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권력형 성범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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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권력형 성범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
  • 승인 2020.08.0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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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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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medi@mjmedi.com


영화읽기┃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 선언
감독 : 제이 로치출연 : 샤를리즈 테론, 니콜 키드먼, 마고 로비
감독 : 제이 로치
출연 : 샤를리즈 테론, 니콜 키드먼, 마고 로비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특히 얼마 전 모든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서울시장 관련 뉴스는 때마침 개봉하고 있던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 선언>이라는 영화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더욱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트럼프와 설전을 벌인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는 트럼프의 계속되는 트위터 공격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다. 한편, 동료 앵커인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은 ‘언론 권력의 제왕’이라 불리는 폭스뉴스 회장을 고소하고 이에 메긴은 물론, 야심 있는 폭스의 뉴페이스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 역시 충격을 감추지 못한다.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2017년 미국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전력이 드러나며 촉발된 미투 운동보다 1년 앞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미국 최고의 보수 언론이라 할 수 있는 폭스뉴스의 회장 로저 에일스를 상대로 한 그레천 칼슨의 소송은 당시 미디어 산업에서는 최초의 직장 내 성희롱 소송이었다. 그녀는 동료 언론인들의 추가 증언을 이끌어 내며 마침내 로저 에일스를 불명예 사임시키는데 성공하며 여성 인권 운동의 얼굴로서 2017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히기도 했다. 반면 로저 에일스는 폭스뉴스의 공동설립자로서 폭스뉴스를 거대 TV 채널로 키운 인물이었지만 지속적인 성희롱 고소 사건이 터지며 폭스뉴스 회장직에서 사퇴하게 되었고, 2017년 사망했다. 이와 같이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실제 사건 속 실제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만연했던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묻어 두지 않고 세상 밖으로 알리며 단지 여성들뿐만이 아니라 권력형 갑질의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전해 주고 있다.

또한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배우들은 실존 인물과의 100% 싱크로율을 위해 매회 촬영 때마다 3시간씩 분장을 하는 등 엄청난 미션을 수행했고, 결과적으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을 수상했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주제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특별한 감정과잉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고,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큰 긴장감을 느껴지지는 않는다. 대신 샤를리즈 테론을 비롯한 니콜 키드먼과 마고 로비 등 3명의 여성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상영 시간 내내 가득해 한 시라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러면서 몇 년 전 우리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미투 사건을 되돌아보게 됐지만 올해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완전히 근절되지 못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게 느껴진다. 만약 피해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용기를 내어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뉴스에 오르내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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