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지복령환 – 어혈병태의 first choice!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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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지복령환 – 어혈병태의 first choice!①
  • 권승원
  • 승인 2020.07.2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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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 (20)
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조교수 권승원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

<전형증례>

15세 여성.

2년 전, 견뎌낼 수 없는 전신통증을 호소하며 처음 내원했다. 첫 내원에서 6개월 전, 대상포진을 앓은 것을 계기로 전신에 통증이 퍼졌고, 4개월 전 섬유근통으로 진단받았다. 원래 학교 관현악부에서 바이올린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통증이 생긴 뒤로는 통증이 심해 악기 연주도 할 수 없게 되었고, 이로 인한 우울감도 발생한 상태였다. 지난 4개월 간, 아미트립틸린, 듈록세틴, 가바펜틴, 프레가발린 등의 약물요법을 진행했지만,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혹시 한약치료로는 방법이 없을까 하여 내원했다.

병력청취와 신체진찰 결과, 어혈(瘀血) 병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A를 아침 점심 저녁 식전 30분에 복용하도록 하였다. 4주 후, 처음으로 통증범위가 경감됨을 경험하였다. 하지만, 아직 등 전체는 아프며, 야간에는 증상이 악화되는 양상이 지속되어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미 오랜 시간 지속된 증상임을 설명하고 A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도록 하였다.

2년이 경과한 현재, 간헐적인 악화도 있으나, 통증은 많이 가벼워졌고 우울감도 경감되었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며, 통증으로 연주할 수 없었던 바이올린 연주도 이제 가능하다고 한다. 아직은 통증이 남아있으며, A로 인한 특별한 부작용도 없어 지속적인 복용을 유지하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계지복령환(桂枝茯苓丸)이다. 중국 후한시대 『금궤요략(金匱要略)』에 처음 등장하였으며, 당시에는 자궁 내 이상으로 임신유지가 불가한 경우 사용하는 약으로 창방되었다. 하지만, 이후 역대의가들의 손을 거치며 여성질환 전체에, 그리고 남녀 불문 어혈(瘀血) 병태를 가지고 있다면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계지복령환 개요

구성약물: 계지(계피) 복령 작약 목단피 도인

효능효과: 비교적 체력이 있고, 때때로 하복통, 어깨결림, 두중, 어지럼, 상기되며 족부냉증 등을 호소하는 다음 증상: 월경불순, 월경이상, 월경통, 갱년기장애, 혈도증(血道症), 어깨결림, 어지럼, 두중, 타박, 동상, 기미, 습진, 피부염, 여드름 (일본 내 허가사항)

주요 약리작용: 호르몬에 대한 작용, 자궁에 대한 작용, 갱년기장애에 대한 작용

 

