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대면진료’ 확대 주장에 찬반 엇갈린 한의협-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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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대면진료’ 확대 주장에 찬반 엇갈린 한의협-의협
  • 승인 2020.05.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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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한의협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여하겠다” vs 의협 “국가적 재난 악용한 것”

한의계, “의료사각지대 환자에 진료 제공” vs “의료기기 업체 및 대형병원 배불리기”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최근 정부가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원격의료를 추진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의협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을 정략적으로 악용하려는 것”이라고 밝힌 반면 한의협은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한의계 내부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 등의 반대로 인해 무산되어왔던 원격의료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올해 2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코로나19 감염확산 차단을 위해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과 처방을 허용하면서부터였다. 최근에는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과 강기정 청와대 정부수석 등이 비대면진료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지난 18일에는 회원들에게 전화상담 및 처방 중단을 권고했다.

이들은 지난 15일 성명서를 통해 “국내에서만 1만 명 이상의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전 세계적인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라는 현재진행형의 국가적 재난을 악용한 정부의 행위를 '사상초유의 보건의료위기의 정략적 악용'으로 규정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의협은 지난 2월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화 상담·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6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모든 감염병 질환에 대하여 ‘비대면 진료’를 기본 프로토콜로 정해야 한다. 감기 등 바이러스성 질환에도 비대면 진료를 우선 적용해야 하며, 정부는 이 같은 진료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15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혁용 한의협회장은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할 때가 됐다”며 “원격의료의 장단점은 실제 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의료계가 싫다면 한의계를 통해 시범적으로 해볼 것을 정부에 부탁한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의협이 이미 원격의료에 찬성입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의계 내부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원격의료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원격의료가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한의계의 경우, 원격의료를 위해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s)를 시작으로 의료기기 사용 영역을 확대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공보의로 근무하고 있는 A 한의사는 “의료인의 수가 OECD평균에 못 미치는 국내현실에서 의료취약지에 있는 노인, 장애인, 만성질환자 등이 보다 쉽고 정기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원격진료의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대면진료만을 고집하는 것 역시 명확한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영배 대한미병의학회장은 지난 2018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원격진료를 한다면 자연스레 각종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비롯한 부수적인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되며, 이를 통해 점차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영역을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한의사의 모습이 대중에 노출된다면 한의사가 보수적이고 옛날에 머물러있다는 낡은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원격의료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대면진료에 비해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원격의료가 결국 대형의료기관과 의료기기업체의 이득으로만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김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B 한의사는 “환자를 진료하는데 있어 상태를 검진하기 위한 기초적인 진단장비는 필요하다. 원격의료를 할 경우, 병원에 있는 진단장비가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탈바꿈해 환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이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의료기기업체와 대형병원의 덩치만 키우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다수의 한의사들이 “환자를 직접 관찰하고 만져보는 등의 진단을 기반으로 한 대면치료를 대체하기에 아직까지 원격의료는 정확성과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렇듯 원격의료에 대한 명확한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원격의료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의견에는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해 보다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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