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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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라서
  • 황보성진
  • 승인 2020.05.2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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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톰보이
감독 : 셀린 시아마출연 : 조 허란, 말론 레바나, 진 디슨
감독 : 셀린 시아마
출연 : 조 허란, 말론 레바나, 진 디슨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약간 숨통이 트이나 했던 영화계는 다시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로인해 본격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시작되는 5월임에도 불구하고 극장가는 개봉작보다는 재개봉작들이 더 많이 눈에 뜨일 정도로 정체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소소하게 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한 편의 작품이 있다. 특히 무심히 앞을 응시하고 있는 한 아이의 모습이 담긴 영화 포스터는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새로 이사 온 아이, 미카엘(조 허란)은 파란색을 좋아하고, 끝내주는 축구 실력과 유난히 잘 어울리는 짧은 머리로 친구들을 사로잡는다. 이런 미카엘의 모습에 리사(진 디슨)는 푹 빠지게 되고, 친하게 지내게 된다. 하지만 미카엘의 본명은 로레이고, 여자이다. 어느 날, 리사는 미카엘에게 수영하러 가자고 제안하고, 미카엘은 흔쾌히 수락하면서도 난감해 하지만 자신의 수영복을 잘라 남자 수영복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들 사이를 동생 잔(말론 레바나)이 알게 되지만 언니를 오빠로 부르며 미카엘을 도와준다.

영화 제목인 <톰보이>는 의류 브랜드로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활달하고 남성스러운 여성이라는 원래의 뜻을 갖고 있다. 영화 <톰보이>는 내가 원하는 ‘나’이고 싶은 10살 미카엘의 특별하고 비밀스러운 여름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작년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의 가장 유력한 경쟁상대이자 각본상을 수상했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감독 셀린 시아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스스로 꿈꾸고 바라는 ‘나 자신’이 되고자 하는 10살 아이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에 고정관념화 된 젠더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 <톰보이>는 짧은 머리든 분홍색이든 인형놀이든 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 때문에 원하는 것을 강제로 차단당했던 경험이 있는 여자 아이들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음직한 내용을 어른의 시선이 아닌 아이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표현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해외 유수의 영화제로부터 찬사를 받은 수작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봉하지 못했었는데 관객들의 요청으로 인해 9년 만에 <톰보이>를 정식 개봉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여주고 싶었던 아이가 성 역할을 거부할 때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을 섬세하고 사려 깊은 연출로 그려내며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성 고정관념과 젠더 이슈에 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톰보이>는 아이들의 순수한 연기를 보는 재미와 스릴러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카엘이 여자라는 것이 드러날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바라보는 재미 등이 소소하게 들어 있는 영화이다. 물론 밋밋한 구성으로 인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미카엘이나 잔, 리사 등 주인공 중에 한 명에 감정이입해서 이 영화를 바라본다면 매우 독특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가 82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 속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가득 채우다가 매우 쿨하게 끝나는 결말 장면은 오랜 시간 동안 여운을 느끼게 하며 누구의 시선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한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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