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주역] 뇌산소과 - 그래도 되는건 없다
상태바
[모두의 주역] 뇌산소과 - 그래도 되는건 없다
  • 승인 2020.06.19 0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혜원

박혜원

mjmedi@mjmedi.com


박혜원 / 장기한의원
박혜원
장기한의원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감염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신천지에서 출발한 폭발적 감염은 대구처럼 커다란 도시 하나를 거의 마비시키다시피 했었지만 최소한 교인들의 명단이나마 확보가 가능했는데, 이번의 클럽은 제대로 된 명단은 커녕 음지로 숨어버릴 접촉자와 잠재 감염자들을 특정할 수 없어 더 큰 문제가 될 것 같다.

사람이 살면서 이래도 되나, 싶을 때는 수도 없이 있다. 사회가 세운 기준이든 스스로 세운 기준이든 간에, 그 기준선을 넘어갈 때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생각해보아야 하는것이다. 그 조금의 지나침에 대한 이야기가 주역에도 나온다. 뇌산소과 괘다.

소과 괘의 괘사는 이러하다.

小過 亨 利貞 可小事 不可大事 飛鳥遺之音 不宜上 宜下 大吉

조금 지나치는데 형통하다고 한 것은 바로 뒤에 따라 나오는 ‘바르게 함’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아무리 올바른 일이라 한들 너무 과하면 문제가 된다. 나라 곳간에서 돈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 기재부의 역할이지만 어렵고 힘든 시기에 가장 열심히 일한 질병관리본부 소속 사람들의 연가보상비를 삭감하고 더 나아가 국가직 공무원들의 연가보상비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올바름을 주장하고 고집할 때와 정도가 있다는 것이다.

새 한마리가 울음소리를 낸다면 다른 새들은 귀를 기울인다. 그 새가 만약 소리를 내며 위로 날아오른다면 지상을 떠나야 한다는 의미일테니 다른 새들도 서둘러 날개를 펼 것이고, 아래로 내려온다면 하늘에 더 강한 포식자가 떠 있거나 지상에 내려올 이유가 있기 때문일테니 다른 새들도 땅으로 내려올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날아오르기에 위험한 시절이다. 그러니 내려오는 것이 길하다.

그러나 초육을 보자.

初六 飛鳥 以凶

날던 새도 내려와야 하는 시기에 나는 새는 흉할 수밖에 없다. 그를 보고 다른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를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나는 새는 억지로 떨어뜨릴 수도 없다. 그래서 상전에서는 飛鳥以凶 不可如何也라고 했다. 흉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말이다. 다들 집에서 근신하고 있는 시기에 클럽에 춤추겠다고 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아 그래도 되나? 하면서 하나 둘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六二 過其祖 遇其妣 不及其君 遇其臣 无咎

육이는 육오의 짝이다. 그러나 음양응이 되지 않는 사이이기 때문에 만남이 쉽지가 않다. 정당한 짝이니만큼 언제든 독대를 할 권리가 없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모두 집에 계신 것을 알면서 할아버지께는 인사조차 하지 않고 바로 용건을 말할 할머니에게로 간다면 본인은 효율적이었다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할아버지께서는 내내 서운해하시지 않을까. 그리고 언젠가는 그 서운함이 큰 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육이가 육오에게 가려면 구삼과 구사를 지나야 하는데, 바로 위에 있는 구삼을 지나치는 것은 작은 일이지만 구사마저 지나치는 것은 크게 지나치는 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니 신하인 구사를 먼저 만나면 허물이 없다고 한 것이다.

九三 弗過防之 從或戕之 凶

세번째 효는 내괘에서 외괘로 넘어가는 관문이다. 그런데 이미 초육에서 흉사가 발생했고, 육이는 구삼을 그냥 지나쳐 외괘로 넘어가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삼은 내괘의 유일한 양효라 힘이 있다는 것이다. 양효가 양의 자리에 있으니 지나친 힘을 휘두를 가능성이 있어 비슷한 경우라면 신중하라, 조심하라, 바르게 하라는 말이 나올 법한 자리이다. 그러나 ‘지나친듯이 막지 못하면 흉하다’고 했다. 구삼의 지나친 힘으로 막지 않으면 초육의 흉사는 육이라는 날개를 달고 구삼을 넘어 외괘로 바로 넘어가 버린다. 그러나 구삼에게는 힘의 한계가 있고 육이가 육오에게 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그러니 흉하다.

