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룡탕 – 호흡기질환의 효율적 항히스타민제 대체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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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룡탕 – 호흡기질환의 효율적 항히스타민제 대체자①
  • 승인 2020.05.15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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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 (16)
권승원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조교수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

<전형증례>

19세 남성.

고등학교 3학년. 물 같은 콧물, 재채기가 동반되는 알레르기비염을 3개월 전부터 겪고 있다. 한 번 증상이 생기면, 도무지 공부를 할 수가 없어 학교 앞 이비인후과에서 진료 받은 뒤,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 알레르기비염 증상은 해결이 된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몽롱하여 도무지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이대로는 학업에 지장이 생길 것 같아 한의원에 내원했다.

수양성 콧물, 재채기를 고려하여 A를 아침 저녁 식전 30분에 복용하도록 처방했다.

약 14일 뒤, 증상 발생이 더 이상 없다고 했다. 사용목표를 달성하였으므로 중단토록 했다. 다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A 엑기스제를 처방했고, 증상 발현 시 바로 복용하도록 지도했다. 6개월 뒤, 운동하던 중 발생한 발목염좌로 내원했다. 그동안의 경과를 물어보니 한 달에 2~3회 알레르기비염 증상이 발생하나, 그 때마다 A 엑기스제를 복용하면 몽롱함 없이 증상이 해결되어 편히 잘 지내고 있다고 하였다. 증상이 있을 때 복용할 A 엑기스제가 부족하다며, 이에 대한 처방도 원하여 추가 처방하였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소청룡탕(小靑龍湯)이다. 중국 후한시대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에 처음 등장하였으며, 이후 주로 기도나 비강의 분비항진, 기침, 천식, 호흡곤란을 동반한 호흡기질환에 주로 사용되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알레르기 비염약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 처방을 온폐화음탕(溫肺化飮湯)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명칭은 본 처방의 효능을 축약적으로 잘 제시하고 있다.

 

소청룡탕 개요

구성약물: 마황 작약 세신 건강 감초 계피 오미자 반하

효능효과: 1. 다음질환의 수양성 가래, 수양성 콧물, 코막힘, 재채기, 천명, 기침, 유루(流淚), 기관지천식, 비염, 알레르기비염, 알레르기결막염, 감기 / 2. 기관지염 (일본 내 허가사항)

주요 약리작용: 항알레르기작용, 항염증작용, 사이토카인에 대한 작용

 

소청룡탕 활용의 발전사

첫 등장인 『상한론(傷寒論)』과 『금궤요략(金匱要略)』에 제시된 적응증은 일견 차이가 있어 보이나, 자세히 보면 ‘수기(水氣)’라는 공통의 키워드로 연결되어 있다. 『상한론』에서는 “傷寒 表不解 心下有水氣 乾嘔 發熱而咳....小靑龍湯主之”라 하며, 급성 호흡기 감염으로 발열과 기침을 하는데 그 기저에 수기(水氣)가 있어 비교적 맑은 가래를 동반한 상황에 사용하도록 제안했다. 『금궤요략(金匱要略)』에서는 2가지 적응증을 제시했다. 우선 “病溢飮者 當發其汗 大靑龍湯主之 小靑龍湯亦主之”라 하여, 사지부종에 해당하는 일음(溢飮)에 사용하도록 했다. 또한, “咳逆 倚息不得臥 小靑龍湯主之”라 하여 호흡기문제인 천식과 그로 인한 호흡곤란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안도 있다. 이미 언급한대로 이 모든 내용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수기’이다. 급성 호흡기 감염이나 천식의 상황에서 기도 내 분비 항진이 동반되어 발생하는 기관지 폐색이 있어 발한해표와 함께 분비억제, 지해평천(止咳平喘)의 효과가 필요할 때(기관지 수기의 제거)나 전신 수습(水濕)으로 사지부종이 있어 이수(利水) 효과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소청룡탕은 역사적으로 철저히 『상한잡병론』의 위와 같은 제안에 따라 기도나 비강의 과도한 분비를 동반한 기침, 천식, 호흡곤란을 보이는 호흡기질환 치료에 주로 사용되어 왔다. 역대 의서들은 이러한 내용을 거의 답습하며, 보다 자세한 병기해설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소청룡탕을 기술해왔으며, 몇몇 서적에서는 소청룡탕의 임상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가감법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가감의 예는 옥설탕(沃雪湯)이다. 일본 헤이안시대 탄바노 야스노리가 저술한 『의심방(醫心方)』 치해수방제일(治咳嗽方第一)에 “상기하여 편히 누워 숨을 쉴 수 없고, 인후에 가래 끓는 소리가 나며, 숨이 끊어질 것 같을 때” 옥설탕을 사용하도록 한 기록이 있다. 옥설탕은 ‘소청룡탕 거 작약 감초’에 해당하며, 소청룡탕의 구급약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수기(水氣)를 제거하는 타 약재의 약효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던 작약과 감초를 뺌으로써 약효의 기민함을 올려둔 처방구성이다. 『외대비요방(外臺秘要方)』 역시 옥설탕을 기록해두었는데, 옥설탕에 이어 투배탕(投杯湯)이라는 ‘소청룡탕 거 작약 가 관동화 자완 행인’에 해당하는 처방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성제총록(聖濟總錄)』에도 옥설탕은 수록되어 있으나, 이 옥설탕은 『의심방』의 옥설탕에서 건강을 빼고 대조 생강과 함께 전탕하는 처방으로, 여러 서적에 제시된 옥설탕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나, 일관된 원칙은 작약을 빼고 사용함으로써 보다 날카로운 약효를 구사하려 하였다는 점이다.

현대에 이르러 일본의 야마모토 이와오는 그의 저서 『동의잡록(東醫雜錄)』에서 잊혀져 가던 소청룡탕의 사지부종이라는 적응증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그는 『금궤요략』의 내용을 인용하며, 소청룡탕이 사지부종에 사용될 수 있는 처방임을 다시 강조했고, 이 때는 ‘소청룡탕 가 석고’의 형태로 사용하는 것이 보다 적합함을 언급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청룡탕은 기도나 비강의 분비 항진을 동반한 호흡기질환에 주로 활용되고 있는데, 비교적 최근에는 위약대조 비교시험을 통해 알레르기비염에 대한 유효성이 입증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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