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연구 기업 ‘진리서치’로 환자 증례 연구 한의사 지원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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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연구 기업 ‘진리서치’로 환자 증례 연구 한의사 지원하고파”
  • 승인 2020.10.0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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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한의계의 여성 활동가(4) 한가진 진리서치 대표

경희대병원 임상 펠로우 이후 IRB 위원 등…올해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 과제 2건 수행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임상 펠로우로 시작해 한의약임상시험센터 학술연구교수로, 그리고 로컬병원의 한의약연구소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 1인 연구개발기업인 ‘진리서치’로 활동하고 있는 한가진 대표. 임상의와 연구자의 길을 넘나드는 그의 향후 목표는 무엇일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위장소화내과)를 마치고, 강동경희대학교 한방병원에서 펠로우로 임상진료를 시작했다. 그 이후 경희대학교 한방병원에서 연구펠로우를 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같은 병원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위원으로 IRB의 국제인증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며 연구윤리에 대해 깊게 접해볼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경희대학교 한의약임상시험센터 학술연구교수로서 한의약임상시험센터의 초기설립과정부터 실제 연구수행의 전반적인 과정을 경험하였다. 또한 우석대학교와 경희대학교에서 본과 3학년들에게 비계내과학을 가르쳤다. 그 이후 소람한방병원 한의약연구소장, 기관생명윤리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한의약을 이용한 통합암치료의 근거에 대해 연구하였고, 현재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의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개발기업인 진리서치의 대표를 맡아 연구와 경영을 하고 있다. 또한 한의증례연구학회의 교육이사로 활동 중이다.

 

▶진리서치는 어떤 기업이며, 이 회사를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진리서치는 ‘진:리서치’와 ‘진리:서치’의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진:리서치’는 본인의 이름에서 딴 ‘진’과 함께 증명 가능한 진실을 연구한다는 뜻이고, ‘진리:서치’는 이런 연구를 통해 사람을 치료하는 의미 있는 한의학이라는 진리를 찾고 지향한다는 뜻이다.

로컬병원에서 경험한 환자들에 대한 증례연구를 몇 편 펴내면서, 진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증례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피부로 느낀 바가 많았다. 또한 현재 한의계에서 오랜 기간 동안 축적해놓은 환자들의 소중한 데이터를 연구결과로 정리해서 증례연구 혹은 후향적 차트리뷰 등으로 논문화 하려는 수요가 많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를 시작하고 싶어도 IRB승인부터 데이터 수집, 논문작성까지의 과정을 부담스러워하는 한의사들이 많았다. 이에 착안하여 나의 경험을 토대로 논문 작성의지가 있는 한의사들을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에 ‘진료에 힘이 되는 연구파트너, 진리서치’를 설립하게 되었다.

또한 많은 여한의사들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는데, 출산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환경의 변화가 생겼다. 그 변화 가운데서 연구를 놓지 않고 좀 더 창의적으로 일해보고 싶었던 마음도 진리서치의 시작에 불을 당겨주었다.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도교수의 영향이 컸다. 레지던트를 하면서 석사과정을 밟는 중 지도교수였던 김진성 교수가 규모가 큰 R&D 과제를 많이 수행하고 있었는데, 참여연구원으로 과제 수행을 도우면서 한의약 연구의 존재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당시 임상진료와는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되고 나름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 이후 연구와 관련된 다양한 교육을 받으면서 점점 더 연구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1인 연구 기업으로서의 애로사항이 있다면 무엇인가.

막연히 ‘1인 기업’하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그 동안 계속 동료들이 많은 곳에서 근무해왔는데 이제는 모든 고민을 혼자 해야 하고,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좁은 길이라는 점을 늘 느끼고 있다. 주변에 고민을 들어줄 선후배 동료들이 많이 있긴 해도 실제 기업의 대표로서 책임을 늘 느끼고 있다. 물론 전국의 한의원 원장님들과 같은 종류의 고민이겠지만, 연구개발기업이라는 점에서 그 고민의 성격이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여러 새로운 길을 계속 도전해보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는 무엇인가.

창업한지 갓 1년이 되었기 때문에 아직은 이것저것 도전 중에 있다.

