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16> - 『醫方撮要』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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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16> - 『醫方撮要』①
  • 승인 2020.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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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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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황제의 명을 받들어, 勅撰醫書

이 책은 고종재위 53년째이자 稱帝建元하여 光武10년째인 1906년에 황제의 명을 받아 펴낸 勅撰醫書이다. 따라서 시기적으로 대한제국의 끝자락에서 근대로 이행하기 직전, 조선의학의 전통을 잇는 가장 최후의 관찬의방서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권두에 여러 고관들의 서문이 함께 곁들여져 있는 것이 특색이다.

◇ 『의방촬요』
◇ 『의방촬요』

저자 李峻奎(1852~1918)는 고종 때 太醫院典醫로서 종2품 가의대부, 侍從院副卿의 지위에 올랐다. 특히 조선황실에서 설립한 최초의 근대식 병원이자, 한방병원의 시원이라 할 수 있는 內部病院 초대병원장을 지냈다. 의관직 외에도 시흥과 영평, 여주, 무안, 남평 군수 등 외직을 두루 역임했던 인물로 서양문물이 물밀 듯 전해오던 당시 한의계를 대표하던 사계의 원로이자 한의지사였다.

첫머리 이제면에 저자의 銜字가 ‘前太醫院兼典醫 李峻奎’라고 밝혀져 있는 것으로 보아 본서의 발행시점에는 이미 전의직을 그만둔 것으로 보이는데, 1906년 4월 여주군수, 시종원부경에 임명되고 칙임관3등에 서용되었다고 되어 있다. 그는 이미 오래전인 광무2년(1898) 11월2일 聖候平復 즉 고종의 병환을 치료한 공로로 태의원전의에 임용되었고 2년 뒤인 1900년 1월 정3품직인 내부병원장에 오르게 되었다. 또 그해 7월 廣濟院長에 보임되었고 1904년에는 태자비의 병환에 入直醫官으로 임명되었다.

하지만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1899년(12.15일)에 내부병원장, 이듬해인 1900년(6.13일)에 광제원장에 제수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 대조 확인이 필요해 보이는데, 관보상의 발령일자와 실제 부임시기와 약간의 시간적 차이가 있어 빚어진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은 서문에 적힌 1906년 집필 이후 곧바로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무려 10여년 세월이 흘러 조선이 일본에 병탄된 뒤인 1917년(대정6년)에야 경성 광동서국에서 간행된다. 이러한 사정은 권두에 실려 있는 몇 편의 서문을 통해 당시 정황을 다소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곧 첫머리에 민영규가 지은 의방촬요서는 1915년에 지은 것이고 이어 정만조의 서문은 1910년, 저자의 자서는 광무10년 즉, 1906년에 지은 것이어서 그간 부단한 세월 동안 이 책이 제대로 출판되지 못했던 정황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당시 규장각 부제학으로 있던 정만조는 서문 속에서 저자를 ‘李侍郞’이라 부르고 그를 ‘讀書君子’라는 雅稱으로 높여 부르고 있다. 그의 글속에서는 “이시랑 집안은 대대로 학술에 힘써 들으니, 어려서부터 집안의 가르침(庭訓)을 받들고 문장과 역사에 이미 박통하고 일찍이 세상을 구제할 뜻을 두었으나 중년이 되도록 때를 만나지 못해 이에 탄식하여 말하길 옛적에 재상이 되기를 기구하거나 의사가 되기를 기원하는 일이 사람을 구제하는 것은 한가지라 했다 하고 드디어 고금사방의 책을 가져다 깊이 연구한지가 10여년 세월이었다.”고 술회한 말이 들어 있다.

또 “여러 차례 지방관으로 나아가 선정을 베풀었기에 어진 사또(仁侯)라는 칭송을 받았으며, 더불어 時論을 나눌 때에도 古文이나 當世事에 있어서나 하는 말마다 적중하지 않음이 없었다.”고 적어놓아 매우 고금의 일에 박식하고 세상일을 논함에 있어서도 매우 사리에 밝아 주변 사람을 감탄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책을 ‘指路之良軌, 渡津之慈航’ 곧, 나아길 길을 가리켜 주는 수레바퀴 자욱이나 苦海에 빠진 衆生을 건네주는 부처님의 자비심 깊은 나룻배 같은 책이라고 부르며, 귀히 여겼다. 세계 각국이 역질 유행으로 허덕이며 民生이 도탄에 빠져드는 지금, 인류의 생명을 구할 渡津指路의 양서는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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