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 체질과 침의 만남, 體質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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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 체질과 침의 만남, 體質鍼 (2)
  • 승인 2020.09.12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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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23

(1)에서 이어진다. 침이 체질을 만날 때까지의 과정이다.

 

鍼灸補瀉法

침구보사법에 대한 기록은 《靈樞》에서 먼저 보인다. 「經脈」篇에 ‘盛則瀉之 虛則補之’가 있고, 「終始」篇에 ‘瀉者迎之 補者隨之’가 있다. 이것은 일반적인 경혈에 대한 치료와 취혈의 원리를 말한 것이다.

『難經』

『난경』은 秦越人 扁鵲의 저작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연구에 의하면 漢代 이후인 B.C 204년 이후에 성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淸代의 의학자인 吳澄은 『난경』을 6장으로 분류했는데, 1에서 22난은 脈學, 23에서 29난은 經絡, 30에서 47난은 臟腑, 48에서 61난은 疾病, 62에서 68난은 兪穴, 69에서 81난은 鍼法으로 하였다. 일반적으로 五兪穴을 五行의 원리를 이용해서 쓰는 방법을 五行鍼法이라고 한다. 오행침의 원리는 『난경』에 처음 나온다.

「50난」에서는 五邪1)를 제시했다. 이것은 病因과 치료 개념으로, 오행의 相生과 相剋 부조화로 질병이 발생하고 상생과 상극을 조정함으로써 질병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64난」에서는 五兪穴과 五行을 배합하였다. 井滎兪經合에 음경(陰經 臟經)은 木火土金水로, 양경(陽經 腑經)은 金水木火土로 배합되어 있다.2) 왜 이렇게 배합되었는지 후대에 많은 논설이 있지만 뚜렷한 정설은 없다.

「69난」에서는 상생관계의 보사원칙을 제시하였다. ‘虛者補其母 實者瀉其子’로 구체적인 취혈 원칙이다.

「79난」에서는 상생관계 보사의 구체적인 운용법을 말했다. 이것은 自經補瀉法인데 ‘迎而奪之者 瀉其子也 隨而濟之者 補其母也’로 오행에 배속된 치료혈로 오행의 상생 상극 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다. 迎은 경락의 순행방향을 거스르는 것이고 隨는 따르는 방법이다.

「75난」은 후대에 논란이 많은 논편이다. ‘東方實 西方虛 瀉南方 補北方’이 제시되어 있는데, 이것은 상극관계를 이용한 치료법이다. ‘東方實 西方虛’는 이 병증의 특징이고 ‘瀉南方 補北方’이 치료하는 원칙이다. 즉 상극관계의 실조로 발생한 허실증을 역시 상극관계를 이용하여 치료하는 방법인데, 동과 서의 문제를 남과 북을 통해서 치료한다는 것이다. 이 문장이 상극관계에서 2혈을 취하는 토대가 되었다.

 

自經補瀉法

明代의 高武는 1529년 『鍼灸聚英』을 완성한다. 한 가지 경락이나 한 가지 장부에 병이 들었을 때 그 해당하는 장부에 있는 경락을 취하는 것을 자경보사법이라고 한다. ‘十二經病井滎兪經合補虛瀉實’로 12경의 유주시간에 따라 오행의 상생관계를 통한 자경보사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他經補瀉法

타경보사법은 병이 든 장부나 경락 말고 다른 장부나 경락에서 취혈을 하는 것이다. 張世賢이 1510년에 『校正圖注難經』에서 타경보사법을 제시3)하였다. 『난경』 79난에 肝病에서 간실이면 간경의 화혈을 사하고 간허면 간경의 수를 보한다고 했다. ‘실즉사기자 허즉보기모’하는 원리이다. 장세현의 타경보사법은 만약에 간병이 들면 실증에는 膽經의 火穴을 사하고 허증에는 膀胱經의 水穴을 보한다고 하면서 타 경락에 있는 오수혈을 취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醫學入門』의 타경보사법

1575년에 성립한 李梴의 『의학입문』에는 좀 더 발전된 타경보사법이 있다. ‘심의 열병은 비위를 사해야 되고 심장이 허한 병은 간담을 보해야 한다’4)고 하였다. 그런데 장부 만을 언급하고 구체적인 오수혈을 말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중국의학 전통에서 자경보사법과 타경보사법이 내려왔다. 그리고 사암침법이 한반도에서 성립했다.

 

舍岩道人의 舍岩鍼法

사암침법은 음양오행의 원리에 입각하여 臟腑의 虛實에 따른 침구보사법을 상생관계 뿐만 아니라 상극관계까지 결합시키고, 여기에다 자경과 타경보사법을 결부시켜 임상에 활용하도록 창시된 독창적인 침법이다.

