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주역] 중화리- 함께 있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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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주역] 중화리- 함께 있어 빛난다
  • 박혜원
  • 승인 2020.05.2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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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원장기한의원 원장
박혜원
장기한의원 원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 있다. 감염자수는 하루 자고 나면 수백 명씩 늘어 있고, 환자수가 많은 지역에서는 병상을 구하지 못해 아수라장이다. 마치 6개월 넘게 호주의 산야를 태운 산불처럼, 이 바이러스의 불은 수많은 인구를 태우고 난 다음에야 자연 면역의 힘을 빌어 겨우 꺼질 것처럼 보인다.

불이 두 개 겹쳐 있는 괘의 이름은 離괘이다. 리는 ‘이별’과 같은 단어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가르다, 떼어놓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주역에서의 離는 麗와 같다고 한다. 麗는 곱고 우아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짝짓다, 붙어 있다는 의미도 있다. 서로 상반되는 뜻을 함께 품고 있는 이 글자가 나는 중화리괘를 관통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리괘의 괘사는 다음과 같다.

離 利貞 亨 畜牝牛 吉

갑자기 웬 암소 타령? 바로 정답을 말하자면 여기서의 암소는 중화리괘의 두번째 효인 육이를 말하는 것이긴 하다. 내괘의 중앙은 음효의 자리이고 여기에 제대로 자리잡고 있으니 기본적으로 길한 것은 맞다. 그러나 사실상 육이의 자리는 크게 힘쓰는 자리는 못된다. 힘이 세지는 건 보통 외괘로 넘어가서인 경우가 더 많고, 권력을 쥐고 있는건 주로 4, 5, 6효의 일인 것이다.

일단 초효를 보자.

初九 履錯然 敬之 无咎

밟는 것이 섞이려면 어떤 상황이어야 할까?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밟는 것이 섞일 리 없다. 가까이에 밀집해 있는 경우에나 서로 발걸음이 뒤엉키고 내 공간과 남의 공간이 뒤섞이는 일이 생길 것이다. 그럴 때에야말로 서로에게 예절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나, 남을 불쾌하게 하는 체취나 체액 전파를 방지하기 위한 공중 예절이 바이러스 전염을 줄이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러므로 붙어있지만, 떨어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허물이 없다.

六二 黃離 元吉

괘사에서 잘 기르라던 암소인 육이의 효사는 더 이상하다. 누런 離는 대체 뭐란 말인가. 일단 하나 설명하자면, 오행의 배속에서 중앙은 土에 속하고 土의 색은 황색이다. 그러니 바꿔 말하자면 그냥 ‘가운데에 위치한 음효라 길하다’라는 말일 뿐이다. 심지어 상전에도 그저 黃離元吉 得中道也 라고 되어 있을 뿐이다. 중도를 얻었기 때문에 길하다. 그거야 주역의 어느 부분에서도 하던 말이 아닌가. 그런데 유독 여기서 ‘크게 길하다’고까지 한 것은, 지금 이 리괘의 상황이야말로 중도를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주변 상황에 휩쓸리기가 매우 쉽다. 비트코인이 유행할때는 모두들 ‘되는 코인’을 찾아 헤맸고, 어떤 가십이 핫이슈로 떠오를때에는 그 이면의 모습은 헤아리지 못하고 그게 사실인 것처럼 믿어 버리기도 했다.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도 마찬가지다. 가짜 뉴스도 횡행하고 주변도 흉흉하다보니 마음은 자꾸 불안해진다. 이럴때 행동이 느리고 우직한 소처럼 중도를 지키고 있으란 뜻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상은 더 혼란에 빠지고 점점 더 어려워진다.