九四 无咎 弗過 遇之 往 厲 必戒 勿用永貞

구사는 육이에서 말한대로 육오에게 가기 전 먼저 만나는 신하이다. 육이가 흉사를 들고 육오에게 가기 전에 한번 가로막았으니 허물이 없고, 육이가 구사를 지나 육오에게 가면 위태로워지니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육이는 육오의 짝이며, 결국 모든 판단은 육오가 내려야 한다. 구사가 아무리 힘이 강한들 그의 권한은 여기까지이다. 그러니 육오의 짝인 육오를 한번 막아세우는 약간의 지나침은 있을 수 있어도, 육오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과한 지나침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니 길이 고집하지 말라는 것이다.

六五 密雲不雨 自我西郊 公 弋取彼在穴

密雲不雨 自我西郊는 풍천소축괘의 괘사에도 등장한다. 비가 올 것 같아도 비가 오지 않는 것은 ‘나’로 대변되는 중요한 요소가 아직 제 자리에 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축괘와는 다르게 소과괘에서는 더 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다. 화살을 구멍에 쏜다는 것은 무언가를 옴쭉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몰아넣고 잡는다는 뜻이다. 왕의 사냥은 삼면만을 막는 삼구법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 구멍에 몰아넣고 화살을 쏜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이다. 그러나 초육부터 날아오른 새는 이미 하늘 높이 올라갔다. 하늘에서 만약 비가 쏟아진다면 새는 더 이상 날기를 택하기보다는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갈 것이다. 그러나 비는 오지 않고 새가 계속 날아다니도록 둘 수는 없으니, 쏘아서 떨어뜨리는 방법 밖에는 없다. 언제나 인의와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 왕의 자리에서 그것은 지나친 처사이나, 그 약간의 지나침은 어쩔 수 없는 시기인 것이다.

上六 弗遇 過之 飛鳥 離之 凶 是謂災眚

육오에서 떨어뜨리지 못한 새는 결국 인력을 벗어난 곳에 이르렀다. 그 새를 보고 다른 새들은 날아오를 것이며, 순식간에 수십마리, 수백마리의 새가 날아오르게 될 것이다. 막을 수 있었던 시기에 아주 조금씩 틈이 생긴 것이 결국은 남을 탓할 수조차 없는 재앙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많은 나라들이 아예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금지해버렸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생활에 최대한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방역과 치료에 집중해왔다. 그런 정부와 의료인들의 노력을 알고 있었다면 시민들은 협조를 아끼지 않았어야 마땅하다.

집 안에만 있는 것이 답답해서 밖으로 나간 것은 약간의 지나침이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바람이 상쾌해서 야외로 나가고, 맛있는 커피와 달콤한 것들이 그리워서 카페와 음식점을 찾은 것은 약간의 지나침이다. 이 상황에서도 적절한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잘 씻으면, 즉 바르게 하면 형통했다. 힘겨워하던 자영업자들이 조금씩 숨통이 트인다며 반겼고, 집안에만 갇혀 있던 사람들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밀폐된 공간에 천여명이 마스크도 하지 않고 모여 부비적대는 건 약간의 지나침이 아니다. 이 과한 지나침이 초육에서처럼 이미 벌어진 흉사가 되었다. 정부가 그야말로 사람과 재화를 갈아넣어서 만들어준, 기본적인 일상 생활을 잃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그들은 바이러스를 널리 퍼트리는 수단으로 삼았다. 연락처와 신상을 적으라는 기본적인 규칙도 무시했다. 같은 시간대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으라는 질본의 간곡한 부탁도 무시했다.

그리고 또 다시 지역감염이 시작되고 있다. 겨우 떨어뜨린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하며 가게들은 다시 한산해지고 아이들은 또 다시 학교에 가지 못할 수도 있게 되어버렸다. 누군가가 작은 일탈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은 커다란 재앙이 되어 다시 돌아왔다. 그러니 구멍에 들어가 활에 쏘이더라도 그들이 입을 다물었으면 좋겠다. 과한 지나침이든 작은 지나침이든 간에 행동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니, ‘젊어서 안 죽는다’는 말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이제 알 때도 된 것 같으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