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지복령환 – 어혈병태의 first choice!②
상태바
계지복령환 – 어혈병태의 first choice!②
  • 승인 2020.08.14 0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 (21)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

CPG 속 계지복령환의 모습은? (표 참조)

CPG 속 계지복령환은 어떤 모습일까? 총 8가지 CPG에 계지복령환이 등장하는데, 크게 여성질환, 통증질환, 피부질환 이 세 가지 영역에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처방 창방의 계기가 되었던 “임신유지 목적”으로는 단 한 건의 CPG에도 소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후대 의가들에 의해 확대된 적응증인 ‘어혈 병태’를 보이는 각종 질환에 사용이 추천되고 있다. 먼저, 여성질환에서는 갱년기장애와 월경 관련 이상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계지복령환을 제안하고 있는데, “심신증 진단치료가이드라인 2006”과 “산부인과진료가이드라인-부인과외래편 2017”에서는 가미소요산, 당귀작약산과 함께 3대 여성처방으로 지칭되며, 갱년기장애 증상의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다고 서술되어있다. “산부인과진료가이드라인-부인과외래편 2017”에서는 갱년기장애 외에 가임기 여성 월경 관련 문제인 기능성 월경곤란증과 월경전증후군 치료 선택지 중 하나로도 계지복령환을 제시하였는데, 특히 기능성 월경곤란증의 경우, 치료방법으로 “한방약 또는 진경제를 투약한다”고 제안하면서, 이 때 사용할 수 있는 한방약으로 계지복령환과 함께 당귀작약산, 가미소요산, 도핵승기탕, 당귀건중탕 등을 제안하고, 각각을 증(證)에 맞춰 사용할 것을 추천했다. 월경전증후군에서 역시 “상담, 생활지도, 약물요법(정신안정제, 이뇨제, 진통제, 한방약 등)을 사용”이라고 언급하여, 기타 각종 서양의학적 약물요법과 함께 나란히 한방약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월경전증후군에 대해서는 계지복령환과 함께 당귀작약산, 가미소요산, 도핵승기탕, 여신산(女神散), 억간산 등이 사용 가능한 처방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방임상에서 주로 만성적, 고정적, 찌르는듯한 통증의 병태를 어혈(瘀血)로 다루어 치료에 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계지복령환 역시 이러한 어혈병태의 각종 통증질환, 특히 만성적이고 잘 낫지 않는 난치성 통증에 자주 응용되고 있다. 이러한 임상현실을 반영하여, 통증질환에서도 계지복령환은 이름을 내밀고 있는데, “섬유근통증 진료가이드라인 2017”과 “일본신경학회 표준적신경치료-만성통증”에서는 섬유근통에 계지복령환을 사용할 수 있음을 제안하고 있다. “섬유근통증 진료가이드라인 2017”에서는 그동안 일본 내에서 보고된 한방약을 활용한 여러 섬유근통 증례를 소개하며, 이러한 증례보고 역시 난치성 섬유근통 치료에 참고가 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이들 증례에서 사용된 처방 중 하나가 바로 계지복령환이었다. “일본신경학회 표준적신경치료-만성통증”에서는 소경활혈탕, 우차신기환, 가미소요산, 온경탕, 작약감초탕, 억간산, 억간산가진피반하와 함께 계지복령환을 섬유근통에 사용해 볼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하면서, 특히 월경주기에 따라 악화되거나, 냉증을 동반한 섬유근통의 경우, 계지복령환을 사용해 볼 수 있다는 구체적 적응증도 함께 제시하였다. 섬유근통 외에 난치성으로 분류되는 비정형안면통과 관련된 내용도 찾아볼 수 있는데, “비치원성 치통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치과치료 후 발생한 상하악전치부 박동통이 발현된 비정형안면통에 대한 계지복령환 병용요법 치료 증례를 수록하였다. 이 증례에는 성상신경절블록과 함께 아미트립틸린, 계지복령환, 아세트아미노펜 병용치료가 유효했다는 내용이 제시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피부질환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아토피피부염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아토피성피부염 진료가이드라인 2015”과 “알레르기종합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십미패독탕, 소풍산, 시호청간탕, 보중익기탕을 각 상황에 맞춰 사용할 수 있음을 제시하면서, 그 외 사용을 고려할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계지복령환(억간산, 억간산가진피반하, 황련해독탕, 백호가인삼탕과 함께)을 추천했다. 여드름과 관련된 내용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드름 진료가이드라인 2017”에서는 여드름의 좌창과 면포에 형개연교탕, 청상방풍탕, 십미패독탕 사용을 추천하면서도, 계지복령환을 ‘사용할 수는 있으나 현재의 근거로는 추천할 수 없음’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계지복령환의 일본 식약처 적응증에는 ‘여드름’이 포함되어 있고, 어혈병태나 월경관련 여드름의 경우 널리 임상에서 활용은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의 근거가 증례집적연구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이유로 보다 강력한 근거를 갖추기 전까지 사용은 해 볼 수는 있지만, 가이드라인에서 추천하지는 않는 것으로 권고해두었다.

 

임상의의 눈

이 내용을 어떻게 임상에 적용할까?

여성질환에 대한 계지복령환 활용방법은 추가로 더 언급할 내용이 없을 정도이다. 필자는 계지복령환을 어혈병태의 first choice로 여기며 각종 영역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투약하는 방식으로 임상에서 활용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마무리 하고자 한다.

일단, 계지복령환은 보통 또는 그 이상의 체격과 체력을 갖춘 환자가 어혈 병태를 호소할 때 우선적으로 투약해 볼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계지복령환을 가장 중심에 두고, 보통 이하의 체격과 체력을 보이는 환자일 경우에는 당귀작약산을 활용한다. 계지복령환증 보다 체격이나 체력이 보다 튼실하며, 변비 경향을 가지고 있다면 도핵승기탕-통도산(갈수록 체력, 체격은 좋음)을 활용한다. 각각의 어혈병태에 대한 처방의 효과를 한껏 높이기 위해서는 주로 ‘시호제(柴胡劑)’를 합방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사실, 이미 이러한 구성을 갖춘 처방이 혈부축어탕이다). 시호제 역시 체력과 체격을 고려해 활용하며, 당귀작약산에는 시호계지탕을, 계지복령환에는 시호계지탕 또는 소시호탕을, 도핵승기탕-통도산에는 대시호탕을 합방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참고문헌

1. 일본동양의학회 EBM 위원회 진료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CPG-TF). 한방제제 관련 기록이 포함된 진료가이드라인(KCPG) 리포트 2019.

http://www.jsom.or.jp/medical/ebm/cpg/index.html

2. 그림으로 보는 한방처방해설. 계지복령환편.

3. 조기호. 증례와 함께하는 한약처방. 우리의학서적. 서울. 2015. p.35-3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