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질병으로서의 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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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질병으로서의 노화
  • 승인 2020.09.2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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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ajhj@unitel.co.kr

1987.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1993. 02 경희대학교 대학원 한의학박사 1996.10-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1997.03-2012.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신계내과학교실 주임교수 2017.03-2020.02 대한한방내과학회장 저서 남자 그리고 여자, 갑상선클리닉,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 성학, 다한증의 이해와 치료 등


도서비평┃노화의 종말

완연한 가을입니다. 청명·상쾌한 이 계절을 만끽하고 싶은데,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 느낌입니다. 위기경보 심각 상태의 코로나19 때문에 심신이 음울해진 탓도 적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원기(元氣)가 떨어진 까닭입니다. 음기(陰氣)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40은 물론, 10년마다 간심비폐신 오장의 기운이 차례대로 쇠약해진다는 50도 훨씬 지나 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렀으니 당연한 걸까요? 최근에 접한 『노화의 종말(Lifespan)』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노화는 삶의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질병의 일종이므로, 이 또한 치료할 수 있다면서요. 이제껏 숙명으로 받아들였던 노화를 늦추고 멈추게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되돌리기도 가능하다고?

데이비드 싱클레어‧매슈 러플랜트 지음, 이한음 옮김, 부키 출판
데이비드 싱클레어‧매슈 러플랜트 지음,
이한음 옮김, 부키 출판

언뜻 정신 나간 소리로 들리기 십상인 이야기를 자신 있게 펼치는 주인공은 하버드 의대 데이비드 A. 싱클레어(David A. Sinclair) 교수입니다. 그는 노화와 유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인물인데, 자신의 25년간에 걸친 장수 관련 연구를 집대성해서 엮은 이 책을 읽노라면 귀가 솔깃해집니다. “노화 자체가 질병이다”라는 그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가령(加齡)에 따른 심장병·치매·암 등의 퇴행성질환들은 그저 노화에 수반되는 증상이기에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거든요. 이제껏 노화에 대한 통일된 이론은 없었는데, 그는 생로병사에 관한 새로운 통합 모형(젊음 → DNA 손상 → 유전체 불안정 → DNA와 후성유전체의 교란 → 세포의 정체성 상실 → 세포 노화 → 질병 → 죽음)을 제시하며 이 단계들 중 어느 한 곳에든 개입할 수 있다면 수명 연장이 가능하다고 역설하는 것이지요.

책은 과거 현재 미래의 3부로 구성됩니다. 1부는 ‘집단 선택’, ‘맞버팀 다면 발현’, ‘일회용 체세포 가설’, ‘유전 정보의 상실’, ‘오류 파국 가설’, ‘노화의 자유 라디칼 이론’ 등 지금까지 노화에 관한 각종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뒤, 자신이 주창한 ‘노화의 정보이론’을 제시한 부분입니다. 그동안 파편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기분이 들더군요. 현재 서양의학의 각종 노화 극복책을 소개한 2부는 항노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라파마이신·메트포르민·레스베라트롤·NAD증진제 등의 약물들이 어떤 실험으로 어떻게 밝혀졌는지 상세히 알려주는 부분입니다. 꽤 전문적인 내용임에도 적절한 비유와 뛰어난 문장력 덕택에 술술 읽히더군요. 3부는 노화예방백신·3D프린팅 맞춤신체기관 생산 등과 같은 첨단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세계가 현란하게 펼쳐질 서양의학의 미래를 예견하는 한편, 성큼 다가온 장수시대에 필연적으로 뒤따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문제점을 통찰한 부분입니다. 특히 그는 감염병 팬데믹을 경고했는데, 책 출간 3개월 뒤 실제로 코로나19가 터졌으니 탁월한 혜안을 지녔다고 해야겠네요.

벌써 10년도 전에 존경하는 선배님 한 분이 노인들의 무릎이 아프고 저린 슬관절염을 노화(老化)가 아니라 약화(弱化)로 접근해서 보약(補藥)을 적절히 활용하면 탁월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발상을 전환하면, 즉 한 생각 바꾸면, 사바세계가 곧 정토인 것을….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안세영
1987.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1993. 02 경희대학교 대학원 한의학박사 1996.10-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1997.03-2012.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신계내과학교실 주임교수 2017.03-2020.02 대한한방내과학회장 저서 남자 그리고 여자, 갑상선클리닉,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 성학, 다한증의 이해와 치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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