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생물학으로 바라보는 남성의 진화와 멸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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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생물학으로 바라보는 남성의 진화와 멸종사
  • 승인 2020.10.09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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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naiching@naver.com

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유감스러운 생물, 수컷

제목에 ‘유감스러운’이란 표현을 하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책은 눈길은 끈다. 사전에 ‘유감스럽다’는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러운 느낌이 남아 있는 듯하다’로 풀이되고 있다. ‘수컷’의 상대는 ‘암컷’이라는 측면에서 결국 ‘암컷’에게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이고, ‘암컷’에게 섭섭하고 불만스러움이 남아 있는 듯한 것이 ‘수컷’이라는 제목이다. 왠지 찝찝함이 더해지는 것은 부제목에서다. ‘생물학으로 바라보는 남성의 진화와 멸종사’라는 것에서 남성을 생물학적 시각에서 보겠다는 것이고, 또한 그 남성의 진화와 멸종의 역사를 다루겠다는 의지가 찝찝함을 넘어 다소 끔찍스럽기까지 하다. 자극적인 제목이란 점에서 이 책이 내게도 선택되었겠지만, 제목과는 다르게 책을 읽다 보면 다소 마음이 누그러지게 된다.

후지타 고이치로 지음, 혜원 옮김, 반니 간행
후지타 고이치로 지음,
혜원 옮김, 반니 간행

이 책에 등장하는 인간에 관해서는 대개의 통계를 일본의 경우에서 살펴본 것이지만, 그것이 곧 비슷한 환경을 가진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성에 비해 높은 남성의 자살률이라든가, 젊은이의 초기 이혼률 증가라든지, 50세를 기점으로 결혼한 적이 없는 비율을 말하는 생애미혼율에서의 남성증가, 은퇴한 남편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생기는 병인 부원병(夫源病)의 증가 등이 우리에게 멀지 않은 얘기가 될 수 있다. 이는 아이가 태어나면 여성에게 있어서 더 이상 남성이 필요없어진다는 결론을 저자는 내놓고 있는데, 이를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생물학자라서 그런지 동물의 세계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받아들이자면 유감스럽기 보다는 수컷이 불쌍하기까지 하다.

실제로 이 책에서 보여주는 많은 부분에서 수컷은 암컷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며, 암컷보다 화려하거나 다양한 치장을 하면서도 돋보이는 소리를 내는 수컷의 노력은 가히 눈물겨울 정도다. 게다가 교미를 통해 수정을 끝내면 암컷에게 살해당하거나 잡아먹히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면 그 생애가 처참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면서도 어떤 암컷은 교미를 끝내고 나면 곧바로 다른 수컷으로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그걸 당연시 여기는 동물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그러면서도 그들 곤충과 새와 짐승들의 생활상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자연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그리면서도, 인류문화의 발달과 더불어 남성의 정자 약화와 남성의 여성화를 걱정하고 있다.

결국 이 시대의 문명이 남성이 필요없는 사회로 만들어가고 있음에 경고를 하며, 우리 세계가 만들어내는 각종 항생물질과 지나친 깨끗함으로 다른 미생물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현대 문명 생활이 인류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이는 우리 몸과 함께 하는 각종 미생물의 감소와 관련있으며, 규격화된 가축은 위기에 처했을 때 순식간에 멸종한다는 측면에서 인류의 다양한 발달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자연의 멸종 속도가 급속하게 증대됨을 걱정하며, 그 어느 때보다 인류가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현대의 환경파괴 행위를 멈춰야 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는 환경친화적인 한의학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김홍균 金洪均 / 서울시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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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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