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27> - 『運氣衍論』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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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27> - 『運氣衍論』①
  • 승인 2020.08.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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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造七寺와 맞먹는 積善功德

장기간에 걸친 바이러스 감염병 유행으로 인해 크고 작은 제약이 뒤따라 일상사도 버거운 우리에게 수해와 태풍까지 덧보태져 한층 더 힘겨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전염병의 유행과 기상이변이 인류문명이 만들어낸 지구온난화로 인해 초래된 자업자득의 결과라고 하니 새삼 고대 운기서를 다시 꺼내 보게 된다.

◇『운기연론』
◇『운기연론』

잘 알다시피 운기학은 전통의학에서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기상변화와 질병과의 상관성을 예측하고자 하는 염원에 따라 오랜 기간 축적된 천문관측과 자연관찰의 결과로 누적된 경험과 의약지식이 결부된 소산물이다. 다만 그것이 십간십이지와 음양오행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해서 다분히 과학적으로 입증 불가능한 미신적 요소가 다분한 믿지 못할 체계라 하여 도외시된 감이 없지 않다.

東國運氣는 당나라 시대 『황제내경』운기론 해석과 송대에 나온 『소문입식운기론오』에서 영향을 받았다 할지라도 그 시원은 『홍범오행』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俗醫들은 운기를 모르고 헛되이 병증과 형색, 약방에만 매달려 조롱하여 말하기를 돌배기 아이에게 어찌 心火가 생기는 이치가 있을 것이며, 3척 동자에게 어찌 신허로 인한 병이 생길 도리가 있겠는가(晬日之兒, 豈有心火之理, 三尺之孩, 安病腎虛之道乎)라며 운기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에서부터 문제제기를 시작한다.

대략 이런 논점들이 당시에도 운기학의 필요성과 실상에 적합한지 여부에 대해 일반적으로 갖게 되는 의문점이라 할 수 있다. 즉, 외부 운기의 영향이 얼마나 인간생리와 병리적 소인에 관여하는 것일까라는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의구심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甲乙之理’라는 호칭으로 十干의 병, 곧 운기병의 이론을 상세하게 논변하겠다고 서론을 이끌고 있다. 매년 천지운기가 고르지 않아 가물거나 혹은 장마가 지고 너무 추위가 심하거나 혹은 바람이 심하게 불면, 천지의 至靈을 내려 받은 사람의 一身이 어찌 장부에서 허실로서 반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비록 平年(平氣之年)에 해당하는 해에 한기에 감촉되거나 혹은 모공에 생긴 조그만 종기라도 운기(邪氣)에서 벗어날 이치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운기학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보통 ‘草窓訣’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이 책은 ‘三理訣’ 혹은 ‘草廬道士五運六氣’, ‘三才訣’ 등 여러 가지 서명으로 전해지고 있다. 보통 尹草窓이라 불리는 저자는 숙종~영조대에 활약한 尹東里로 알려져 있으나, 생애와 사적은 분명히 드러나 있지 않다.

대상 판본은 표제와 권수제에 모두 ‘운기연론’을 대표 서명으로 삼고 있으며, 서문은 초창도인서로 표기되어 있다. 이 책은 현재 근세에 펴낸 활자판 이외에는 모두 필사본으로만 전해지고 있으며, 다종다양한 형태로 변형된 운기경험방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본 코너에서 168회 東方道人이 남긴 運氣治法의 異本, 『草堂遺訣』(2003.8.18일자), 274회 東方 運氣學을 일궈낸 儒醫家門, 『草窓訣』(2006.1.9일자), 376회 醫易一學’ 儒醫의 運氣用藥, 『運氣經驗方』(2008.6.23일자), 381회 運氣用藥의 이론적 토대, 『三理訣』(2008.7.28일자), 499회 돌림병의 유행과 運氣治法의 盛行, 『濟癃編』(2011.7.28.일자) 등 여러 번 소개되었다.

이렇듯 예기치 못한 全 지구적 患難의 시기에 맞닥트려, 운기를 연구하여 병마를 다스리고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일이 대규모 佛事를 일으켜 7곳에 큰 절을 짓는 積善功德보다 더 낫다(陰功積善, 不下於造七寺)고 주장하는 초창도인, 이 책의 서문에 남긴 맺음말이 오늘에 이르러 한층 더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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