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 진학부터 아들과의 관계까지…책에서 고민 해결책 찾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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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 진학부터 아들과의 관계까지…책에서 고민 해결책 찾곤 했다”
  • 승인 2020.06.2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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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책, 사람을 잇다(4) 강솔 소나무한의원 원장

인생의 책,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동의수세보원’-‘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

특정 주제 및 출판사 기준으로 신간 독파…“책이 책을 불러온다”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한의계의 다독가를 만나보는 ‘책, 사람을 잇다’ 시리즈가 이번에는 경기도 안산에 있는 강솔 소나무한의원 원장을 만나봤다. 그는 원광한의대 91학번으로, 원광대 산본 병원에서 한방부인과 수련의를 마친 뒤 지난 2004년부터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강솔 원장의 어린 시절은 책과 이야기로 가득했다. 강 원장은 “증조할머니와 시골에서 함께 살았다. 할머니가 이야기를 재밌게 잘 해주셔서 많이 듣고 자랐다”며 “또 엄마가 시골 학교에서 1학년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여서 엄마의 퇴근을 기다리며 교실에 있는 책을 다 읽곤 했다”고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이어 “아버지도 지방 도시에서 문학회 활동을 하시면서 시집을 내셔서 그 영향이 있었다. 도중에 도시로 전학을 왔는데 친구도 없었던 환경도 한 몫 했다. 한 마디로 이야기를 좋아하고, 친구는 없고, 집엔 책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독서습관이 ‘잡식성’이라며 “책이 책을 불러오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데, 그 책을 읽다가 인용된 구절이나 책이 있으면 그 내용을 다시 읽으며 꼬리의 꼬리를 잇는다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거나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여러 책을 읽어보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번은 김상욱의 ‘떨림과 울림’과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가족’을 읽었는데 둘 다 동아시아출판사의 책이었다”며 “그렇게 되면 동아시아출판사의 신간이 나올 때 관심을 갖게 된다. 또, 글항아리출판사도 다양한 주제의 흥미로운 책이 많아서 신간을 챙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책 취향이 확고했다. 문장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책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 원장은 “문장이 아름다운 책을 좋아한다. 문장이 너무 비문이면 내용이 좋아도 읽지 못한다. 그래서 전공 공부하기 힘들었다”며 “육아, 자기개발서, 경제관련 책들은 잘 못 읽는다. 주제나 문장에 흡입력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끝까지 다 읽는다. 아니 읽었다. 최근에는 독서력이 현저하게 떨어져서 민족의학신문에 도서비평을 연재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또한 그는 인생의 일정한 시기마다 비슷한 책을 몰아서 읽는다고 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졸업 무렵에는 조정래의 ‘태백산맥’,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집, ‘전태일 평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었고, 그 이후에는 윤충렬 교수와 양명학, 도올 김용옥 선생의 책, 동인지 ‘또하나의문화’와 페미니즘 서적을 읽었단다. 그 다음에는 정신세계사 출판사의 책들이 한 시기를 채웠다고 한다.

강 원장은 “만화와 장르소설도 좋아해서 어릴 때는 만화가게에 다니느라 엄마에게 많이 혼났다. 죽지 않을 만큼 맞고, 다음 날 또 만화가게에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한 때는 추리소설을 각 대륙별, 나라별로 읽으며 그 분위기를 비교하곤 했다. 책장이 나의 의식의 역사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강솔 원장에게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은 인생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었다. 그는 드라마 ‘허준’을 보고 한의대에 입학했다는 일명 ‘허준 세대’는 아니지만 ‘소설 동의보감 세대’라고는 할 만 했다.

그는 “암기가 싫어서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했는데, 막상 이과공부를 하다보니 적성에 맞는 과가 없어서 고민이 많았다”며 “그런데 내가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소설 동의보감’이 베스트셀러였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우연히 그 책을 읽었는데 허준이 너무 멋있었다. 그래서 한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때, 특히나 내가 살던 중소도시에 한의대를 가려던 여학생은 거의 없었다. 만약 ‘이렇게 멋진 글을 쓰다니’라고 생각했으면 문예창작과를 갔을 텐데, 허준이 너무 멋있어서 ‘이런 한의사가 되어야지’ 하고 생각했다”며 “그렇게 한의대에 진학하면서 동양학을 접하게 되었다. 억지로 ‘논어’, ‘맹자’, ‘장자’를 읽고,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동생이 ‘누나는 대학 가더니 사람 됐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십대의 예민한 아이인 채로 서양철학이나 문학 쪽으로 진로를 택했다면 날카롭고 빡빡한 사람으로 살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솔 원장이 인생의 책으로 소개한 의학서적은 크리스티안 노스럽의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와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이었다.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는 산부인과 전문의인 노스럽 박사가 초경부터 폐경,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그 순간까지 여성이 겪게 되는 상처와 질병의 육체적. 감정적, 정신적 원인, 그리고 치유법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강 원장은 “한방부인과 수련의로 근무하던 시절에 이 책을 읽고, 사람의 몸과 마음이 이렇게나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이전에는 내가 한의사가 되어 사람을 치료 할 수 있을지 늘 회의적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이런 방식으로 환자를 이해하고 치료 한다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상의학의 시초를 다룬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에 관해서는 “이제마 선생 덕분에 한약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도 인생의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의학서적이 아닌 책으로는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미우치 스즈에의 ‘유리가면’,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도 언급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1968년 통일혁명당사건에 연루되어 감옥에서 복역한 신영복의 옥중에서 쓴 글을 엮은 책이며, ‘유리가면’은 연극을 하는 소녀의 일대기를 다룬 만화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는 유명 스릴러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글 쓰는 법을 다룬 책이며, ‘당신이 옳다’는 정신과전문의인 저자가 말하는 ‘적정심리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강 원장은 “인생의 책이 한 권이나 두 권은 아닌 것 같다”며 “마음 속에 어떤 의문이나 고민을 갖고 있으면 정말 우연히 읽은 책에서 그 해결책을 찾게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이십대 중반에 나의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책이었다. ‘유리가면’은 무언가를 할 때 이를 잘 관찰해서 사물의 본질을 찾아내야겠다는 태도를 마음 속에 간직하게 해 줬다”며 “‘유혹하는 글쓰기’는 어떻게, 어떤 태도로 쓸것인가에 대한 기준점이다. ‘당신이 옳다’는 사춘기 아들과의 문제를 풀어야할 때 나침반이 되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생의 책이 무엇이냐고 물으시면 말 할 수 없다. 언제나 책과 함께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 마치 현명한 조언자나 흥미로운 탐험을 같이 하는 친구처럼 말이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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