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우리의 따스하고 살벌한 집
상태바
[영화읽기] 우리의 따스하고 살벌한 집
  • 승인 2020.07.17 0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비바리움
감독 : 로칸 피네건출연 : 이모겐 푸츠, 제시 아이젠버그
감독 : 로칸 피네건
출연 : 이모겐 푸츠, 제시 아이젠버그

요즘엔 집이 있어도 걱정, 집이 없어도 걱정이다. 사실 사람들에 따라 집에 대한 의미가 다양하게 있을 수 있지만 최근에는 점점 올라가는 집값을 잡겠다고 나선 정부의 대책이 무수히 나오고 있지만 집에 대한 걱정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대중들의 불안한 심리를 표현하고자 최근 집에 대한 소재를 다루는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 <비바리움> 역시 집에 관련된 영화로써 지금껏 봐 왔던 영화들과 비교해 묘한 공포 미스터리 소재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긴장감을 선사하고 있다.

결혼을 약속한 커플인 톰(제시 아이젠버그)과 젬마(이모겐 푸츠)는 함께 살 집을 찾던 중 부동산중개인으로부터 욘더 마을 소개받는다. 똑같은 모양의 집들이 즐비한 곳에서 중개인은 톰과 젬마에게 9호 집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기묘함에 사로잡히고, 순간 중개인은 사라져 버린다. 톰과 젬마는 차를 타고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계속 똑같은 주택이 즐비한 미로 같은 공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갇히고 만다.

영화 제목인 <비바리움>은 관찰이나 연구를 목적으로 동물이나 식물을 가두어 사육하는 공간을 뜻한다. 이를 위해 영화는 벨기에 출신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과 네덜란드 출신 판화가 모리츠 코르넬리스에셔의 작품 특징을 공간에 투여하면서 개성을 상실한 현대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르네 마그리트의 ‘빛과 제국’과 같이 반복적인 구름의 배치, 바람이나 비와 같은 자연 현상조차 발생하지 않는 미술적 콘셉트로 관객들을 기괴함에 빠지게 만드는 마을의 모습은 <비바리움>이라는 제목과 딱 떨어지는 이미지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마치 한 편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평소 우리에게 집은 안전하고 편안하다라는 인식이 상당히 강한 편인데 <비바리움>에서 보여지는 집은 어디서 온지 모르는 아이까지 기르게 되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이런 류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들이 대체로 어둡고 음산한 배경으로 표현되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밝고 감각적인 배경 안에서 기존 영화들과는 차원이 다른 전무후무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우리가 평범하게 생각하던 것에 대한 위험을 제기하면서 공포까지 선사한다. 그러나 제한 된 공간과 제한 된 인물 속에서 이야기는 점차 결말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지는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난 후 또 다른 오싹함에 한 번 더 놀라고 말 것이다. 그리고 왜 영화의 오프닝에 뻐꾸기 둥지가 등장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묘한 공간 세팅과 이야기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새로운 하우스 공포영화 <비바리움>는 우리들에게 집의 개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