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아임 낫 범인,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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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아임 낫 범인, 오케이?
  • 승인 2020.10.30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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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국제수사
감독 : 김봉한출연 : 곽도원, 김대명, 김상호, 김희원
감독 : 김봉한
출연 : 곽도원, 김대명, 김상호, 김희원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주인공보다 더 끌리는 매력적인 조연들이 있다. 이들은 주연들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맡은 그 어떠한 배역도 찰떡같이 소화시키며 관객들을 쥐락펴락한다. 그로인해 흥행 영화를 면밀히 살펴보면 조연들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 최근 작품들의 경우 점차 조연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 결과 연기력 있는 배우들이 많이 발굴되면서 관객의 입장에서는 만날 그 얼굴이 아닌 다양한 배우 스펙트럼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필리핀으로 인생 첫 해외여행을 떠난 대천경찰서 강력팀 병수(곽도원)는 범죄 조직 킬러 패트릭(김희원)의 셋업 범죄에 휘말려 살인 용의자가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현지 가이드이자 고향 후배 만철(김대명)과 함께 수사에 나선다. 하지만 형사 본능이 끓어오르는 마음과는 달리 병수의 몸과 영어는 따라주지 않고, 필리핀에서 재회한 죽마고우 용배(김상호)가 끼어드는 바람에 수사는 자꾸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지난 8월,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개봉 3일을 앞두고 전격 연기된 후 추석 연휴에 개봉하게 되었던 <국제수사>는 그동안 스크린에서 조연배우로 종횡무진하던 곽도원을 비롯한 김대명, 김상호, 김희원 등의 배우들이 주연으로 등장하며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미 씬스틸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던 배우들이라 모든 것을 떠나 이들의 연기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특히 영화 내내 들리는 충청도 사투리로 인해 영화가 끝나고 난 후 자연스럽게 사투리가 나올 정도로 <국제수사>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달리 촌티 팍팍 나는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국제수사>는 여기까지이다. 배우들의 연기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더 많은 영화이다. 우선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많이 등장하는 ‘셋업 범죄(타깃을 정해 놓고 죄를 뒤집어씌우며 범죄)’를 기반으로 하여 제작되었지만 영화에서는 너무나 우연히 모든 일들이 발생하면서 주인공이 자초하는 상황이 되다보니 현실감과 긴장감이 많이 떨어지며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방해하고 있다. 거기다가 모든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예측되는 설정과 함께 죽마고우를 표현하기 위한 어린 시절 장면이 현재와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깔끔하지 않은 구성으로 산만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필리핀이라는 나라를 부정적인 측면에서만 표현하고, 웃음 포인트가 별로 없는 코미디 영화라는 점 등이 아쉽게 느껴진다. 단, 조연 배우들이 주연으로 등장하면서 비어져 버린 조연 역할을 당당히 꿰찬 필리핀 배우들의 연기가 오히려 인상적이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 길이 막힌 상황에서 그나마 필리핀의 이국적인 장면을 보는 깨알 같은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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