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22> - 『古方選註』②
상태바
<고의서산책/ 922> - 『古方選註』②
  • 안상우
  • 승인 2020.07.04 0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젊음을 불살라 밑거름 삼은 학문열정

이 책 ‘고방선주’는 정서명이 『絳雪園古方選註』(전3권)로, 청대 초기에 활약한 의학자 왕자접이 저술하였다. 여기에는 다분히 극적인 사연이 배어있다. 저자인 王子接(1658~?)은 자가 晉三, 강소성 소주사람으로, 본디 유학을 익혀 과거를 준비하던 여가에 의학에 힘을 쏟아 20여년을 苦學한 끝에 드디어 명성 높은 의원이 되었다.

◇ 『고방선주』
◇ 『고방선주』

일찍이 『脈色本草傷寒雜病』이란 책을 지은 바 있었는데, 나이 50살이 넘어서서야 스스로 너무 성급한 나머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나서 마침내 책을 모두 불살라버렸다. 20여년 뒤에 다시 이 책을 지어 1732년(雍正10)에 간행하였는데, 이미 그의 나이 75세의 고령이었다.

이 책은 상권에 중경의 『상한론』 113방, 397법을 和, 寒, 溫, 汗, 吐, 下 6제로 분류하여 주석을 달았다. 중권과 하권에는 『내경』과 『금궤요략』, 『천금방』, 『외대비요』, 『성제총록』을 精選하였고 錢乙과 동원, 단계 등 역대 고방 300여수를 가려 뽑아 내과, 女科, 외과, 幼科, 안과, 이비인후과로부터 절상, 금족 등 질병증상을 13과로 분속하여 注疏를 가하였다. 이런 까닭으로 이 책을 ‘十三科古方選注’라고 부르며, 혹은 줄여서 ‘고방선주’라고도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원저자인 왕자접은 옛 사람들이 오로지 처방과 치법에 있어서 규정이나 원칙만을 고집하고 오히려 널리 旁通하여 미루어 쓰는 경우가 드문 것을 깨달았다. 이에 經文에 의거하여 방제를 해석하기로 하고 方義를 천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곁으로 널리 장중경의 상한학설을 위시하여 여러 의가의 견해와 학설을 끌어대어 立方의 의미를 두루 통하게 하였다. 또한 군신좌사의 배합과 용약의 경중으로부터 가감운용에 이르기까지 두루 독자적인 식견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또한 병인이나 방론 뿐 만아니라 매번 방제 하나하나마다 부여된 명칭을 명쾌하게 해석하였다. 여기서 다시 같은 부류의 방제를 비교하여 변별하는데 힘을 쏟았는데, 예컨대 仲景이 흉비증을 치료한 3가지 처방 곧, 과루혜백백주탕, 과루혜백반하탕, 지실혜백계지탕의 방의와 적응증에 대해 상호비교하고 분석하여 대별함으로써 후학들이 방제마다 가감용약의 목표와 용법을 손쉽게 깨달을 수 있도록 하였다.

별도로 『傷寒古方通』(6권), 『傷寒方法』등을 지었는데, 모두 이 책을 지을 때 재료가 되어 내용 가운데 수합되었다. 『得宜本草』(1권)는 이 책보다 앞서 1731년(옹정9)에 저술하였으며, 일명『강설원득의본초』라고도 부르며, 역시 세상에 간행되어 유포되었다. 또한 이 책 『고방선주』를 펴낼 때 부록으로 붙여서 간행하기도 하였다.

한편 문연각『四庫全書』본에서도 맨 마지막 권(권17)에 강설원득의본초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었다. 458종의 약초가 수록되어 있으며, 『신농본초경』의 삼품분류법에 따라 상품 151종, 중품 139종, 하품 168종으로 나누었다. 약명을 큰 글씨로 적어 특기하고 약물 아래 소자쌍행으로 성미와 귀경, 효능, 주치 및 배합방법 등을 기술하였다. 대체로 내용이 간명하고 특히 배합을 중시한 수작이라는 평이다.

예컨대, 知母조에서 “맛이 쓰고 수태음(폐경)과 족양명경(위경)으로 들어가며, 주로 소갈로 인한 번열을 치료한다. 맥문동과 함께 쓰면 淸肺止渴하고 지황을 배합하면 滋腎潤燥하며, 인삼과 함께 쓰면 妊娠중에 생긴 子煩症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여 약물배합에 따른 임상효능을 제시하였다. 현재 1737년에 나온 청대(건륭2) 목각본이 전한다.

그에게는 제자가 몹시 많았으며, 그 가운데 청대의 저명한 의가이자 『온열론』과 『臨證指南醫案』을 지은 葉桂가 일찍이 그에게서 학문을 전수받아 명의가 된 것이다. 문인인 陸得楩이 이 책을 정리하는데 참여하였으며, 역시 문인 吳蒙이 『득의본초』를 교정하였다. 자신의 저작을 불살랐던 뜨거운 열정이 후세대에 싹을 틔운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