九三 日昃之離 不鼓缶而歌 則大耋之嗟 凶

구삼의 효사도 참 알쏭달쏭하다. 해가 기울어져 걸렸는데 웬 요란한 노래이고, 늙은이는 왜 슬퍼한다는 걸까? 해가 기울어졌다는 것은 이제 밤이 온다는 뜻이고, 그 밤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구를 두드리고 노래를 한다는 것은 흥겨워서 하는 일이 아니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하는 행위일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알아서 엽렵하게 밤을 대비했는지는 몰라도, 행동이 빠르지 못하고 남의 도움을 빌려야만 하는 늙은이들은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바이러스의 감염에서 건강한 젊은 사람들은 쉽게 이 병을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기저질환이 있고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니 알아듣기 쉽게 자주 이야기해주어야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그 방법들이 너무 지나쳐 되려 불필요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면 흉하다고 한 것이 이해가 된다.

九四 突如其來如 焚如 死如 棄如

주역을 통틀어 이 효사가 제일 잔인하고 무시무시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심지어 상전에는 无所容也, 용납할 바가 없다고까지 했다. 仁과 德을 중시하는 주역에서 어떻게 이럴 수가? 그런데 이번의 사태를 보며 조금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코호트 격리, 확진자 동선 추적, 업소 폐쇄 및 소독 등의 강력한 대응책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금전적 피해를 입은 사람도 원치 않은 개인사가 밝혀져버린 사람도 있지만 질병관리본부로서는 최선을 다 했을 뿐이었다. 구사의 시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뒷일을 도모하고 사람들을 다독이는 것은 위에서 할 일이다. 구사는 칼을 빼들고 병소를 잘라내는 역할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六五 出涕沱若 戚嗟若 吉

슬퍼서 운다는데 길하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육오는 왕이지만 원래 양의 자리인 곳에 자리잡은 힘없는 왕이다. 자연 재해나 돌림병이 어디 왕의 탓인가. 그러나 왕인 이상 백성을 돌봐야 할 의무가 있고, 모두가 좋을 수는 없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힘들어져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슬프고 슬퍼서 견딜 수가 없는 왕이라면 백성을 아끼는 인군이고, 그렇다면 상황이 나아졌을 때엔 더 좋은 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길할 것이다.

上九 王用出征 有嘉 折首 獲匪其醜 无咎

상구는 리괘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양효이다. 불이 두 개 겹쳐 있어 가장 활활 타오르는 기운의 정점이며, 손에 칼자루를 쥔 사람이다.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이고, 이 사태를 수습하는 결정권자이다. 그러나 길하다고 하지 않았다. 잘해야 허물이 없는 수준이다. 그 조건이 ‘머리를 끊고 얻는 것이 그 동류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이 효사도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범유행에서 이탈리아의 행보를 보고 알게 됐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시행한 이탈리아는, 지금 유럽에서 가장 많은 코비드 19 감염자와 사망자를 내고 있다. 머리를 끊는 결정을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이득을 얻었어야만 한다. 그러나 중국과의 외교 관계는 악화할대로 악화시키고, 외부 유입 차단에만 신경쓰고 내부적 감염 관리 지침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결과 빠른 감염 속도와 사망자수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머리를 끊었는데 얻은 게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강력한 대책을 사용하려면 득실을 명확히 따져 냉정하게 결정해야 한다.

리괘의 가르침은 명확하다. 사람은 서로 떨어져 있는 타인들끼리라도 이런 저런 영향력을 주고받으면서 살 수 밖에 없다. 그러려면 서로 좋은 영향을 끼치고 예의를 지키며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에 그 사회는 살기 좋아지고 건강해진다. 반대로 서로 해치고 서로 이득만 탐하며 서로를 낮추어 볼 때 아무리 서로간의 거리가 멀리 떨어진 곳에 떨어져 살더라도 삶은 공포스럽고 피폐해진다. 지금은 이런 저런 상황으로 서로 외딴 섬처럼 떨어져서 살아갈 수 밖에 없더라도, 같은 뜻을 지니고 마음을 모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초구의 경우처럼 서로 섞일 때에는 감염 예방 수칙을 잘 지키고, 육이처럼 마음을 다잡고 지내야 한다. 그 마음가짐을 굳게 지키고 있다보면 결국 이 모든 상황도 끝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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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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