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23> - 『古方選註』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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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23> - 『古方選註』③
  • 안상우
  • 승인 2020.07.11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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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자원의 토착화와 朝鮮傳本의 가치

청대에 간행되어 조선 후기에 입수된 것으로 보이는 『絳雪園古方選註』(전3권)의 끄트머리에 저자인 王子接(1658~?)이 이왕에 저술한 『得宜本草』(1권)란 본초를 덧붙여 펴냈다는 사실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오늘은 이 본초서를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나가기로 한다.

◇ 『고방선주』
◇ 『고방선주』

아쉬운 점은 1982년에 새로 펴낸 교주본(상해과기출판)에 방제와 연관이 없다는 사유로 祝由와 符禁, 그리고 이 득의본초 부분을 삭제해 버린 것이다. 아마도 앞의 두 가지는 사회주의 사상에 입각하여 미신적인 요소가 함유되어 있어 부적합하다는 판단이었을 터이고 이 본초 부분은 기왕에 이미 본초서로 펴낸 적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근현대 한의고전을 주석함에 있어서 당시 유행하는 사조나 어설픈 과학적 인식이라는 잣대로 재단하여 임의로 일부 내용을 절삭하거나 변형시키는 것은 몹시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문제이다. 특히 지난 세기, 중국과 한국에서 진행된 고전번역이나 고전적 정리 사업에 있어서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폐단으로 급격한 시대변화에 따라 지금의 눈으로 과거 기록을 개악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조심해야할 일이다.

한편 문연각본『四庫全書』에 실려 있는 이 책에도 맨 마지막 17권 째에 ‘강설원득의본초’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의서해제에 수록된 해당 조문을 찾아보니 이 책에 458종의 약초가 수록되었으며, 『신농본초경』의 삼품분류 기준에 따라 상품약 151종, 중품약 139종, 하품약 168종으로 나누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앞의 『사고전서』에 수록된 것과 해설된 내용 사이에 득의본초 수록 본초약종의 종수와 명칭이 상이한 점이 있으니, 어찌된 일일까.

우선 상품약은 석창포, 감초, 황기, 인삼, 백출, 오미자를 비롯하여 우황, 사향에 이르기까지 90종이 실려 있다. 상품약이라 쓴 항목 아래 ‘遵經一百一十八種, 隨時用刪補’라고 적혀있다. 곧, 『신농본초경』에 따르면 118종이어야 하지만 당시에 통용된 것에 따라 더하거나 뺀 것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으니 서로 약종수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또 이어 황정, 사상자, 陳倉米, 杵頭糠, 苦酒, 飴糖, 호도, 침향, 河車 등 추가된 약재 내역이 기재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集補時用三十三種’이라 주석을 단 것으로 보아 당시 통용되던 약종 가운데 33종을 가려 상품약에 더한 것이다. 중품약은 추가내역 없이 118종, 하품약은 본경에 기재된 118종에 蘆根, 旱蓮草, 해금사, 마도령, 흑견우, 토복령, 산두근, 위령선 등 약재 50종이 새로 추가되어 있다. 다만 의아스런 것은 여기에 하수오나 신곡, 蒜, 梨, 人乳 같은 약재들이 하품으로 정리돼 있어 본경의 3품 분류법과 다소 다른 기준이 있는 듯하다.

또 하나 이 책에서 이채로운 부분은 소장자가 주요 약물에 상단 여백을 활용하여 독자적인 주기를 달아놓은 점이다. 즉, 본문에 기재된 내용 가운데 누락되거나 보완할 점을 일일이 손으로 적은 것이다. 특히 한글로 적은 향약명이 기재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셕창포, 너삼, 삼, 도랏, 슈자좃, 삽듓불휘’ 등이다. 특히 음양곽조에는 ‘삼지구엽플 … 俗號三枝九葉草’라고 적혀 있다. 이는 오래 전에 조선에 들여와 이 땅에서 활용된 傳來本임을 확실하게 입증해 주는 증거이다.

해제에 따르면, 1737년 청대(건륭2) 목각본이 전한다 하며, 여기 소개하는 자료가 바로 이 판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4책 중 태반이 분실되고 일부만 남았기에 전모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 아마도 이 책이 흩어진 것은 다소 오래 전 일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지로 개장한 표지에 ‘古方選註 全’이라고 적었기 때문이다. 짐작컨대, 오래 전 사행무역을 통해 중국에서 구해 온 서책이 흩어지게 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소장자가 남은 잔본을 다시 꾸며 간직했을 것이다. 말없는 고서 한 권에서 많은 사연을 들어본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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