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二原者에 대하여(13)- 폐출어소상(肺出於少商)-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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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二原者에 대하여(13)- 폐출어소상(肺出於少商)-②
  • 김선모
  • 승인 2020.06.26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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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리뭉실한 경맥(經脈)에 대한 인식(認識)

《황제내경》에 기재된 경맥의 유주는 방향성도 순서도 제각각이다. 그 각각의 기재된 내용이 정확히 해석되어야만 경맥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록들은 수천년이 넘도록 문자 그대로의 내용조차 제대로 해석되지 못하고 있다.

위기(衛氣)인지, 영기(營氣)인지, 진기(眞氣)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원초적(原初的) 력원(力源)이 이 경우는 이렇게, 저 경우는 저렇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일정한 길을 따라 흐르고 있는 존재...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경맥에 대한 인식 아닐까?

이 두리뭉실함은 그 기록의 오기(誤記) 때문이 아니라 오해(誤解) 때문이다.

 

2. 제가(諸家)들의 오수혈유주(五腧穴流注)에 대한 공통된 인식(認識)

소출위정 소류위형 소주위수 소행위경 소입위합 이십칠기소행 개재오수야(所出爲井 所溜爲滎 所注爲腧 所行爲經 所入爲合 二十七氣所行 皆在五腧也)

太素・馬・景岳・張・白話는 “經脈의 氣가 나오는 곳은 물의 源泉과 같으니 井이라고 부른다. 脈氣가 흘러 지나가는 곳은 源泉에서 강하게 噴出되어 微小하게 흐르는 물과 같으니 滎이라고 부른다. 脈氣가 흘러들어가는 곳은 물이 흘러 漸漸 깊은 곳에 옮겨가는 모양과 같으니 兪라고 부른다. 脈氣가 運行하는 곳은 도랑에 흐르는 물이 迅速하게 흘러 지나가는 것과 같으니 經이라고 부른다. 脈氣가들어가는 곳은 百川이 모여서 바다로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 合이라고 부른다. 十二經脈과 十五絡脈의 二十七氣는 出入하고 흘러나가며 運行하는 곳이 모두 이 井・滎・兪・經・合의 五兪穴 가운데이다.”고 하였다.

《01구침십이원.영01.영추연구집성-영추연구집성간행위원회》

 

보시다시피 제가들이 서술한 오수혈의 유주는 선형(線形)적인 경맥유주이다. 정혈(井穴)로부터 시작된 한줄기 경맥이 입혈(入穴)에서 마무리되는 것이다. 출류주행입(出溜注行入)은 각 오수혈에 대한 서술이다. 경맥의 유주를 선형적 서술로 표현하고 출입하는 기를 맥기(脈氣)라고 해석하는데는 특별한 근거를 제시하거나 굳이 다른 의가들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지도 않는 공통된 입장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폐출어소상(肺出於少商)’에서 무언가의 다른 해석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3. 압도적 지성(知性)을 통한 도약(跳躍)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압도적 인간지성의 출현으로 인류지성의 비약적 발전을 이루는 과정들을 목도(目睹)해왔다. 뉴턴의 사과가 그러했고 케플러의 천체관측이 그러했다.

시큰둥한 인간의 인식속에서 당연히 떨어지는 사과와 당연히 뜨고 지는 태양과 달은 인간의 위대한 통찰력을 통해 우주의 법칙을 노래해 주었다. 무지(無知)로 인한 경외(敬畏)의 세상이 한순간의 지적(知的) 도약(跳躍)을 통해 이해가능한 일체(一體)의 세상으로 격변(激變)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동양의학(東洋醫學)에서 과연 그러한 세상이 도래(到來)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간이란 만물의 영장은 쉽게 자신의 지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황제내경》이라는 압도적 지성이 도래한 이래 수천년의 시간은 나의 지성을 책망하기 이전에 그 대상의 진위를 의심하기 충분한 시간으로 보일만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역사상 압도적 지성이 그리 짧은 시간에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경전(經典)의 부정(否定)은 매우 신중하게 재고(再考)해야하는 선택지이다.

 

4. ‘출(出)’이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폐출어소상(肺出於少商)’을 마주하자.

‘폐출어소상(肺出於少商)’의 폐(肺)가 오장(五臟)의 폐(肺)가 아님은 이미 지난 시간에 언급하였듯이 상식적인 사실이다. 맥동(脈動)의 맥기(脈氣)이건 혈기(血氣)의 맥기(脈氣)이건 경맥(經脈)의 맥기(脈氣)이건 무엇인가가 ‘출(出)’하였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하지만 우리의 사고(思考)는 ‘출(出)’에서 잠시 멈췄어야만 했다.

‘출(出)’을 맥기(脈氣)가 ‘여기로부터 나온다’라고만 해석하고 지나치면 안된다는 것이다.

