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34> - 『痘方新編』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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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34> - 『痘方新編』①
  • 승인 2020.10.10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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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역병의 變異에 대응한 새로운 辨證方法

이번 코로나 감염병의 확산을 저지하려고 연중 최대의 명절에 성묘와 고향방문을 자제하면서까지 방역에 집중해 확진자 발생 비율이 다소 주춤해진 형세이다. 하지만 유럽에선 다시 감염이 재연되고 있고 아프리카와 남미의 여러 국가에서는 갈수록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여러모로 몹시 우려스러운 실정이다.

◇ 『두방신편』
◇ 『두방신편』

 

이런 와중에 세계정상 가운데 영국총리와 브라질대통령에 이어 미국대통령 부부까지 확진판정을 받고 격리 수용되어 치료를 받고 있는 형편이다. 언제 이 돌림병이 종식될 수 있을는지 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인데다가 온 세계인이 손꼽아 기다리는 치료제나 예방백신 개발도 여의치 않은 듯 유행이 해를 넘겨 일상화되리라는 암울한 전망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이즈음 일상사보다는 늘 시시각각 변화하는 방역현황에 대한 관심이 우선순위를 차지하는지라 아무래도 다른 어떤 주제보다는 방역의서에 먼저 눈길이 끌리게 된다. 조선 후기 방역전문서 가운데 『두방신편』은 이전의 다른 마진이나 두창서와 달리 새로운 체제를 갖고 있어 간략하게 내용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30센티를 훌쩍 넘기는 훤칠한 외양을 갖추고 있는 이 책에는 겉모습과 달리 본문엔 서발이나 목차가 갖춰있지 않다. 따라서 자세한 내력을 파악하기 어려우나 다행이도 대략 저술연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왜냐면 책력의 이면을 재활용해서 기록했기에 다행히 ‘道光三十年歲次庚戌時憲書’라는 명문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해를 서력으로 환산하면 1850년이 되는데, 당연히 그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 보아야한다. 그런데 겉표지에는 ‘痘方新編’이란 제목과 아울러 ‘歲在丙戌神方痘方’이라 적은 필적이 남겨져 있기에, 대략 고종 23년인 1886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제첨부에는 엉뚱하게도 ‘趙雄傳上’이라 적은 표제가 적혀 있는데, 아마도 한글소설인 조웅전을 베껴두고 한가할 때 읽어보려 했다가, 갑자기 두역이나 마진 같은 돌림병이 창궐하게 되자 다급해진 나머지 애초에 맘먹었던 생각을 바꿔 현실적으로 시급하게 필요한 이 두창방서를 먼저 엮어 적게 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본문은 ‘發熱三日在腎經程治方’이란 이름으로부터 시작한다. 대개 허준이 지은『두창집요』나 박진희의『두창경험방』이후 두창의 병증이 진행되는 경과에 따라 전변과정을 ‘發熱三日, 出痘三日, 起脹三日, 貫膿三日, 收靨三日’로 나누고 있다. 간혹 책에 따라서 ‘初熱, 出痘, 起脹, 貫膿, 收靨’이나 ‘始痛, 出見, 起脹, 貫膿, 收合’과 같이 문자는 다소 달라지지만, 증상이 바뀌게 되는 시점을 5단계로 나눠 각각 3~4일씩 배정한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와 달리 이 책에서는 ‘發熱, 見點, 起脹, 貫膿, 收斂, 收靨落痂’로 단계가 하나 더 설정되어 있다. 또한 각 전변단계별로 오장경락을 배속한 것이 매우 특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컨대, 처음 두창이 시작하여 3일간 발열이 지속되는 단계를 족소음신경에 배속하고 아예 이 시기에 쓰는 치방을 곧바로 배정하였는데, 앞서 본 것처럼 ‘發熱三日, 在腎經程治方’이라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두창의 창종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하는 시기에 사용하는 치법을 ‘見點三日, 在心經程治方’이라는 제하에 논하였다. 이어 ‘起脹三日, 在心肺二經程治方’, ‘貫膿三日, 在肺經治法’, ‘收斂三日, 在肝經程治方’, 그리고 끝으로 ‘收靨落痂三日, 在脾經治法’으로 구분하여 치료대책을 펼치고 있다. 여러 차례 거듭된 두창 치료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변이된 전염병의 전변규율을 파악하여 새로운 대처법을 다각도로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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