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인터뷰] “세계적 기관서 많은 한의사가 연구 트레이닝 받으면 한의학은 더 발전될 것”
상태바
[창간특집 인터뷰] “세계적 기관서 많은 한의사가 연구 트레이닝 받으면 한의학은 더 발전될 것”
  • 승인 2020.07.09 0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이사람: 해외에서 연구하는 한의사②

존스홉킨스 의대 및 보건대에서 교원으로 근무하는 배선재 박사.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지난 2013년 더 많은 학문을 쌓기 위해 존스홉킨스(Johns Hopkins)로 떠난 배선재 한의사. 그는 현재 진학했던 학교의 의대 및 보건대에서 교원으로 근무하고 있단다. 7년이라는 시간동안 어떤 연구를 진행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2013년 존스홉킨스로 떠났다. 그 이후 근황을 말해 달라.

당초 계획은 석사 과정(Master of Public Health)를 마치고 귀국하여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로컬 임상과 연구를 결합하는 인프라를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관련기사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25084>. 그런데 유학 과정에서 역학과 통계 자체에 학문적 흥미를 느껴 궤도를 대폭 바꾸게 됐다. 석사 졸업 후 학교에 남아 2년간 존스홉킨스 의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그 뒤로 보건대에서 역학 박사 과정과 통계학 석사 과정을 이수하여 올해 봄에 졸업했다.

 

떠날 당시 목표로 대학병원과 로컬의 차이, 그리고 로컬 단위에서의 데이터 수집 한의 임상의 특징을 반영한 연구 단순 효과 검증 연구에서 나아가 실제 임상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아카데미아에서 더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사실 목표한 바도 많이 바뀌었다. 처음 미국에 나올 때의 목적이 한의학 임상/연구를 현대화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역학을 배우겠다였다면 사실 지금은 역학/통계학 연구 자체에 좀 더 중점이 있다. 하지만 지금도 연구 아이디어를 얻는데 있어 한의학적 사고가 많은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최근 연구 과제 가운데 같은 치료에 대해 환자별로 어떻게 반응이 달라지는지, 이런 편차를 치료 효능 평가에 어떻게 반영할지 등이 있다. 이런 부분은 한의학자들이 오래 고민해온 부분이고, 개인적으로는 내가 한의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이런 연구 주제에 더욱 익숙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긴 관점에서, 나의 연구를 통해 환자 개인별 효과를 모델링할 수 있는 방법론이 확립이 되면, 한의학 연구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근무지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졸업 후 교원으로 임용되어 존스홉킨스 의대와 보건대에서 연구하고 있다. 방법론적으로는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치료효과 검증 방법 개발, 머신러닝/인공지능 기반 질병 모델링 등에 초점을 두고 있고, 임상적으로는 만성신장병을 다루고 있다.

 

그동안 연구하면서 작성한 논문 또는 성과가 있다면 간략하게 소개해달라.

지금까지 40편 이상의 논문을 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 (IF=8.5), American Journal of Transplantation (IF=6.5), JAMA Psychology (IF=15.9) 등에 게재하였다. 박사 과정 중 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에서 Fellowship을 받았고, 목암과학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또한 존스홉킨스 대학 전체 행사 가운데 박사과정생들이 본인 연구 주제에 대해 3분 이내로 프레젠테이션하는 대회가 있었는데, 최종후보까지 진출하여 존스홉킨스 대학 총장 등 심사위원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우승은 못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외국에서 공부 및 연구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과 보람됐던 점을 말해달라.

가장 보람된 점은 역시 각 분야 최고 전문가와 네트워킹하고 함께 일하기가 쉽다는 점이다. 이런 인프라 덕에 전세계의 진료, 연구, 정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할 수 있다. 이건 사실 단순히 외국이라서라기보다는 존스홉킨스라서 가능하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어려운 점은 언어와 문화다. "영어"가 아니라 "언어와 문화". 영어가 완벽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실제 사회생활, 학위과정 지원, 잡서치, 연구수행 등에서 커뮤니케이션의 결이 한국과는 미묘하게 다르달까, 이걸 이해하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다.

 

그곳에서 외국인들이 한의학을 받아들이는 시각은 어떠한가.

어려운 질문이다. 미국 사회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미국 사회는 이렇다"고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는 점이라 하겠다. 워낙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다보니 한의학에 대한 생각도 워낙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한국보다는 대중의 친숙성이 떨어진다.

 

지금도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도 있다, 선배로서 조언을 해줄말이 있다면.

첫째로, 연구, 국제보건 등에 뜻이 있다면 반드시 좋은 환경에서 트레이닝을 받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가능한 이른 시기에 나오는 것이 좋다. 이른 시기에 나올 수록 여기서 많이 배우고 깊이 있는 경험을 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둘째로, 유학을 통해 어떤 커리어 골을 이루고 싶은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유학 기간 중에도 계속 새로운 기회가 눈에 들어올 것인데, 유학생 신분 특성 상 장기적 비젼 없이는 방황하기 쉽고, 기회들을 잡기위한 준비도 더 필요하다.

 

떠나기 전보다는 시야가 많이 넓어졌을텐데, 한의학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제언을 한다면.

학문연구라는 측면에서 생각하면, 결국은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구자 양성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과학 연구를 어떻게 하는가라는 방법론을 가르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의학 발전을 선도하는 연구가 이루어지는 환경에서, 대가들이 어떤 연구 주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어떻게 연구를 진행하여 어떻게 연구 결과를 전파하는지에 익숙하지 않다면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요원하다. 가급적 많은 한의사, 한의 연구자가 세계적 기관에서 연구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장기적으로 한의학 발전에 결정적 전환점이 열릴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