동의대학교에 재직했던 김달호 교수는 사암침법에 대한 연구를 필생의 과제로 삼았다. 그는 먼저 사암침법의 성립시기에 대하여 연구하였다.5) 그의 연구에 의하면, 조선시대에 《침구경험방》이 1644년에 출간되었고 사암침법에 《침구경험방》의 원본이 실려 있으므로, 사암침법은 1644년 이후에 만들어져서 1644년에서 1742년 사이에 사암침법에 관한 문건이 성립하였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런 후에 사암도인의 제자들을 통해서 사암침법 필사본이 전승되었다. 사암침법은 치료편과 경험편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대표적인 제자인 芝山이 경험편을 추가했다고 알려져 있다. 사암침법에서 正格과 勝格이라고 하는 것은 지산의 용어6)이다.

 

사암침법의 4혈 구성 원리

사암침법의 처방은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4혈로 구성되어 있다. 상생관계의 원리는 ‘虛則補其母 實則瀉其子’이고, 상극관계의 원리는 ‘抑其官 補其讐’이다. 이런 원리를 기초로 자경에서 2혈을 취하고 타경에서 2혈을 취한다.

그런데 상극관계를 이용한 自他經 보사는 『난경』 이후의 문헌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어디엔가 출전이 있는 건지 舍岩禪師의 창안인지 분명하지 않다. 다만 사암선사의 五行序에는 특별히 억기관의 방법이 강조되어 있어서 사암의 창안이 아니었나 추측하게 한다.

肝虛에 肝補方을 구성해 보면, ‘虛則補其母 抑其官’으로 腎經의 水穴인 陰谷과 肝經의 수혈인 曲泉을 (+)하고, 肺經의 金穴인 經渠와 간경의 금혈인 中封을 (-)한다. 肝實에 肝瀉方을 구성해 보면, ‘補其讐 實則瀉其子’로 心經의 火穴인 少府와 간경의 화혈인 行間을 (-)하고, 폐경의 금혈인 경거와 간경의 금혈인 중봉을 (+)한다.

 

『經絡學總論』

洪鍾哲(1852~1919)이 저술했다고 알려진 『경락학총론』은 일제시대인 1922년에 출간되었는데 의사 교육용 교재이다. 오수혈을 이용하는 오행침법이 최초로 활자화되어 나타난 기록물이다. 여기에 나오는 오행침술법은 子午流走에 따른 보사침술법으로 전개되는데, 補瀉正勝法에는 십이경락의 허실에 따른 정격과 승격의 보사혈위가 수록되어 있다.

 

《靑囊訣》

《청낭결》은 동래 범어사에서 수도하는 선승들의 학습교재였다. 선생님을 모셔다가 배우는데 선생님한테 배운 내용을 필사하여 모은 것이다. 여기에 ‘正五行鍼道’라고 아주 중요한 내용이 있다. 이것은 사암침법의 필사본 전부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지만 精髓를 모아 놓은 것인데, 보사법이 남녀. 오전, 오후로 나뉘어 있다. 지금도 사암침법 쓰는 임상가들은 남녀별로 나누고, 오전 오후로 나누고, 좌병과 우병도 나누는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보사를 한다. 이 필사본이 성립한 것은 1928년경으로 추정된다.

권도원 선생은 한국전쟁 이후에 사상의약보급회와 사상의학회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자신의 눈병을 스스로 고치는 과정을 통해서 침의 원리를 체질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얻는다.

 

체질침의 탄생

동호 권도원 선생에 의해 사암침법의 장부허실보사법이 사상의학의 장부관계론과 결합했다. 이것이 바로 체질침이다.7) 체질침의 성립시기는 1958년 말로 추정한다. 『동의수세보원』의 「확충론」에는 태소음양인 각각에서 四臟의 대소를 정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권도원 선생은 사상인의 사장대소에 心이 들어갈 자리를 정했다. 그렇게 하여 5장과 5부의 대소를 결정했다. 왜냐하면 5장의 대소가 결정되어야만 오행의 원리에 따라 침법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체질침에는 독특한 火處方이 있다. 장부의 허실을 조절하는 臟腑方과 심경, 소장경, 심포경, 삼초경을 이용해서 화를 조절하는 처방이 함께 있었다. 그렇게 권도원 선생의 체질침 첫 논문인 「The Constitutional Acupuncture」가 1962년 9월에 완성되었다.

 

※ 참고 문헌

1) 權度沅 「體質鍼 Constitution-Acupuncture」 『大韓漢醫學會報』 16호 1965. 7.

2) 洪雲喜 「傷寒論과 腸窒扶斯의 證에 對하여」 『대한한의학회지』 통권 43호 1975. 3.

3) 김달호 「사암침법의 형성시기 및 저작배경에 관한 연구」 동의대학교 대학원 1993.

4) 송일병 외 『四象醫學』 집문당 1997.

5) 이종무 「難經 75難을 이용한 五行鍼에 關한 연구」 『대한침구학회지』 2001. 4.

6) 신동훈 「五行鍼法의 定立과정에 대한 史的 연구」 『대한침구학회지』 2002. 8.

7) 안상우, 고의서산책 137 經絡學總論 『민족의학신문』 2003. 4. 19.

8) 本間祥白 『難経の研究』 (第16版) 醫道の日本社 2008.

9) 안상우, 고의서산책 423 靑囊訣 『민족의학신문』 2009. 6. 26.

10) 정용재 『東醫壽世保元』 글항아리 2018. 1. 8.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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