 

(出)進也。本謂艸木。引伸爲凡生長之偁。又凡言外出爲內入之反。象艸木益茲上出也。茲各本作滋。今正。茲、艸木多益也。艸木由才而屮而㞢而出。日益大矣。尺律切。十五部。凡出之屬皆从出。《설문해자주(說文解字注)》

 

‘출(出)’이란 초목(草木)이 자라 땅을 뚫고 자라나는 모양에서 나온 것이다. 지하(地下)에서 지상(地上)으로의 나아감, 잠시 전(前)의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으로의 전환(轉換)을 의미한다. 그저 ‘시간(時間)에 따른 이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5. 출(出)의 입체적 해석

‘폐출어소상(肺出於少商)’의 ‘출(出)’을 그저 ‘여기서부터 나왔다’라고 해석하고 말았다는 것은 ‘출(出)’이 지니고 있는 ‘전혀 다른 공간의 구분’을 일체 고려하지 않은 일차원적(一次元的) 해석이다. 공간적 해석이 빠진 시간적 흐름의 서술은 경맥(經脈)의 실체(實體)를 입체적(立體的)으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이다.

‘폐출어소상(肺出於少商)’의 경맥의 유주를 한번 입체적으로 그려보자. 만약 공간적 해석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의 펜끝은 별다른 고민없이 침구동인(鍼灸銅人)의 유주노선을 따라 갔을 것이다. 하지만 ‘폐출어소상(肺出於少商)’의 ‘출(出)’을 어떻게 입체적으로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면 그 펜끝은 소상(少商)에서 1mm조차 나아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경맥의 흐름을 《황제내경》의 기록에 따라 한번이라도 그려봤다면 더욱 명백하게 인지할 수 있는 문제이다.

즉, 소상(少商)이라는 혈(穴)에서의 ‘출(出)’이라는 공간적 이해가 바깥 즉, 체표(體表)로의 이동을 의미하는 것인지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에서의 향심성(向心性) 방향을 의미하는 것인지 여러 가지 선택지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란 말이다.

여러분들의 선택은 어떠할까? 경맥(經脈)의 체표(體表)이동은 경맥(經脈)의 ‘경맥자상불가견야(經脈者常不可見也)’의 사실에도 어긋날뿐만 아니라 인체의 중요에너지가 소실되기 쉬운 유주노선이기 때문에 고려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침구동인의 유주노선과 같은 일방적(一方的) 방향성을 가진 ‘선(線)’구조의 경맥을 생각한다면 어떠할까? 제가들이 ‘출(出)’의 공간적 해석을 빠뜨린 것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선택일지는 모르겠지만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으로의 출발’이라는 일차원적 해석의 ‘출(出)’은 오히려 ‘입(入)’으로 기술되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에서의 시작을 의미한다면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으로의 유입(流入)’으로 기술되었어야 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출(出)’을 ‘일방향(一方向) 진행의 출발’로 이해하는 것은 출(出)이 분명 시간적 개념이 포함된 표현이라 하더라도 출류주행입(出溜注行入)의 ‘입(入)’을 고려한다면 의미해석의 중심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다. 즉, 출류주행입(出溜注行入)으로서의 출(出)은 입(入)을 염두해 둔 공간상(空間上)의 외출(外出)과 내입(內入)을 강조한 기술(記述)인 것이지 시간적 흐름의 출발과 종료의 의미에 치중해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말이다.

 

6. 맥중(脈中)으로부터 맥외(脈外)로의 ‘출(出)’

그렇다면 ‘폐출어소상(肺出於少商)’의 ‘출(出)’은 어떠한 공간적 특성을 고려해야할 것인가? 이는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경맥구조에서 선택된 단어이다.

 

에너지는 음양의 경락(經絡)이라는 한정된 공간, 제한된 통로(通路)로만 운행된다. 가로와 세로로 연결된 폐쇄된 영역 안에서만 운행된다. 여기서 유념할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맥(經脈), 락맥(絡脈)의 맥(脈) 역시 내외의 맥중(脈中)과 맥외(脈外)의 2부분으로 분명하게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출(出)은 나가다는 뜻이다.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가 안인 음(陰)의 공간에서 밖인 양(陽)의 공간으로 나가는 것이다. 출어「소상」(出於「少商」)의 ‘출(出)’은 맥중(脈中)에서 맥외(脈外)로의 탈출(脫出)이다. 맥중(脈中)으로 운행하던 폐기(肺氣)는 「소상(少商)」을 통해 맥외(脈外)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출(出)’은 폐기(肺氣)라는 주인공의 맥외(脈外)로의 첫 등장(登場)이요, 입(入)은 맥중(脈中)으로의 마지막 퇴장(退場)이다. 폐기(肺氣)의 출입운동, 오행운동은 맥중(脈中)이 아닌 맥외(脈外)라는 천상의 무대(舞臺)에서 벌어지는 운동인 것이다. 《동의16형인 권건혁》

 

7. 명징(明澄)해지는 진의(眞義)

《황제내경》의 난해한 기록을 두고 수천년동안 펼쳐진 치열한 제자백가들의 토론장 속에서도 경맥의 이러한 선형(線形)적 유주(流注)개념과 출류주행입(出溜注行入)의 주체(主體)가 맥기(脈氣)라는 개념은 격전의 포화를 비껴간 무풍지대였다. 그도 그럴 것이 《황제내경》에 기재된 경맥의 순환이 위기운행 하나조차 어떻다고 규정할 수 없었으니 경맥의 유주에 대한 이러한 논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흙탕물 속에서 보물을 찾아오길 바라는 기대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하지만 수천년의 세월은 그 어둡던 흙탕물을 가라앉히고 그 명징(明澄)한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 마음속 작은 냇물의 흙탕물만 가라앉힌다면 수천년 감춰졌던 보물도 내 손안에 담을 수 있지 않겠는가?

 

김선모 /반룡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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