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일상적 소재 다루는 이외수 소설 읽고 한의대 입학 결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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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일상적 소재 다루는 이외수 소설 읽고 한의대 입학 결심했죠”
  • 박숙현 기자
  • 승인 2020.05.21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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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람을 잇다① 정유옹 사암은성한의원 원장

2013년부터 본지에 도서비평 기고…매일 신문 5종 정독

인생의 책, ‘내 몸은 내가 고친다’, ‘강우규 평전’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본지에서는 한의계의 다독가들을 만나 그들의 인생과 책 읽는 행위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이 선택한 ‘인생의 책’을 소개받는 ‘책, 사람을 잇다’ 인터뷰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를 위해 첫 번째로 만나본 다독가는 지난 2013년부터 본지에서 도서비평을 연재하고 있는 정유옹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었다. 그는 15년 째 사암침을 전문으로 진료를 하고 있는 임상가이자 사암한방의료봉사단 회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정 원장은 역시 본지에 도서비평을 기고하고 있는 김홍균 한국전통의학사연구소장의 추천으로 도서비평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경희한의대 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의사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역사를 주제로 도서비평을 연재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김 소장의 제안으로 시작한 연재가 어느덧 8년이 흘렀다.

그동안 도서비평을 통해 51권의 책을 소개해온 그는 “시간이 날 때 마다 틈틈이 책을 읽고 있다. 많이 읽는다고 말하기는 부끄럽다”면서 “소설을 좋아해서 과거에는 소설을 많이 읽었고, 역사에 관심이 많아 역사서도 읽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문을 읽는 것도 좋아해 민족의학신문을 포함한 5종의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한의원에서 그 신문을 모두 정독하고 집에서는 책을 읽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한의계에 발을 들이게 된 이유 역시 책 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정 원장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1년 재수를 하게 됐다. 재수 하던 당시 시간의 여유가 많아서 책을 많이 읽었다”며 “평소 어느 한 작가의 책이 재밌으면 그 작가가 쓴 책을 모두 읽는 타입인데 그 때 많이 읽었던 것이 이외수 작가의 소설이었다. 그의 소설은 초현실적인 소재가 많다. 그런 소설을 읽으며 내가 살아가는 일반적인 세상과는 다른 무언가에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무언가에 흥미가 생겼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것이 한의학에서는 ‘기(氣)’라고 생각했고, 이를 ‘침’으로 조절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한의대 입학을 결심했다”며 “한의대에 입학해서도 침술에 관심이 많았고, 예과 2학년 때 금오(金烏) 김홍경 선생에게 사암침술을 배우면서 지금까지 사암침을 활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홍경 지음, 식물추장 출간

정유옹 원장에게 ‘인생의 책’으로 꼽을 만한 의서(醫書)와 일반서적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그는 곧바로 금오 김홍경이 쓴 ‘내 몸은 내가 고친다’를 인생의 의학서적으로 언급했다.

2000년에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저자가 한의대 새내기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진단학 강좌 녹취와 한의학 진단의 중심 사상인 팔강 패러다임을 안내하고 있다. 현재는 절판되어 중고서점을 통해서만 알음알음 구할 수 있지만 당시 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던 한의대생 정유옹의 입장에서는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그는 “이 책은 한의학에 대한 기본상식과 음양오행에 대한 이론을 쉽게 설명해 한의대 예과학생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읽을 수 있다”며 “처음 출간됐던 당시에 약 10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금오 선생이 EBS에서 강좌를 했기 때문에 유명세를 탔던 영향도 있지만 그만큼 한의학 서적에 관한 대중들의 진입장벽이 낮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서점을 방문해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인지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는 한의학 서적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며 “최근 대중들 사이에서는‘아프면 한의원에 간다’는 식의 인식이 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을 고려해보면 ‘내 몸은 내가 고친다’는 현재까지 발간된 한의학 서적 중 마지막 베스트셀러라 생각한다. 앞으로 이러한 한의학 베스트셀러가 등장해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정 원장은 또한 의서가 아닌 일반서적으로는 독립운동가이자 한의사였던 강우규 의사의 일생을 다룬 ‘강우규 평전’을 선택했다. 은예린 작가가 책미래에서 출간한 ‘강우규 평전’은 저자가 독립기념관 정기간행물에 독립 운동가들에 관한 원고를 게재하는 과정에서 강우규 의사의 활동을 정리했다.

그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강우규 의사를 비롯해 여러 선배 한의사들이 단순히 임상가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과정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책을 읽고 나서 독립운동을 해온 한의사가 정말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강우규 의사처럼 직접 독립운동에 나선 한의사도 있지만 본인의 한의원을 장소로 제공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한 지원금을 대준 사람도 있더라”며 “한의사들이 우리 민족의 정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다. 또한 우리가 뿌리 깊은 학문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후배들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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