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32> - 『生理解剖圖說』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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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32> - 『生理解剖圖說』①
  • 승인 2020.09.19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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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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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온몸을 투시하듯, 銅版畵로 인쇄된 인체도

민국시기 중국에서 전해진 이 책의 정서명은 권수제면에 기재한 ‘生理解剖圖說’을 따라 표기하였다. 하지만 이 新書를 열독했을 조선의원은 겉표지에 ‘新增’이란 말을 덧붙여 ‘新增生理解剖圖’라고 제첨을 기재해 놓았다. 이 책은 원래 서양의학에서 전입된 인체순환생리와 신경해부학설을 한문으로 번역하여 펴낸 것이다.

◇ 『생리해부도설』
◇ 『생리해부도설』

대개 이 책은 단독으로 유통되기보다는 주로 중국에서 펴낸 당판 『동의보감』이나, 『의학입문』, 『만병회춘』같이 비교적 권질이 많은 의학전서에 별편으로 편입하여 보급된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아마도 신식연활자로 인쇄된 이 책의 분량이 많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기존의서의 명성에 신지식을 곁들여 구매 욕구를 한층 더 높여보려는 판매 전략이 주효했던 결과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요한 이유는 당시 시대상황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대개 이 책이 보급되는 시기 중국에선 청대 말부터 민국초기까지, 조선에서는 구한말~일제강점기에 이르는 기간으로 서양의학이 의학계의 주류를 점하게 되면서 기존의 전통의학계에선 신의학 지식을 습득하여 뒤바뀐 의료계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이어졌고 동서의학 절충을 통해 제도적으로 소외된 전통의사의 권위나 직능을 되찾아보려는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다.

전서에 편입된 책이기에 서명은 달라도 서발이나 목차가 따로 없이 곧바로 본문이 시작된다. 첫머리에 골격을 이루는 개요(人身構造之大要)로부터 시작하는데, 골, 근육, 인대, 피부, 점막, 신경, 맥관, 선, 내장 순으로 구분하였다. 그 설명에 “사람의 몸은 뼈를 기초로 이루어졌는데, 온몸에 약 200여개의 뼈가 있으며, 근육이 뼈에 붙어있어 형체를 이룬다. 뼈와 뼈가 연결되어 있는 곳을 관절이라 부르고 인대가 여기저기 이어 붙어있어 운동과 동작이 마음먹은 대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이하 생략)”고 해설하였다.

내장은 크게 소화기, 호흡기, 순환기(일명 血行器), 비뇨기(일명 배설기), 생식기 5가지로 기능에 따라 분류하였는데, 오늘날 인체 생리기능 분류에 따른 내과의 영역구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이러한 분류법이 벌써 이때부터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어 흥미롭다.

신체 외부의 명칭은 두부, 경부, 상하지, 흉부, 복부, 5가지로 크게 구분하였는데, 이를 5總部라고 부르며 그 아래 작은 부위 명칭을 다시 세분하여 나눠놓았다. 대략 『동의보감』· 외형편에서 채용한 분류법과 형태상 비슷하면서도 또한 상하 층차를 두어 구분하였기에 자못 비교 고찰해 볼만한 대상이 된다고 하겠다.

두개부와 흉복부를 구역별로 나눠서 가로세로(方格)로 줄을 긋고 표시해 두었기에 한눈에 찾아보기 쉽도록 도해로 제시한 것이 눈길을 끌게 만든다. 골의 분류는 이보다 훨씬 자세해서 인체 전신의 골격을 두부골격, 胴部골격, 肢部골격으로 3대분하고 그 아래 다시 3~4층 단계별로 세분하였다. 특히 그 옆에는 동판화 기법을 써서 만든 세밀한 인체구조도가 마치 투시하듯 그려져 있다.

전신을 앞뒤로 돌려세워 그려진 골격도에는 각 부위별로 주요 골부위에 짧은 인선을 긋고 아라비아 숫자를 표기해 두었다. 이 번호는 바로 옆쪽에 제시된 인체골격 각부 명칭표에서 오른편 끝단에 표시된 세부 골의 명칭과 짝을 이룬다. 곧 앞 분류에서 보고 싶은 골 부위 고유번호를 확인하여 그림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반대로 인체도에서 지목한 뼈의 명칭을 번호에 따라 옆쪽 표에서 차례대로 나열한 번호에 따라 골명을 확인해 볼 수 있도록 배치한 것이다. 손바닥만 한 작은 그림이지만 복잡한 해부학 지식을 학습하기에 편리하도록 실용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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