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현효의 도서비평] 정치는 결과로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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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현효의 도서비평] 정치는 결과로 책임진다
  • 이현효
  • 승인 2020.06.05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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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아베 신조, 침묵의 가면

일본의 총리 아베 신조의 정치 DNA를 분석한 책이다. 학창시절의 아베는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아이였다고 한다. 이념적인 주제로 넘어가면 고집스러움을 보이곤 했다. 아베의 정치적 뿌리는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에서 출발한다. 기시는 이시바시 단잔 내각에서 외무대신을 맡은 후 총리가 된 인물이다. 그는 A급 전범, 쇼와의 요괴로 불리었지만 아베에게는 다정했다. 아베 총리의 아버지(아베 신타로)는 아베에게 엄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신타로는 태어나서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헤어진 후 종전직후 22살에 아버지(아베 간)를 잃었다. 때문에 애정표현이 서툴렀다. 아베는 자연스레 기시와 가까워지고 정치적 입장마저 계승하게 되었다.

노가미 다다오키 지음, 김경철 옮김, 해냄출판사 출간
노가미 다다오키 지음,
김경철 옮김, 해냄출판사 출간

기시는 도쿄대 명예교수가 되는 일본 법학계의 거장 와카쓰마 사카에와 수석을 다투던 수재였다. 아베의 작은 외할아버지인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와 할아버지 간과 아버지 신타로 역시 도쿄대 법학과 출신이다. 정치가가 되겠다는 포부와 명문가 혈통에 대한 자부심을 간직하면서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공부에 대한 수치심을 간직한 채 초중고와 대학까지 에스컬레이터식으로 진학해 세이케이대학 법학부를 졸업했다. 대학생 시절 빨간 알파로메오로 통학하며, 양궁부에 들어가고 마작을 즐겼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아버지 신타로는 농림대신, 관방장관을 역임 후 지역구인 시모노세키에서 가장 큰 기업인 고베제강에 아베를 입사시킨다. 이후 신타로가 나카소네 내각에서 외무대신으로 취임하며 아베는 아버지의 정무비서관이 된다. 리쿠르트사건이 터지며 자민당 간사장이었던 신타로는 암 선고를 받고 91년 사망한다. 아버지의 지반(후원회 조직), 간판, 가방(선거자금)을 물려받아 93년 야마구치현에서 중의원에 당선된다.

2002년 고이즈미 방북이 이루어지고, 북한의 일본인 납치에 있어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명성을 얻어 관방부장관에서 자민당 간사장으로 전격 발탁된다. 자민당 넘버2가 된 것이다. 자민당 파벌인 세와카이의 회장이었던 신타로가 키운이가 모리 요시로인데, 파벌수장인 모리는 아베의 뒷배였다. 포스트 고이즈미에 이름을 올려 첫 당선으로부터 13년 만에 총리, 총재가 된다. 그러나 총리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지병인 궤양성대장염이 도지며 2007년 돌연 사퇴한다.

2012년 다시 총재직에 복귀한다. 운이 따랐다. 최대 파벌이었던 다치무라가 입후보 4일후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경쟁자 이시하라가 TV에 출연하여 실언을 하면서다. 재취임후 헌법개정, 야스쿠니 참배, 고노담화 수정으로 매파색채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는 “정치는 숫자, 숫자는 힘, 힘은 돈”이라고 했다. 전후 레짐으로부터 탈피를 슬로건으로 숫자에 의지해 강경책을 밀어붙인다. 자민당은 전통적으로 초매파, 리버럴, 헌법유지파까지 다양한 가치관과 사상을 가진 포괄정당임에도 자민당을 통째로 우현선회한 것이다. 최고권력자는 잘하는 것은 당연하고 실패하면 비판받는다는 긴장감을 항상 지니게 된다.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력을 바탕으로 사회의 분위기를 읽어가며 착지점을 찾아가야 한다는 경고를 필자는 보내고 있다. 성급하게 결과를 내려고 숫자에만 의지하면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는 점을 역시 지적하고 있다. “정치는 결과로 책임진다”는 것이 아베총리의 입버릇이라 한다. 도쿄올림픽연기와 코로나 환자폭증으로 인한 의료시스템의 붕괴에 어떻게 응전할 것인가. 귀추가 궁금하다.

 

이현효 / 김해 활천경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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