진리서치의 첫 연구의뢰인은 현 ㈜CY 연구소의 임정태 소장으로, 당시 목동동신한방병원 임상교수로서 한국연구재단 과제를 수행하던 중 진리서치와 협업을 제안하여 파킨슨 질환에 대한 네트워크 메타분석을 함께 수행하였다. 현재 해당 연구의 논문 출판을 준비 중에 있으며. 또한 동일 질환에 대한 후속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가천대학교 김송이 교수와 함께 발목염좌에 대한 프로토콜 논문을 integrative medical research에 출판하였으며, 또 한의증례연구에 대해 정성적으로 분석한 논문이 경락경혈학회지에 곧 출판될 예정이다.

또한 2020년도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 신규과제로 선정된 2건을 학계 연구자들이 협업을 제안해주어 함께 수행하고 있다. 하나는 근거기반 지침개발 과제로 선정된 ‘과민대장증후군 표준한의임상진료지침 개발 연구(연구책임자: 경희대학교 박재우 교수)’이며, 하나는 한의의료기술최적화연구(근거합성연구)인 ‘전국 등록장애인의 한의치료에 대한 경제성 평가 및 한의의료 이용현황(연구책임자: 임정태 ㈜CY 연구소장)’ 연구다. 또한 KMCRIC 센터장인 경희대학교 이향숙 교수를 도와 한의계 개원의중심연구망(Practice-based research network) 구축관련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더한’과 협업하여 한의사가 연구개발한 건강기능식품을 진리서치의 온라인 스토어에 런칭하였고, 추후 공동개발 예정인 제품을 기획하고 있다.

▶한방내과 전문의로서 임상을 경험한 연구자인데, 이러한 본인의 경험이 주는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의대 졸업 후 연구자의 길을 걷고자 할 때, 곧바로 대학원을 진학하는 방안과 짧은 기간이라도 임상을 경험하는 방안 중 어느 쪽을 추천하고 싶나.

임상경험을 쌓고 연구를 시작하는 일은 연구질문을 수립할 때 임상에서 부딪혀보았던 부분을 기반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임상현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연구는 아쉬움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진리서치를 꾸려가면서 진료의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임상현장으로 나가고 있다. 최근까지 어느 소아 한의원에서 8개월간 장기대진을 했었는데, 이 덕에 소아에 대해 연구할 소재가 떠오르는 것을 경험했다. 최근 정부의 R&D 과제에서 임상의를 연구원으로 참여시킬 것을 독려하는 것, 개원의중심연구망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임상의 현장을 경험하는 것이 좋겠지만, 언제 임상을 경험하면 좋다고 시기를 단정짓는 것보다는 본인의 상황에 맞추어서 하면 될 것이다. 본인이 직접 임상을 하기 힘든 경우라면 임상의들과 협업을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본과 4학년 학생이던 당시 경희대학교 김호철 교수를 찾아가 병원에 지원할지 개원가로 나갈지를 상담한 적이 있다. 그때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난다. 지금 아니면 경험하기 힘든 것을 선택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이었다. 당시 나는 수련의를 마치고 개원가로 가려는 생각으로 인턴과정을 선택했다. 그 이후로 레지던트가 되었고, 연구라는 것을 접할 기회가 생겼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나 역시 계속 고민하는 중이기에 누구에게 감히 조언을 해 줄 상황은 되지 않지만 조금 더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얘기해주고 싶은 것은 내가 교수님에게 들었던 이 조언이다. 또 내가 무엇을 할 때 재미있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길로 가면 될 것 같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모르겠다면 일단 뭐든지 길이 열리는 대로 부딪혀보길 추천한다. 부딪혀보아야 내가 뭘 잘하는지, 뭐가 재미있는지 알 수 있다.

다양한 연구 현장과 임상 현장에 있는 많은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되 그것이 전부는 아닐 수 있는 점을 항상 기억하고, 더 창의적인 길을 꾸려갔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우선 연구개발 전문기업으로서 임상 현장을 지원하는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 최근에도 한의원에 내원한 환자들의 데이터로 증례논문을 작성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연구기획에 대한 자문을 수행했다. 이와 같이 진료에 힘이 될 수 있는 연구파트너가 되고 싶다. 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협업자로서 한의계에 기여하고 싶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다가가고 신뢰할 수 있는 한의학의 논리와 근거, 매뉴얼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SNS를 하면서 한의계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직도 한의학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이 매우 많다는 것을 깨닫고 나름 충격을 받았다. 친근하고 따뜻한 한의학을 잘 알려주는 한의학 큐레이터가 되고 싶다.

아울러 진리서치가 추후 성장하게 된다면 출산과 육아로 환경의 변화를 겪으며 경력단절이 된 후배들에게 좋은 근무환경을 선물하고 싶은 작은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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