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현장 뛰쳐나온 전공의, “처우개선 없는 인력 증원은 근본적 해결책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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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현장 뛰쳐나온 전공의, “처우개선 없는 인력 증원은 근본적 해결책 아냐”
  • 승인 2020.08.1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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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의협, “전공의 빈자리는 교수가 채우겠다”…정부 “의료계와 협의할 준비 되어 있어”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파업에 나섰다. 의협은 전공의들을 지지했으며, 이들은 오는 14일 또 한 번의 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언제든지 협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지난 7일,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업무를 중단하며 전국 각지에서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서울·경기·인천, 제주, 강원, 대전·충청,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 전북 등에서 SNS 단체행동, 헌혈 릴레이, 야외집회, 철야 정책토론 등을 시행해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4일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계 현안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성명서’를 국민들에게 전한 바 있다.

성명서에 따르면 이들은 “대구ㆍ경북 지역에 코로나 환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지난 2월, 인력이 부족하다는 부름에 의사 수백 명이 나섰다”며 “이런 사태를 목도하며, 지금과 훗날의 감염병 관리, 역학 조사, 백신 개발 등을 위해 의사 인력이 더 필요하지 않겠냐는 국민 여러분의 걱정 어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현재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정책은 본래의 취지인 지역ㆍ공공ㆍ필수의료 활성화가 아닌, 현재도 왜곡되어있는 의료를 더 왜곡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고갈시키는 자승자박 정책”이라며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 느끼는 것은 수도권에 대다수의 의료기관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며, 원하는 때에 치료를 받기 어렵다 느끼는 것은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중증, 경증 구분 없이 모두가 소수의 병원으로 집중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인구 당 간호사 수는 OECD 평균보다 1.5배 많지만,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부터 지역 의원까지 간호인력 수급에 차질을 겪고 있다”며 “살인적인 업무환경과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단순한 인력 증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정책과 그것이 불러올 암울한 미래를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전국 전공의들이 단체행동에 임하는 것을 너그러이 양해해 달라”며 “다만, 그로 인한 모든 불편과 수고로움은 전공의가 아닌, 의사공급 과잉사태를 만들어 지금의 의료를 더 왜곡시킬 정책을 펴는 정부와 여당에 물어달라”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전공의들의 파업을 지지했다.

의협은 전공의들의 살인적인 근무시간을 언급하며 “혹자는 전공의의 근무시간이 긴 이유를 의사수의 부족에서 찾기도 하지만 이는 병원이 충분한 의사 인력을 고용하지 않거나 못하기 때문”이라며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교육과 수련을 받는 입장의 전공의는 병원과 상급자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 병원은 대한민국 거의 대부분 의사의 젊은 한때를 마치 일회용 건전지 마냥 '연료'로 삼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기형적인 몸집불리기를 통해 저수가로 대표되는 모순투성이의 의료제도를 아슬아슬하게 우회(迂廻)하며 생존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의사양성의 과정이, 오직 대형병원의 생존을 위한 도구적 활용에 맞추어져 있는 모순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이를 개선하기보다는 오히려 묵인하고 방조했다”며 “취약지역과 비인기필수분야의 의사인력이 부족한 까닭은 국가적인 의사 양성과정이 오직 의사를 도구처럼 활용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사회에 필수적인 분야에 그에 걸맞은 지원과 대우를 하기보다는 그저 일회용 건전지로 잠시 활용하기 위한, 얄팍한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젊은 의사들이 비운 자리는 교수와 전임의(전문의)들이 채우고 있다. 전공의들이 당당하게 목소리 낼 수 있도록 조금의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오늘 하루는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며 “의사는 기득권이며 의사의 단체행동은 집단이기주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편견을 잠시 접어두시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의사들의 움직임에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으나 10일 현재까지 의대 정원 확대를 취소하거나 변경하겠다는 발언은 없었다.

지난 7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전공의 집단행동이 있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하여 응급실 등 필수진료분야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박능후 장관은 윤동섭 연세대의료원 원장에게 전공의 집단휴진에 따른 응급실 대체 순번 지정, 응급 수술 인력 확보, 중환자실 비상연락체계 유지 등 비상진료대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러면서 “전공의 집단행동에 응급실 등 필수진료분야가 포함된 점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현장 의료진의 업무가 가중되어 어려움이 있겠지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었다는 점에서 환자들에게 의료서비스가 차질 없이 제공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주실 것”을 당부했다.

또한 “의료계와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의료현장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한층 더 보건의료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말하였다.

또한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금요일 전공의 집단 행동 이전부터 대한전공의협의회와 협의를 진행해 왔고, 그 틀은 유지할 예정”이라며 “의협과는 공식적인 협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언제든지 같이 협의해 이 문제를 타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의협은 오는 14일 이와 관련해 총파업을 예고했으며, 대전협 역시 이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져 의료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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