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걷는 속도만큼 세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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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걷는 속도만큼 세상이 보인다.
  • 승인 2020.10.2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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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히준

박히준

mjmedi@mjmedi.com


도서비평┃마흔 넘어 걷기 여행

20대 내 꿈은 세계여행이었다. 내가 속한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의 삶을 느끼고 체험하고 다른 세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세계여행에 대한 꿈은 여전히 나에게 진행형이다.

김종우 지음, 북클라우드 출간
김종우 지음, 북클라우드 출간

기본적으로 여행의 원동력은 호기심일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연구도 일종에 호기심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연구와 여행은 공통점이 있다.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호기심은 “열린 마음이 전제”가 되고, 이러한 마음이 “새로운 도전에 원동력”이 된다. 그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그건 상관없다. 결국 그 경험은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기반이 될 것이기에.

어느덧 인생의 전환기인 중년에 접어들었지만, 하고 싶은 일은 여전히 산더미처럼 많다. 폭풍같던 청춘을 지나 인생의 쓴맛 단맛을 알게 된 나이, 그러나 아직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은 나이...... 중년에 들어선 지금, 과연 어떤 일부터 시작해 보면 좋을까?

한방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마흔넘어 걷기여행”을 통해 호기심을 일깨울 수 있는 걷기 여행이 바로 그 답이라고 제안한다. 저자는 우연한 계기로 히말라야 트레킹에 참여하게 되었다. 안나푸르나를 배경으로 멋진 일출을 볼 수 있는 해발 3210m의 푼힐 전망대까지 걷기 여행,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고산병과 싸우며 네 발로 기어오르다시피 도착한 그곳에서 저자는 인생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결과보다 과정이, 인생의 목표보다 인생을 살아가는 나만의 방식을 고민하는” 중년이란, 여전히 “삶의 질곡을 견디며 묵묵히 걸어가는 진행형 삶의 과정”에 있다. 이러한 시기에 걷기는 뇌를 깨우고, 건강한 육체와 마음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저자는 “걸을 수 있다면 삶의 마지막까지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기”에, 환자들에게 치료처방의 시작으로 걷기를 권한다고 한다. 걷기는 신체적인 건강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스레 명상과 같이 생각이 깨어나고 스스로의 문제해결의 힘이 생기기 마련이다. “걷는 속도만큼 세상이 보인다”는 저자의 말처럼, 걷다보면 치열하고 빠르게 살아온 삶의 속도를 조절할 용기와 주변이 아닌 자신의 속도로 살아갈 힘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이 책에는 직접 체험한 세계의 걷기여행 명소들이 소개되어 있다. 네팔의 히말라야, 스페인의 산티아고, 이탈리아의 아말피와 돌로미티, 터키의 리키안 웨이, 일본의 규슈 올레, 프랑스의 파리, 지리산 둘레길 등... 이름만 들어도 벌써 가슴을 뛰게 하는 곳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멋진 트레킹 명소들의 소개와 함께 저자의 생생한 경험과 감상을 듣는 것도 참으로 맛깔스럽다. 특히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터키의 리키안 웨이를 읽고 있을 때 내 마음은 이미 그 길 위를 걷고 있었다. 요즘이야 유튜브를 열면 실제 영상들을 쉽게 접할 수도 있겠지만, 책으로 읽는 여행 기는 상상의 자유를 덤으로 얻을 수 있어 좋다. 또한 이 책은 걷기 여행의 필요성, 건강한 걷기를 위한 방법과 같은 유용한 정보들도 담고 있으니 참고해보길 바란다.

요즘은 코로나19로 멀리 가는 여행은 언감생심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시기이다. 과연 언제쯤 이 책에 담긴 멋진 걷기명소에 직접 갈 수 있을지 예상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듯 하다. 나도 최근 매일 걸으며 걷기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늘 살던 곳임에도 걸을 때마다 또 새로운 동네 모습이 발견되니 놀라울 따름이다. 걷는 속도만큼 세상이 보인다는 저자의 말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디 그뿐이랴.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걷기“, 그것은 ”내 삶“이란 말의 또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일상과 함께하는 걷기여행은, 꼰대가 되지 않도록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말라고, 그리고 걷는 속도를 조절하듯이 내 삶의 시계를 스스로 맞추고 살라고 얘기해준다.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보면, 언젠가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될 것 같아 오늘도 마음이 설렌다.

 

박히준 / 경희대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 소장, 경희대 한의대 교수, 장-뇌축기반 맞춤형 침치료기전연구실 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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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S 2020-10-25 21:08:44
좋은 책소개 감사드리고, 좋은 비평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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