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돈 가방에 담긴 뒤엉킨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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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돈 가방에 담긴 뒤엉킨 욕망
  • 황보성진
  • 승인 2020.04.17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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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감독 : 김용훈출연 : 정우성, 전도연, 배성우, 윤제문
감독 : 김용훈
출연 : 정우성, 전도연, 배성우, 윤제문

2달 전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할 때만 해도 한국영화계는 장밋빛 꿈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극장가에서는 한국영화가 사라졌고, 평일 전체 영화관객수가 1만대로 전락하고 말았다. 물론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발생한 일이고, 영화계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다 마찬가지지만 아카데미 수상으로 전 세계에 한국영화를 알리며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던 영화계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며 한 탕을 꿈꾸는 태영(정우성)과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가장 중만(배성우),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전도연) 등 벼랑 끝에 몰린 그들 앞에 거액의 돈 가방이 나타나고, 마지막 기회라 믿으며 돈 가방을 쫓는 그들은 절박한 상황 속에서 서로 속고 속이며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한탕을 계획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스릴러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많은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서로 별다른 연관성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유일하게 그들을 연결시켜주는 고리는 바로 돈 가방이다. 누가 돈 가방을 차지할 것인가가 영화의 결말이듯 돈 가방은 이 사람 저 사람의 손을 거쳐 가게 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유심히 볼 것이 영화의 시간이 뒤엉켜져 있다는 것이다. 영화 첫 부분에 돈 가방은 목욕탕에서 발견되지만 점차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돈 가방이 어떻게 나타나게 됐는지 보여 주는 장면으로 넘어가는 등 영화 속 시간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돈 가방과 함께 그냥 스쳐갈 수 있는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본다면 영화의 숨은 매력과 함께 색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제문, 윤여정, 정만식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모인 작품답게 <지푸라기라고 잡고 싶은 짐승들>은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살인도 서슴지 않는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캐릭터로 등장하는 전도연과 한탕주의자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낸 정우성의 연기 변신은 출연 분량과 별도로 영화를 보다 더 빛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스릴러 장르답게 잔인한 장면들이 좀 많이 나오는 편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저 돈 가방을 갖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될 정도로 돈 때문에 서로를 속이고 속는 모습들이 영화 속 얘기만은 아닌 것 같아 안타까우면서도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필자의 경우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형식의 영화를 오랜만에 만나게 되어서 매우 재미있게 본 영화로써 뭔가 독특한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있다면 추천하고픈 작품으로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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