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뇌와 장의 소통, 더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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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뇌와 장의 소통, 더 커넥션
  • 박히준
  • 승인 2020.07.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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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더 커넥션

침은 어떻게 효과가 나타나는 걸까? 침치료는 임상적으로 경락시스템 조절을 통해 치료를 하게 되는데, 이러한 임상적 효과와 가치를 미래 한의학에서도 구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연구를 통해 여러분야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핵심적으로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경락시스템이 갖고 있는 인체의 내외(장부-경혈), 상하, 좌우의 기능적 연결성을 가시화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파킨슨병 모델에서의 침치료의 기초-임상 융합연구를 흥미롭게 진행해 오고 있는데,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 대안을 찾는 것이 물론 가장 중요한 목표겠으나, 경락시스템규명을 위한 연구 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파킨슨병은 뇌의 흑색질(substantia nigra)에 분포하는 도파민의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어 특이적인 운동이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제는 다양한 비운동성증상을 동반하는 복합시스템질환 (multi-systemic disorder)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를 들면, 파킨슨병 환자들은 파킨슨병으로 진단받기 전부터 변비나 오심과 같은 다양한 위장관 증상을 호소하곤 한다. 질병의 대표적 특징인 바닥핵(basal ganglia)의 신경에서의 알파 시누클레인(alpha synuclein, αSyn)의 응집이 도파민신경 손실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루이소체병리소견(Lewy body pathology)는 중추신경계 뿐 아니라 장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과 같은 말초신경계까지도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장내미생물총의 불균형이 나타나는 것이 알려졌을 뿐 아니라, 환자의 장내미생물을 무균쥐에게 이식할 경우 파킨슨병과 같은 병리적인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이 보고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뇌질환이라도 단순히 뇌의 문제로 국한시킬 수 없고 뇌-장축과 같은 인체 각 영역의 연결성을 통한 접근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연구팀은 침치료 기전을 인체에서의 연결성을 통해 규명하기 위해 뇌-장축 연구 방법론을 시도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최근에는 침치료는 파킨슨병 동물모델에서 병증 완화와 도파민신경 소실 억제효과 뿐 아니라,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을 증가시키고 장내미생물의 불균형까지 동시에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왜 침치료가 효과가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뇌-장-장내미생물의 연계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에머런 메이어 지음, 김보은 옮김, 브레인월드 출간
에머런 메이어 지음, 김보은 옮김, 브레인월드 출간

이러한 시점에 친한 가천대 교수님께 “뇌와 장의 은밀한 대화: 더 커넥션(The mind-Gut CONNECTION)”이란 책을 추천을 받게 된 일은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장의 움직임과 활동은 식도부터 직장까지 5천만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된 신경망인 장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 ENS)가 담당하며 이를 일러 마이클 거션 박사는 제2의 뇌라고 칭했고, 저자는 “작은뇌”라고 부른다. 장은 평소에는 뇌와 독립적으로 장의 움직임과 활동을 조절하지만, 실제 장감각은 정보를 24시간 내내 장신경계 뿐 아니라 뇌에도 전달하여, 뇌-장-장신경계는 끊임없이 서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몸의 모든 세포가 뇌로 내수용정보(interoception)을 보내고 있지만, 뇌로 전달되는 장감각은 양적으로 많을 뿐 아니라 매우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 점점 더 규명되고 있는 연구에 의하면, 뇌와 장의 양방향 의사소통에서, 인간의 몸이 실제 장반응과 장감각을 정교한 뇌-장 회로의 형태로 조직하며, 여기에는 장내미생물이 필수 요소로 포함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미생물들은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대사산물이라 부르는 무수한 작은 합성물 같은 다양한 신호를 통해 인간의 뇌와 끊임없이 의사 교환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뇌-장축(Brain-Gut Axis)을 넘어서 뇌-장 미생물축(Brain-Gut-Microbiome axis)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될 수 있다.

그 동안 교란된 뇌와 장의 의사소통이 과민성대장과 같은 기능성 장질환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정서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다. 뇌-장축과 장내미생물의 역할은 소화기 장애 뿐 아니라, 우울증, 자폐증과 같은 정서 질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직감(gut-feeling)을 중심으로 정서에 장과 장내미생물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큰 뇌와 작은 뇌, 그리고 장내미생물과의 은밀한 대화가 우리 몸에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인 듯 하다.

이 책의 저자인 에머런 메이어(Emeran Mayer) 박사는 내과의사로서 뇌-장축 상호 작용에 관한 연구와 임상을 겸해온 학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모든 임상 사례들이 본인의 환자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본인 환자와 상담하며 원인을 찾아 내고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흥미롭다. 저자는 그 동안 임상과 연구를 통해 뇌-장축 상호작용에 의한 직감을 통한 정서 조절과 이와 관련된 질문의 문제와 함께, 환자들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제안하는 장내미생물 조절을 위한 식단과 명상 등의 방법에 대해서도 제안하며 마무리한다. 임상에서 이미 적용하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최근 연구동향과 함께 제시되는 뇌-장축에 대한 연계성, 그리고 더 나아가 장내미생물 조절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박히준 / 경희대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 소장, 경희대 한의대 교수, 장-뇌축기반 맞춤형 침치료기전연구실 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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