계지복령환 활용의 발전사

계지복령환의 첫 모습은 『금궤요략』에서 볼 수 있다. 당시, 『금궤요략』에서는 “婦人宿有癥病, 經斷未及三月, 而得漏下不止, 胎動在臍上者, 爲癥痼害. 妊娠六月動者, 前三月經水利時, 胎也, 下血者, 後斷三月, 不血也 (또는 衃也). 所以血不止者, 其癥不去故也, 當下其癥. 桂枝茯苓丸主之.”라는 선뜻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딱 한 구절만을 제시했다. 이 문장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언급하는 이유는 바로 “妊娠六月動者, 前三月經水利時, 胎也, 下血者, 後斷三月, 不血也”, 이 구절 때문인데, 대부분의 후대 의가들은 이 부분에 궐문(闕文)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각자의 방식으로 이 구절을 해석해갔다. 송대(宋代) 진언(陳言)이 저술한 『삼인극일병증방론(三因極一病證方論)』에서는 몇몇 자구를 보충하는 방식으로 해설하였고, 『금궤요략논주(金匱要略論註)』에서는 몇 구절을 공백으로 해석하였고, 가장 후대인 청대(淸代) 『의종금감(醫宗金鑑)』에서는 빠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을 최대한 보충하여 문의(文意)가 통할 수 있도록 해석해가는 방식을 취했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역대 의가들은 『금궤요략』 속 계지복령환의 적응증을 파악하려 노력했는데, 각자의 방식으로 파악한 공통적인 적응증은 “원래 징병(癥病)을 가지고 있던 부인이 임신하여, 그 징고(癥痼) 때문에 정상임신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요약이 된다. 곧, 임신 전 가지고 있던 특정 이상으로 인해 임신 후 정상임신 유지가 어려울 경우, 그 임신을 유지하기 위해 투약하는 처방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이러한 계지복령환의 적응증은 역대 의가들의 손을 거치며 그 적용대상을 임산부에서 전체 부인으로 확대해갔다. 먼저 송대(宋代) 진자명(陳自明)이 저술한 『부인대전양방(婦人大全良方)』에서는 전혀 다른 활용법을 제안했다. 임신오복독약상동태기방(妊娠誤服毒藥傷動胎氣方), 곧 임신 시 무언가를 잘못 복용하여 태아에 위해가 가해졌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계지복령환을 제시한 것인데, 탈명원(奪命円)이라는 이름으로 수록해두었다. 흥미로운 점은 태아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이 처방 복용을 통해 안정을, 태아가 사망했다면 이 처방 복용을 통해 하태(下胎)하도록 지시해두었다는 점이다. 정반대의 상황에 정반대의 작용을 보여주며 (상황에 따라 안태(安胎) 또는 배태(排胎)) 계지복령환의 임신자궁에 대한 양방향 작용성을 보여주었다. 명대(明代) 공정현(龔廷賢)의 『만병회춘(萬病回春)』에서는 처음으로 정상 임신 상황에서의 사용을 제시했다. 최생탕(催生湯)이라는 이름으로 계지복령환이 등장하는데, 이전과는 달리 정상임신 상황에서 진통이 시작될 때, 배태(排胎)를 목적으로 처방할 것을 제안했다. 임신유지가 아닌 출산촉진을 위한 처방으로 활용한 것이다. 임산부 전용 처방으로 활용해 가던 계지복령환을 부인잡병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처음 제안했던 서적은 일본 에도시대 와다 토카쿠의 『백진일관(百疢一貫)』이었다. 계지복령환의 다양한 용법을 제시하였는데, 부인잡병(婦人雜病) 중 하나로 어지럼, 곧 혈훈(血暈)에 사용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으며, 산전(産前) 외에 산후오로(産後惡露)가 모두 배출되지 않았을 때, 그 증상이 가볍다면 계지복령환 그 자체로, 심할 경우, 계지복령환가대황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근대에 들어 임산부 및 여성질환에서의 사용으로 국한되어 있던 적응증은 또 한 번의 전기를 맞이한다. 일본의 야가즈 도메이가 『한방과 한약(漢方と漢薬)』의 약방문답(藥方問答) 계지복령환편에서 특징적인 복진소견(좌측복직근구련, 제방좌우구련과 압통, 하복부압통 등), 임상증상(상충, 두통, 심계, 하복부통)과 함께 응용가능상황 중 하나로 기존의 산전 산후 문제와 함께 하복강 염증질환인 경증 충수돌기염 경증에 계지복령환가의이인대황의 형태로 사용할 수 있음을 제안한 것이다. 동시에, 『일본동양의학회지』의 “계지복령환의 임상적연구”에서는 “이 처방이 원래 부인에게 많이 사용되나, 어혈에 의한 모든 병상에 대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응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후, 임산부 전용 처방이었던 계지복령환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어혈(瘀血)을 병태로 하는 다양한 질환에 활용되게 되었는데, 그 결과 현재까지 어혈 병태로 판단되는 부인과(월경이상, 갱년기장애), 신경과(두통, 어지럼), 피부과(피부염, 여드름, 아토피피부염 등), 근골격계질환(각종 통증, 타박상 등) 등에 활용되며 그 임상증례가 축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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