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18> - 『醫方撮要』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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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18> - 『醫方撮要』③
  • 승인 2020.06.06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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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東醫方論의 요체와 運氣의 중요성

지난 주 대한제국 太醫院 典醫 李峻奎(1852~1918)가 光武10년(1906)에 펴낸 마지막 칙찬의서라 할 이 책의 특장에 있어서 方論의 중요성에 대해 서두만 꺼내고 미처 다 논의를 전개하지 못하였다. 방론이란 각 질병항목의 주치방 혹은 대표처방에 대해 원인과 치법, 대상질환이나 적응증 뿐만 아니라 주요 약재의 구성과 효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논평한 지극히 학술적이고 임상적인 견해가 반영된 전문의학적인 평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의방촬요』
◇ 『의방촬요』

바꿔 말하자면, 단순히 처방별로 치증, 곧 적용 증상이나 치료 대상 질환만을 열거하기 보다는 개개의 병증과 이에 대응한 방제 의 구성 원리나 입방근거 등을 한의학적 방제이론에 바탕을 두고 論證을 위주로 기술한 처방해설을 말한다. 이렇듯 낱낱의 치료처방 아래 辨證論治에 의거한 저자의 독자적인 方論을 적었다는 점에서 기성방서와는 구별되는 학술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할 것이다.

예컨대, 嗜酒喪身의 경우, “술이란 祭天享地, 順世和人, 行氣和血하여 성정을 도야하므로 세상 사람들이 능히 마실 수 있는 것 가운데 빠트릴 수 없는 것이다. 추운 날씨나 이슬을 맞았거나 혹은 病家에 들릴 경우, 3~5잔 술을 마시면 정신이 굳세어지고 疫癘를 물리칠 수 있으되, 주량과 기력에 지나치지 않도록 할뿐이니, 과음하면 기혈을 소모하고 상해를 입게 된다.”고 기술하였다.

이어 “논하건대 酒病을 치료함에 있어 마땅히 發汗해야하며, 그 다음으로는 利小便하여 몸 안의 濕邪를 위아래로 나누어 해소시켜야만 하니, 이 약은 음주가 너무 과도하여 구토하고 담이 가로막혀 심신이 煩亂하고 흉격이 痞塞하며, 손발이 덜덜 떨리고 소변이 원활치 않거나 대변이 묽고 음식이 줄어드는 증상에 먹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위는 갈화해정탕에 대한 방론인데, 대상 질환의 병리기전, 주치증상과 함께 치법을 상세하게 논변하고 있다.

담음조에는 다음과 같은 병론이 전개되어 있다. “痰이란 병명이다. 비위에서 생기지만 비위의 기운이 왕성하고 음식을 잘 이겨내면 무슨 담이 있을 수 있겠는가. 간혹 식후에 고민거리가 생기거나, 힘든 일을 하거나, 놀래고 겁을 먹거나, 풍사가 들어 음식의 정화가 傳化될 수 없게 되어 담음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에 대한 치방으로 兩陳湯이란 처방이 대표방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방론에는 습담, 열담, 풍담, 노담, 한담, 식적담 등이 있을 때 가감하여 쓰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였다. 방제는 진피(去白) 1돈, 반하(湯泡) 2돈, 백복령(去皮) 1돈, 감초 5푼, 생강 3쪽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六陳良藥에 속하는 진피와 반하가 주재로 등장하고 있기에 양진탕이란 방제명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또 연이어 위의 양진탕에 패모, 지실, 백출, 황금, 향부자 등 몇 가지 약재를 가감한 가감양진탕이 수록되어 있는데, 다음과 같은 방론이 수재되어 있다. “담은 습에 속하니 바로 진액이 풍한과 습열에 감촉되거나 칠정이나 음식에 손상을 입어 변화되어 생긴 것이다. 기운이 逆上하게 되면 진액이 탁해져 담음으로 변질되기 때문에 ‘痰’이라 한다. 火氣가 발동하여 생긴 경우, 降火를 우선하고 氣逆으로 인한 경우에는 順氣하는 것이 요점이다.”라고 하였다.

또 다른 특징으로 운기론이 강조된 점을 들 수 있다. 본문에 앞서 원도표로 작성된 ‘運氣流行圖’가 실려 있으며, 醫原에 이어 운기론이 2번째 의론으로 등장한다. 대략 그 내용이야 소문의 이론에 기반해『의학입문』운기총론의 요지를 축약한 것이지만, “民病由此以生, 運氣不可不審”이라 하여 기후변화와 질병발생의 상관관계를 중요하게 강조하였으니 재삼 곱씹어볼 만한 경구라 하겠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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