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반도 탈출을 향한 어설픈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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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반도 탈출을 향한 어설픈 사투
  • 승인 2020.07.2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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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반도
감독 : 연상호출연 : 강동원, 이정현, 이레, 김민재
감독 : 연상호
출연 : 강동원, 이정현, 이레, 김민재

영화 성수기 중에 가장 큰 여름방학 시즌이 도래하면서 오랜만에 극장가가 활기를 띠고 있다. 물론 예년과 달리 아직 초,중,고등학생들의 방학이 시작되지 않아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때에 맞춰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이 개봉하면서 관객들의 발길이 극장으로 모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미리 예측이나 한 듯이 알 수 없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사람들이 좀비가 된 상황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들이 계속 상영되면서 영화 속 이야기가 단순히 허구가 아닌 현실 공포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4년 전, 나라 전체를 휩쓸어버린 전대미문의 재난에서 홍콩으로 가까스로 탈출했던 정석(강동원)은 달러가 들어 있는 트럭을 항구로 옮겨 주면 거액의 돈을 주겠다는 미션을 제안 받고 바깥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반도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 가까스로 좀비 무리들을 피해 트럭을 몰고 가던 중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와 4년 전보다 더욱 거세진 대규모 좀비 무리가 정석 일행을 습격한다. 그 순간, 정석은 민정(이정현)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되고, 이들과 함께 반도를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기로 한다.

2016년 개봉하여 천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던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또다시 좀비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반도>는 개봉되기 전부터 <부산행>의 속편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단순히 영화적 배경을 설명하는 장치에 불과해 미처 전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이라도 영화를 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대신 얼마 전에 개봉한 <#살아있다>와 마찬가지로 색다른 K-좀비 영화를 선보이며 제작비 190억 원의 블록버스터 영화답게 카 체이싱 장면 과 CG가 적재적소 사용되는 등의 압도적인 비주얼 스케일로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는 바이러스로 인해 초토화 된 채 방치되어 버린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면서 궁극적으로 여기서 탈출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명제를 보여주며 관객입장에서 어느 부분에 감정 이입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로인해 주인공들이 탈출하기 위해 영화 내내 부단한 노력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긴장감을 하나도 느끼지 못하고, 결말 부분에 최고조로 올라간 감정선마저 신파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또한 전작에서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좀비가 <반도>에서는 단순히 빛과 소리에 반응하면서 우르르 몰려다니다가 차에 치이거나 총에 맞아 죽는 등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카 체이싱 장면이 영화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분량이 많은 편이고, 좀비들보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더 무섭게 느껴지는 등 전반적으로 영화는 모호한 정체성을 보여준다. 거기다가 주로 밤에 일어나는 사건을 그리다보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고, 개연성 없는 등장인물과 내용 등은 오랜 만에 영화 다운 영화를 기다렸던 관객들에게는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잘 생긴 외모만을 믿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를 위해 이번에도 강동원이 고군분투하지만 오히려 영화의 키는 이정현과 그녀의 두 딸들이 쥐면서 그의 위치가 애매하게 놓여 있어 호불호가 많이 나누어 질 수 있다. 영화 제목을 인용해서 ‘재미가 반도 없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만에 큰 기대 없이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를 극장에서 감상하고 싶다면 개봉 1주일 만에 1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반도>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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