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한의 임상 증례 연구, 임상의 관심 늘었지만 교수‧수련의에 치우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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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한의 임상 증례 연구, 임상의 관심 늘었지만 교수‧수련의에 치우쳐 있어”
  • 승인 2020.07.1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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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어려운 논문 작성‧경제적 도움 안 돼 심리적 장벽…연구자 매칭 지원 사업 제공

논문작성 교육 등으로 임상가 부담 덜어야…연구자들 “데이터 제공만으로도 큰 도움”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한의 임상 증례 연구에 대한 임상가의 관심은 증가했지만 논문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논문 작성에 대한 부담은 덜어주며 증례 보고를 독려하는 방안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논문을 쓰는 문화가 부족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한의사들 사이에서도 필요성이 점차 부각됐다. 지난해에는 임상의들이 보다 쉽게 증례보고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한의증례연구학회가 설립되기도 했다.

임정태 씨와이 부설 연구소 연구원은 “의학연구에서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한의계는 그런 대규모연구부터 진행하기에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그래서 임상시험을 하기 전에 소수의 증례를 모아 관찰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임상증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는 논문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지난 6일 기준 구글 학술검색으로 ‘한의’를 검색할 경우 약 3만 4500개의 결과가 나왔다. 이어 ‘한의 증례’의 경우 약 5,730개의 결과가 검색되어 ‘한의’ 검색량의 약 16.6%을 차지했다.

김현호 한의증례연구학회장은 “사실 꽤 많은 임상증례논문들이 출판되었다. 그러나 증례들이 학술저널에만 실리고 너무 딱딱한 논문의 형태로만 생산되어서 임상의들이 접근하기가 용이하지가 않다”며 “또한 논문의 발표 주체가 대학교수와 수련의 등 상아탑에 치우쳐있다”고 지적했다.

임상가의 개원의들은 증례연구에 대해 논문을 출간하는 작업이 어렵고 수고스러운 반면에 예측되는 이득은 부족한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보였다.

증례 논문을 다수 출간했다는 A 한의사는 “일단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지 않겠느냐”며 “논문을 작성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이것이 매출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한의원을 운영하며 환자를 진료하는 것만 해도 벅차다고 여기는 원장들이 많다”고 밝혔다.

임상 증례 논문을 준비 중인 B 한의사는 “과거에는 한의사들이 논문을 작성하는 문화가 별로 없었다. 게다가 한의계는 대부분 병원수련을 경험하지 못해서 상대적으로 논문을 작성하는 방법 자체가 낯선 한의사들이 많다”며 “또한 어떤 저널에 발표할 것인가도 고민되는 부분인데, 만약 욕심을 내서 외국저널에 논문을 발표하고자 한다면 논문작성법 외에 외국어에도 능통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심리적인 장벽이 크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임정태 연구원은 “과거에 비해 한의원 원장들이 임상증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경영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학술적으로나 공익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도 있다”며 “본인이 연구 설계부터 논문 집필까지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부담이 큰 것 같다. 그러나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것 만 해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연구자와 연계해서 도와주는 사업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상 증례 논문 작성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한의사들을 위해 연구를 지원하는 단체들이 다수 있다.

한국한의약진흥원에서는 ‘임상증례 발굴 연구 지원 사업’,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KORE 프로젝트’를 통해 개원의와 연구자를 연결해 임상 증례 논문 출간을 지원하고 있다.

민간의 경우, 최근 씨와이 기업부설 연구소에서 개원가와 연구 네트워크를 구성해 한의 비만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증례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의증례연구학회 역시 개원가의 증례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사업과 예비연구자 육성사업 등을 통해 임상의들을 지원하고자 하고 있다.

다만 임상증례 논문 출간 지원 사업은 논문작성에 서툰 일반 임상의들의 증례보고를 돕는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증례 연구보다 논문 출판 그 자체에만 집중되어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한의계의 임상 증례 연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반의들이 부담 없이 증례를 나눌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논문 외의 보고 방식을 도모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현호 학회장은 “조금 어설프더라도 자유롭고 부담 없이 증례를 나눌 수 있는 문화, 논문의 형태는 아니지만 그보다 편한 포스터, 혹은 구연 발표의 문화를 먼저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증례연구는 매일매일 일상적인 임상 현장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끝이 반드시 '저널'일 필요는 없다. 동료들이 모여서 편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부담 없이 내 증례를 나눌 수 있는 학술대회가 가장 적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B 한의사는 “논문작업이 절대 쉽지 않은 일인 만큼 한의사 개개인의 관심 못지않게 논문작성에 대한 기술적인 교육이 필요할 것”이라며 “보수교육에 이러한 내용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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