 차원이 다른 향로이기에 우리 고유의 예술품으로 보는 전문가 시각이 많았다.

현대 예술 작품과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역사적 유물을 미적으로 분석한 『한류미학』에서 금동대향로와 같은 우리의 문화재를 현대 미학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저자는 최경원이라는 현재 디자인 연구소의 대표이다. 현재 서구 유럽이나 미국에서 유행하는 디자인과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연구한 것을 책으로 저술하였다. 처음에 출판한 것은 선사시대부터 신라 시대까지의 문화 유물이다,

저자는 연천에서 발굴된 주먹도끼를 ‘구석기 시대 맥가이버 칼’이라고 표현하였다. 한 손에 꼭 들어가면서 가장 윗부분의 뾰족한 부분과 옆면의 매끄럽고 날카로운 부분 그리고 반대편 옆면의 톱과 같이 거친 부분이 있어서 하나의 구석기가 찌르고, 썰고, 자를 수 있는 세 가지 역할을 하는 만능 도구라고 하였다. 그동안 뭉툭한 돌멩이로 봐왔던 필자가 돌멩이에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당시 과학으로는 최선의 도구였었다.

바닷가나 강가에서 고기를 잡아먹는 신석기인들을 위해 모래에 꽂아서 쓸 수 있는 실용적인 빗살무늬 토기, 그리고 곡선 디자인을 살리면서도 칼날에 홈을 파두어 찌르고 바로 빼기 쉽게 만든 청동검 등 선사시대에서부터 문화유산을 현대의 시각에서 분석하였다.

고구려 시대에 만든 휴대용 가스레인지였던 철제 부뚜막, 곡선의 추상적인 디자인에 실용을 가미한 토기·말 머리 뿔잔·오리 모양 토기 등을 보다 보니 그동안 봐왔던 우리의 유물들이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백제의 멋스러운 은제허리꾸미개, 금동신발, 금동대향로 등을 보니 백제는 문화를 아끼고 높은 수준의 공예품을 향유했던 국가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양의 갑옷처럼 통짜로 만들지 않고 작은 철 조각을 이어 만든 가야의 갑옷을 보니 굉장히 실용적인 나라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신라의 화려한 누금세공 귀걸이, 말 발걸이, 초 심지 가위 등을 보니 화려하고 전 세계 문화의 중심지였던 신라의 옛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였다.

역사 유적을 좋아하는 필자는 여행을 가면 항상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는다. 해외 유명 박물관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왜 우리나라에는 저 정도 작품이 없을까는 생각을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네, 고흐, 피카소 등등의 작품을 보면서 부러웠다. 그리고 우리의 달항아리 도자기와 화선지에 그린 그림과 비교가 되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한쪽으로 기울어 있는 달항아리 도자기가 현대 추상 미술 작품으로 보이고, 추사의 세한도가 여백을 살려 특징을 단순화시킨 작품으로 생각되어 우쭐해진다.

한의학도 마찬가지이다. 중국 의학을 가져와 쓰고 있다고 비하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외국에서 의학을 받아들였어도 조선의 실정에 맞게 창의적으로 변화시켰다. 조선 초기 고려 시대의 유행했던 향약(鄕藥) 의학을 정리하여 조선 의학의 표준을 만든 『향약집성방』, 그리고 세종대왕이 당시 의학적 지식을 모두 모아서 하나로 정리하여 의학의 플랫폼을 구축한 『의방유취』, 그리고 과거와 최신의 지견을 모아 허준의 관점에서 저술한 실용적인 『동의보감』등 한국 한의학의 대표적인 의서들이 대변한다.

한때 우리의 문화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얀 옷을 입고, 순종적이고, 노예근성이 있고, 창의력이 떨어지고, 분열하고 싸우기 좋아하는 민족으로 일본 제국이 교육한 대로 평가하고 위축되어 살아왔었다. 그러나 우리는 앙드레 김의 옷처럼 하얀 옷을 즐기고, 예의가 바르며, 한글과 같은 문자도 창의적으로 만들고, 위기가 있으면 하나로 뭉치는 대한민국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겠다.

 

정유옹 / 사암침법학회,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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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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